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7 09:45
원하는대로 이용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물류’ 커밍순
인터뷰/디카르고 이진호 대표


최근 블록체인 기반의 플렉서블 물류 플랫폼을 구축하며 업계에서 주목 받고 있다. 우선 플렉서블 물류에 대해 설명해 달라.

기존의 물류는 물류사가 정해놓은 스케줄과 배송 수단에 맞춰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물류사 중심의 구조였다. 이러한 방식은 물류서비스를 표준화함으로써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서비스 단가를 인하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오랜 시간 동안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산업 환경과 라이프스타일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고객의 요구는 다변화되고 있다. 일례로, 주문한 당일에 배송을 받길 원하거나 기존에는 신선도 문제로 배송이 어렵다고 생각했던 신선식품을 일상처럼 배송 받는 것이 당연해지고 있다. 또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으로 B2C 고객의 국경간 물류(Cross Border Trading), 글로벌 물류에 대한 수요 또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앞서 말한 물류사 중심의 물류 구조로는 이 같은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금은 물류 산업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는 과도기적 시기라고 본다. 일반 고객의 요구는 빠르게 다양화되고 서비스 품질에 대한 기준도 높아지고 있는 반면, 물류 서비스의 변화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해 간극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에 ‘정해진 대로’가 아닌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이용하는 ‘커스터마이징 물류’(customizing logistics) 경험을 제공하자는 것이 디카르고의 서비스 목표 중 하나이다. 샌드위치 가게에서 빵과 재료, 소스의 조합을 선택해 내가 원하는 샌드위치를 주문하듯 디카르고에서는 사용자가 자유롭게 서비스 모듈을 선택하고 조합해 내게 꼭 맞는 개인화된 물류 서비스를 구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파편화 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의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하나의 사업자가 제공 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유연하지 못한 물류 구조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안이 필요하다. 디카르고는 각기 다른 장점이나 특화된 영역을 가진 여러 사업자간의 협업이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물류 오픈 플랫폼에 여러 형태의 물류사 및 기존에 물류에 참여하지 않았었던 신규 사업자까지 참여해 유연한 형태의 물류 루트를 만들고, 제공하려는 것이 플렉서블 물류 플랫폼 디카르고가 지향하는 방향이다.

젊은 사업가로서 대표님께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된 동기와 그 간의 여정이 궁금하다. 물류와 인연을 맺게 된 특별한 계기라도 있나. 물류는 그 중요성에 비해 인지도는 낮은 산업인데.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후 엔지니어로 SK 에너지에 입사해 3년 간 성과 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각 사업부의 성과를 관리하면서 느낀 점은 전략이나 사업의 방향성이 수립되는 내용에 따라 성과가 굉장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직장생활을 중에도 언젠가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이 마음 한쪽에 있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전략부터 잘 할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아서디리틀(Arthur D.Little)을 거쳐 에이티커니(A.T. Kearney) 까지 약 7년 동안 전략 컨설팅펌에서 제조/화학/중공업/물류 등 다양한 산업 분야를 알아보고 전략 수립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때 느낀점은 물류가 모든 산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뼈대라는 점과 그 중요성에 비해 향후에 혁신이 이루어질만한 기회가 너무나도 많다는 점 이었다. 특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관련 업계 흐름을 보면서 아직까지 물류에는 그와 같은 흐름이 많이 적용되지 않았음을 느꼈다. 물류 산업은 굉장히 커버리지도 넓은 산업이고, 업무의 복잡성도 높은 반면 물류사 간에 협업이나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굉장히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오픈 되지 않은 폐쇄적인 구조의 비즈니스는 비용의 증가를 불러올 수 밖에 없다. 컨설팅펌을 다닐 때, 미국에 있는 지인한테 5kg짜리 물건을 보내는데 배송료가 16만원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높은 배송료에 놀라면서 어렴풋이 물류 산업이 혁신이 절실한 분야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마침 물류업계에서 IT 기술 기반으로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을 수행하고 있는 델레오 코리아를 알게 돼 COO로 합류했다. 또, 델레오에서 카카오페이배송 서비스 운영사 이지고(Easygo)의 대표도 맡게 됐다. 이 과정에서 물류 최적화 솔루션 비즈니스를 확장하면서, 복잡한 밸류체인 안에서 파편화된 플레이어들을 최적화 루트로 연결하면 큰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각을 현실화하기 위해 고민하다보니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파편화된 플레이어가 어떻게 서로 신뢰하면서 이 플랫폼에 참여하게 할 것인가였다. 파편화된 플레이어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각자가 기여하는 바에 걸맞은 보상이 줘짐을 보장해야 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공정하게 해결해주는 것이 필수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워낙 다양한 참여자가 속한 오픈된 플랫폼에서 모두에게 신뢰를 줄 방법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고민하고 있던 중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하게 됐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 위변조가 불가능한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신뢰의 문제를 해결하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를 통해 기존에 델레오에서 만들어 왔던 가치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블록체인 기반 물류 플랫폼을 만들게 됐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본격적으로 등장한 블록체인, 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물류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귀사 물류 플랫폼의 특징은.

기존 블록체인을 활용한 물류 프로젝트 대부분 하나의 라우터 안에서 각자의 인프라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류 서비스의 각 단계에서 반복적으로 하던 문서작업을 줄이거나, IT 작업을 매끄럽게 만들어 내부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디카르고는 블록체인 기반의 오픈 플랫폼을 만들어 다양한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이들의 협력을 통해 플렉서블 물류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기존의 블록체인 물류 서비스들과 크게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누구나 협업 가능한 열린 플랫폼 지향

그렇다면 디카르고 물류 서비스의 차별성 및 강점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해 달라.

디카르고 물류 플랫폼의 차별성은 기존의 물류 시스템을 넘어 새로운 구조의 물류 시스템을 제안한다는 점에 있다. 기존의 물류 시스템은 폐쇄적인 구조로 인해 물류사 중심적일 수 밖에 없었다. 현재 물류에 블록체인을 접목하려는 프로젝트 역시 이러한 틀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를 맞추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각각의 사업자가 자신의 강점을 넘어 약점까지 모두 커버해야 한다는 딜레마를 줄 수 밖에 없다. 각각의 물류사업자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투자는 산업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중복 투자를 만들어내 산업 전반의 효율을 낮추게 된다. 디카르고는 물류 서비스에 필요한 다양한 리소스를 가진 이라면 누구든 손쉽게 참여해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열린 물류 플랫폼을 지향한다. 참여자가 각자가 가진 장점을 바탕으로 협업해 하나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각 사업자가 자신의 강점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 될 것이며, 이는 물류 산업 전체의 효율화로 이어질 것이다. 고객은 다양한 참여자가 제공하는 선택지를 통해 자신의 니즈에 딱 맞는 커스터마이즈된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참여자간의 경쟁에서 산출된 결과물로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국내에 배송이 되지 않는 해외 의류를 주문해 해당 국가에 거주하는 참여자를 통해 한국으로 배송하고 한국 내에서는 다른 참여자를 통해 해당 의류를 세탁소에 맡겨 기장 수선을 하고 주문자의 집으로 배달 받는 식이다. 각 과정에서 요청한 요구사항이 이행되지 않으면 해당 참여자에게는 결제를 하지 않는 조건부 결제를 진행할 수도 있다. 배송 과정에서 특정기간의 보관/감정/수리/세탁 등 주문자의 편의에 맞는 부가서비스를 이용하면서도 경로/참여자 최적화를 통해 배송 단가는 상황에 따라서 더욱 낮아질 수 있다. 이를 위해 디카르고는 AI 기반의 경로 최적화를 통해 물류 효율화를 이뤄내고자 한다. 또 다양한 이동수단을 운송수단으로 연계하는 동시에, 물류와 관계된 연계 서비스를 다채롭게 선보임으로써 물류 생태계와 물류 산업을 보다 큰 영역으로 확장시킬 것이다.

올 4분기 플랫폼 알파버전을 공개하고 내년 1분기에 베타버전을 공개한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정식 서비스를 만날 수 있는 때는 언제인가. 그리고 알파 베타 버전에 대해 상세히 알려 달라.

올 10월 오사카에서 열리는 데브콘(Devcon, 블록체인업계 유명 컨퍼런스)에서 알파(Alpha) 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알파버전은 ‘블록체인 위에서 물류시스템이 작동한다’ 라는 개념을 증명하는 단계(Proof of Concept, POC)로, 플랫폼 위에 참여하는 물류파트너사와 함께 테스트를 진행하는 과정이다. 베타(Beta) 버전은 내년 1분기 중으로, 정식 서비스는 내년 하반기 초에 론칭할 계획이다. 정식 서비스 전에도 다양한 물류사업자가 참여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전 산업에서 공유와 신뢰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물류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향후 물류 산업 변화 키워드를 이와 관련해 제시한다면.

컨버전스(Convergence), 커스터마이즈드(Customized), 심리스(Seamless)를 꼽을 수 있겠다. 컨버전스(Convergence)는 기존 물류사업자라고 생각했던 사업자 외에 새로운 사업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꼽았다. 물류를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아마존, 쿠팡과 같은 커머스 사업자들 외에 기존의 주유소, 편의점과 같은 오프라인 소매 유통 사업자들이 그들의 오프라인 공간을 활용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커스터마이즈드(Customized)는 사용자의 배송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다양화되면서 커스터마이징된 물류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꼽았다. 배대지(국내에 배송을 하지 않는 사이트에서 해외직구를 할 때에 현지로 배송을 대신 받아보는 방식)를 통한 해외 직구, 전날 주문한 신선식품을 다음날 아침 일찍 받아보는 배송 서비스, 당일 출발/배송을 보장하는 경우가 그런 예다. 심리스(Seamless)는 물류 데이터의 흐름이 보다 매끄러워져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물류의 비효율을 줄이려면 서로 다른 사업자들이 효율적으로 협력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규격화된 데이터를 막힘 없이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IT 시스템을 넘어서 하나의 통일된 데이터가 오갈 수 있어야 하는데 디카르고가 협력을 위해 기본적으로 하고자 하는 부분도 데이터가 끊김 없이 흘러가는 데이터 레일로드를 만드는 것이다.
 


홀마일 물류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싶어

디카르고의 중장기 비전에 대해 알고 싶다.

시작은 한국을 중심으로 글로벌로 확대해 나아가는 방향이고, 장기적으로는 G2G(Global to global) 물류로서 크로스보더 영역에서의 확고한 포지션을 바탕으로 홀마일(Whole-mile) 물류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것이 비전이다. 글로벌 물류 영역에서 협력에 기반해 물류를 수행하는 플레이어가 아직 뚜렷하게 없다 보니 협력에 기반한 물류 플랫폼을 통해서 해외 특송사와 경쟁하는 것을 중장기 목표로 하고 있다. 고객 관점에서는 퍼스트마일(First-mile)부터 라스트마일(Last-mile)까지, 홀마일 물류를 취급하는 통합 플랫폼으로 물류사와 화주 모두에게 목적에 맞는 최적화된 루트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물류 산업 자체를 혁신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경영자로서의 목표에 대해 알려 달라.

블록체인 관점에서 보면 세상의 혁신을 가져다 주는 기술이라고 많이 얘기하지만 아직 상용화 되고 대중들이 체감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관점에서 가장 많은 트랜잭션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물류산업, 일반 대중들과 맞닿은 부분에서 세상에 블록체인이 혁신하는 변화를 보여주고자 하는 점이 크다. 물류 관점에서도 물류사의 협력을 바탕으로 오픈 플랫폼을 추구하는 사업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기존 사업자들이 하지 못했던 큰 그림을 실제로 구현하고자 목표가 있다. 디카르고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작지 않다. 그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단계씩 순차적으로 밟아가며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것을 가능케 하는 더 효율적인 물류 네트워크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마지막으로 국내 물류산업 발전을 위해 조언 한 마디.

물류산업은 단순하게 고객의 화물을 배송하는 역할을 넘어, IT에 기반한 융복합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IoT, 블록체인 등의 기술을 적용해 물류 산업 자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시대가 임박했다고 본다. 인프라로서의 물류를 넘어 플랫폼으로서의 물류가 요구될 것이며, 이는 물류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시대적 요구와 기술적 발전은 기존에 없던 기회를 가져올 텐데, 빠르게 변화를 수용해 시장을 선점하는 기회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내 사업자가 기존의 경쟁 관계를 넘어 함께 혁신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협업한다면 국내를 넘어 글로벌 물류 시장을 넘보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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