2019-09-09 09:09
글로벌 공급망의 시작, 컨테이너화 그리고 새로운 대응
기고/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이성우 본부장


벌새효과란(Hummingbird Effect)란 하나의 혁신적 발명이 합리적인 예상을 뛰어 넘어서 사회 전체의 변화로 연결되는 포괄적인 혁신을 지칭한다. 다시 말하면, 처음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한 분야의 혁신이 완전히 다른 영역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인과관계를 말한다. 벌새는 식물들이 번식을 위해 만들어 놓은 꽃의 꿀을 빨아 먹기 위해 정지 상태에서 비행을 한다. 벌새는 척추동물로 골격상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한 비행방식을 날개 구조의 진화를 통해, 다른 새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생존전략을 진화시켜왔다. 즉 식물이 꽃에 있는 꿀을 통한 번식 전략이 벌새의 날개구조까지 변화시킨 것과 같은 혁신을 벌새효과라 지칭하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다른 많은 벌새효과들이 있다. 스티븐 존슨의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 오늘날의 세상을 만든 6가지 혁신’이라는 책에 보면 인쇄술이 가져다주는 벌새효과를 언급하고 있다. 요한네스 구텐베르크의 인쇄기가 등장하면서 유럽 전역에서 독서라는 새로운 습관이 형성돼 많은 사람이 원시(遠視)라는 걸 알게 됐고, 그로 인해 안경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안경의 수요가 증가하자 렌즈를 제작하고 실험하려는 사람들이 증가했고, 이로 인해 현미경이 발명됐다. 결국 현미경은 우리의 몸이 미세 세포로 구성돼 있다는 걸 알게 해 주었고 이는 의학기술의 새로운 발달로 이어졌다. 인쇄술의 발명이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세계를 세포 차원으로까지 확대할 줄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과 변화는 언제나 이런 식으로 우리들한테 다가온다.
 


한 분야의 혁신, 혹은 일련의 혁신들이 완전히 다른 영역에 속한 곳에 변화를 궁극적으로 끌어내는 일들은 물류산업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컨테이너화(containerization)이다. 컨테이너는 19세기 말 미국에서 사용 중에 있었던 화물을 넣어서 실어 나르는 용기였다. 그러나 초기 컨테이너는 천차만별인 용기 크기로 인해서 그 효과가 미약했다. 항만은 배후 물류체계인 철도와 도로의 연결성과 표준화 부재로 철도, 도로 종사자들은 그냥 화물을 던지다시피 항만 뒤에 두고 사라졌다. 항만배후에 놓여진 화물들은 전적으로 인력에 의존해서 선박에 이송되다 보니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했고 이는 당시 해상운송비의 절반이 인건비였다는 것이 반증해 준다. 다수의 항만 노동자들은 당연히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강성노조를 형성하게 됐고 컨테이너화, 기계화를 계속 반대하는 주체가 된 것이다. 결국 상품의 이송에 부과되는 엄청나게 비싼 물류비는 산업구조에도 영향을 미쳐서 당시는 국제무역이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자국 내 같은 지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던 생고무, 커피, 향신료, 위스키, 금, 은 등 자국에서 생산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수입에만 비싼 해운을 이용하는 실정이었다. 요즘 해운운임을 생각하면 엄청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해 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말콤 맥린(Malcom McLean)이라는 인물이 나타나서 컨테이너의 표준화와 함께 컨테이너화를 주도하게 됐다. 맥콤은 1950년대 이미 자사 선박에 표준화된 컨테이너를 싣고 화물을 수송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자사 선박 이외에는 해당 컨테이너를 표준화 시킬 수가 없었다. 그러던 상황에서 베트남 전쟁이라는 기회가 왔고 전장의 군수물자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던 미군들을 설득해 컨테이너를 표준화하고 대규모로 사용하게 하는 컨테이너화를 실현시키게 됐다. 이 당시 만들어진 컨테이너는 전쟁이 끝난 이후 일본의 전자제품을 미국으로 실어오는 항로에 투입됐고 아시아-미주항로를 시작으로 빠른 속도로 전세계 물류망에 컨테이너가 퍼져 나가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나라 해운업계와 항만에도 영향을 미치게 돼 1970년 한진해운, 1976년 현대상선이 설립되고 1978년 부산항에 컨테이너 전용항만 건설을 촉진하게 됐고 세계 6위 부산항의 사실상 시작점이 됐다. 여기까지는 단순한 컨테이너 발명과 표준화를 통한 컨테이너화의 글로벌화로 이어지는 단순한 혁신으로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엄청난 변화는 그 뒤에 오는 것이다.

 


컨테이너화는 1980년대 무역 자유화와 함께 글로벌 공급망 구축 즉 국제분업 체계가 구축하게 되는 동기를 부여해 주었다. 과거 상품생산에서 물류비가 너무 비싸서 상품을 한 곳에서 만들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컨테이너화로 촉발된 저렴한 물류비는 생산자들에게 자기들이 원하는 곳에 공장을 입지시키거나 생산공정을 분리시켜서 자기가 유리한 곳에 공장을 분산 배치하는 글로벌 공급망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제품이나 부품은 인건비가 싼 곳으로 기술력이 필요한 부분 기술력이 뛰어난 국가로 그리고 원자재 수급이 중요하거나 시장에 인접할수록 유리한 상품은 그곳에서 생산하는 형태로 생산거점을 옮기게 된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싱가포르처럼 부품들을 가장 조달하기 좋은 물류거점에 본사를 두고 글로벌 공급망을 관리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 애플처럼 자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하나도 없이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해서 전세계에서 제품을 소싱하고 생산해서 자국에서는 R&D와 마케팅만 담당하는 기업도 생겨나게 된 것이다. 즉, 컨테이너화는 물류용기 표준화를 통해 국제교역에서 당시 가장 비싼 항만 이용과정의 비용을 극적으로 절감시켰고 이는 전세계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개별 특성과 상품이 가지는 특성에 맞춰 글로벌 공급사슬체계가 구축되도록 한 것이다. <그림 1>은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전자, 기계 제품류 등이 동아시아지역에서 글로벌 공급망이 시대별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초기 일본에서 핵심소재, 우리나라에서 반도체 등 기반 부품 그리고 중국에서 완성된 전자제품이 만들어져서 주요 소비지인 미국과 유럽으로 가던 형태의 글로벌 공급사슬체계가 구축돼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도 중국의 인건비와 기술력 상승으로 포스트 차이나(Post-China)라는 동남아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재편 중에 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역할 중복, 우리나라와 중국의 역할 중복 등으로 인해 각자의 기능 중 저부가가치 기능은 이전시키고 보다 고부가가치 쪽으로 기능 전환을 해 나가는 형태이다. 중국은 이러한 변화에 혁신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추구한 반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일본에 의존하는 형태의 글로벌 공급사슬 체계를 비용과 안정성 차원에서 상당부분 유지하다가 최근 한일 정치갈등에 기인한 반도체 핵심소재의 ‘일본 수출규제조치’로 온 나라가 들썩이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컨테이너화는 초기 단순히 물류비 절감과 신속 배송을 위해 도입이 됐으나 자유무역 촉진, 글로벌 공급체계 구축 등의 전세계 모든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물류분야의 벌새효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컨테이너화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구축은 국지적 리스크가 글로벌 리스크로 확대되는 부작용도 낳게 됐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은 이러한 국지적 리스크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었던 대표적인 사례이다. 규모 9.0의 지진이 이 지역을 초토화해 버렸고 현지에 있던 공장들이 대부분 붕괴되거나 작동을 멈추게 됐는데 며칠이 지난 이후 우리나라와 다수의 국가들에서 자동차, 전자, 기계 관련 공장들이 감산을 하거나 생산을 일시 중지하게 됐다. 이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 인근에 있던 공급업체가 생산을 중지하게 돼 부품을 공급 받지 못하게 되고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지하거나 감산을 하게 됐던 것이다. 이는 2011년 태국의 대홍수로 인해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주요 부품생산 거점으로 활용하던 태국 부품공장들이 대부분 수해를 입게 됐고 일본 자동차 회사들 중 일부가 상당기간 생산에 지장을 초래하는 사태와 맥락의 사건이다. 결국 광범위한 글로벌 공급망의 확산이 이러한 국지적 재해 등으로 인해 공급망 확대가 위축되는 형태로 바뀌는 상황을 촉발하게 된 것이다. 한 예로 동일본 대지진, 태국 대홍수라는 이중 리스크를 경험한 일본의 닛산 자동차는 우리나라와 가까운 규슈 공장의 글로벌 공급사슬 체계를 변화시켜 우리나라 자동차 부속회사들을 대상으로 밀크런(milk-run) 수송과 한일 트레일러 상호주행이라는 개념을 활성화시키기 시작했다. 한국의 기술력 높은 자동차 부품회사들로부터 지리적 근접성과 저렴하고 안정화된 한일 물류체계를 기반으로 물류비 절감, 재고 부담 완화, 신속한 제품 생산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그림-2>, <그림-3> 참조).

결국 컨테이너화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체계가 다시 공급망이 지나가는 곳의 국지리스크로 가능한 좁은 공간으로 이동하는 지역공급망 체계로 전환하거나 민첩성(agility) 강화를 통한 위기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의 등장은 이러한 변화에 기름을 부은 격이 돼 기존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던 정치적 리스크까지 추가되면서 더욱 큰 동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로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생산품에 대한 관세 부과, 혜택 축소 등으로 인해 안정화된 글로벌 공급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국지적 리스크의 글로벌 공급망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공급망의 지역화를 통해서 소재, 중간재, 완제품까지에 이러는 생산단계를 1주일 이내로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론적으로 일한중의 국제분업체계가 동남아 나아가서 서남아까지 확대되는 형태로 변화했으나 이제는 미국의 지리경제학자 존폴로드리게스가 언급한 것처럼 오히려 한중일 분업체계로 회귀해 북한과 극동러시아가 참여하는 글로벌 공급망의 동북아 지역화 체계가 가장 경쟁력 있는 체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 형태로 꼽히고 있다. 지리경제학 측면에서 바라보면 위에서 언급한 남북러중일의 글로벌 공급망 체계가 가장 합리적인 구도인 것이다(<그림-4> 참조). 그러나 이 지역에는 트럼프 못지않는 정치적 위험요인이 존재하고 있다. 한일, 중일간의 역사적 갈등 요인, 한중간의 미국발 정치, 군사적 갈등 요인, 남북간의 정치적 긴장관계 이외에 대상지역의 양자, 다자간 다수의 정치적 갈등 요인이 존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컨테이너화라는 벌새효과의 시작점이 동북아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지역화를 통해 성과를 이룰 수 있는 이론적인 구조는 가지고 있다. 이는 해당 지역의 중심에 있는 우리나라 물류산업에 엄청난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적 갈등 요인으로부터 촉발된 미중간 무역전쟁, 한일간 무역전쟁은 글로벌 공급망 체계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 공급망연구소(SCI) 소장인 폴 디트먼트 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 기업 중 84%가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대응을 못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 기업들 역시 같은 상황일 것이다. 아마도 1-2년간은 물류 최적화, 재고 최소화 등 글로벌 소싱과 판매에 공급망을 최적화 해둔 기업들은 손실에도 불구하고 물류루트 다변화, 재고 확보 등의 대안을 마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모든 상품들의 비용이 상승하는 형태로 갈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위기는 항상 새로운 기회와 혁신을 잉태한다. 컨테이너화는 한명의 선구자의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진행됐지만 결국 베트남 전쟁이라는 기회를 통해 혁신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그리고 벌새효과를 통해 전세계 무역망의 변화, 글로벌 공급망과 가치사슬이라는 개념을 탄생시켰다. 이제 글로벌 공급망의 지역화는 국지적 자연재해로 인한 변화를 대응하기 위해 나타난 현상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국지적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정치적 리스크까지 배가돼 심각한 혼란과 위기 촉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 아래에서 우리나라 물류기업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고, 정부는 어떠한 정책으로 우리나라 물류산업의 리스크를 완화시키고 반대로 기회의 요인으로 성장시킬 준비를 해야할까? 지금이 새로운 미래를 위한 고민의 시작점이다. 현재 글로벌 자연재해, 정치적 리스크에 기인한 글로벌 무역전쟁이 물류산업과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큰 오판이다. 어쩌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산업이 물류산업이다. 반대로 제조업과 무역업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물류산업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리스크 완화하고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글로벌 공급망 체제와 국제물류구도를 연계한 새로운 구도를 짤 필요가 있다. 고비용, 저효율의 물류체계가 아니라 저비용, 고효율 물류체계로 전환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리스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물류모드의 연계성 다양화, 유연형 공급망 비즈니스 모델 개발, 첨단 물류기술 접목 등 새로운 준비가 필요할 때이다. 지금은 규모에 입각한 인프라 건설 등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보다 현실에 줘진 다수의 글로벌 리스크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에 대한 전향적인 고민과 함께 전체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우리나라 제조기업과 물류기업이 협력을 통해 이 상황을 어떻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국가차원의 물류기반 공급망 설계가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정부는 일본과의 대립을 기회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술 독립과 수준 제고를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해 R&D 등에 집중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독립적 성장은 또 다른 한계를 잉태하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글로벌 공급망의 복원과 유연성 강화를 통한 주변국과의 동반 성장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국가차원의 독자적 기술 개발 지원과 함께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과 유연성 강화 부분에 투자가 더 필요하다. 또한 이를 주도할 수 있는 우리나라 물류기업들의 대응력 강화와 화주기업과 물류기업간의 협력체계 구축에 정부차원의 지원이 시급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제 당면한 위기를 넘어서서 기업, 국가 그리고 세계를 혁신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컨테이너를 찾아야 하는 숙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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