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9 14:01

푸드톡앤톡/‘흰 곰팡이’ 미식의 중심에 서다



유럽여행을 하다 보면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전문 식재료 가게가 많이 있다. 치즈, 젤라또, 올리브, 발사믹식초, 프와그라, 트러플 등 크지 않지만 왠지모를 장인정신의 강렬한 포스를 뽐내며 지나가는 여행객들을 멈추게 한다. 흰 곰팡이가 맛깔나게 덮혀 있는 샤퀴테리(Charcuterie) 또한 아직 우리에게 생소하게 들릴 진 모르겠지만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인기 있는 세련미 넘치는 음식이다. 샤퀴테리는 가공육을 통칭하는데 우리가 흔히 접하는 햄, 소시지, 베이컨도 여기에 속한다. 샤퀴테리는 ‘Chair(살코기)’와 ‘Cuit(가공된)’이 합친 단어로 어원은 돼지고기 도살자를 뜻하는 ‘Charcutier’에서 비롯됐고 도축한 후 살코기 이외의 각종 부속물 등 잉여 생산물에 대해 부가가치를 높임과 동시에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도록 소금에 절이거나 훈제하는 방식으로 발전됐다.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고 있는 샤퀴테리는 아마도 하몽과 프로슈토가 아닐까? 공통점은 돼지 뒷다리를 이용하고 최대한 얇게 썰어야 하며 8~10℃에서 가장 좋은 맛을 낸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국내에서 돼지고기를 알뜰하게(?) 모두 이용하는 듯 하지만 유난히 제외되는 부위가 바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값을 받는 돼지뒷다리다. 한국에서 앞다리살은 ‘전지’라 불리며 제육볶음으로 많이 쓰이지만 뒷발은 족발 정도만 쓰인다. 그렇다면 하몽과 프로슈토의 차이점은? 먼저 만드는 나라가 틀리다. 전자의 경우 스페인, 후자는 이탈리아… 이건 요즘 상식선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는 이야기다.

프로슈토의 경우 밤과 유장을 먹인 돼지의 허벅지살이 많이 붙은 뒷다리에 뼈를 제거하고 소금만을 넣어 발효시켜 만드는 햄으로 소금의 질과 최소량의 소금사용이 돼지고기의 감칠맛을 내는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된다. 소금으로 절이면 전체무게의 25%정도 수분을 잃게 되고 돼지기름과 소금을 갈아서 뒷다리 표면에 바른 후 2차 숙성이 돼 완성되는데 1~3년정도 걸리고 가장 유명한 프로슈토는 에밀리아로마냐의 파르마 지역에서 생산된다. 하몽 역시 돼지 뒷다리로 만들어 지긴 하지만 말굽전체를 사용해 염장을 하며 세라노(serrano)라 불리는 백돼지 그리고 이베리코(iberico)라 불리는 흑돼지가 있다. 스페인 현지에서도 고가의 이베리코 하몽은 다리 한 개당 3백만원이 훌쩍 넘는다. 결론적으로 두 가지의 맛 차이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필자는 감칠맛과 발효향에 있어서는 하몽이 더 강하고 육질도 단단하다. 그에 비해 프로슈토는 깔끔하고 신선한 맛을 낸다. 두 가지 식재료에 같이 어울리는 재료는 짠맛을 중화시켜 줄 수 있는 밸런스를 지닌 것들 예를 들어 간을 하지 않고 노른자를 익히지 않은 계란, 멜론이나 참외 또는 수박과 같은 아주 달지 않은 과일, 싱겁고 특별한 맛이 나지 않는 과자 또는 바게뜨 그리고 스파이시한 향이 있는 올리브오일 등이 있다.

오늘은 일반 가정에서 만들기 힘든 요리를 하나 소개 하겠다. 쉽게 사먹을 수 있는 베이컨! 마트 심지어 편의점에서도 베이컨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식재료다. 만들어 먹으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훈연한 고기냄새가 집안 구석구석 베이긴 하지만 공들인 만큼 훨씬 더 맛있다. 먼저 삼겹살을 2kg정도 준비한다. 베이컨을 만들 때는 수입산 냉동 베이컨을 사용해도 충분하다. 국내산 삼겹살은 그냥 집에서 맛있게 구워먹자! 삼겹살의 겉에 바를 럽(Rub)을 준비해야 하는데 재료는 소금, 갈색설탕, 꿀, 레드 페퍼 플레이크(Red Pepper flake), 훈제된 파프리카 파우더, 큐민 파우더를 잘 섞어서 삼겹살에 고루 발라준다. 지퍼백에 넣고 7일간 냉장고에서 보관하는데 하루에 한번씩 뒤집어 줘서 향이 잘베도록 하고 7일후 살이 단단해 지지 않았다면 1~2일 더 보관하자! 이 과정이 끝나면 물로 잘 씻어주고 말린 후 오픈 상태에서 바로 냉장고에 이틀 더 넣어 준다. 오븐 온도를 95도로 맞추고 인터넷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애플우드칩에 불을 붙이고 3시간 정도 훈연하게 되면 돼지고기에 향긋한 냄새와 함께(내부온도 66도) 맛있는 핸드메이드 베이컨이 완성된다.

두번째 요리는 생소하지만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닭 간을 이용한 ‘닭 간 파테’다. 닭 간 또한 생각보다 인터넷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므로 특별한 미식가를 집에 초대할 때 한번 시도해 보기 좋은 요리다. 먼저 닭 간을 흐르는 물에 행궈 주고 간 이외의 지방부분을 손질해 준다. 그 다음 프라이팬에 버터, 슬라이스 양파, 다진마늘, 닭 간, 타임, 월계수잎, 넛맥 그리고 물을 넣고 2분간 센불에서 볶아준 뒤 포트와인 또는 달달한 레드와인을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한 후 뚜껑을 덮고 중불에서 3분정도 익혀준다. 닭 간이 익으면 월계수 잎을 제거 하고 믹서기에 넣고 생크림과 브랜디 그리고 버터를 넣고 곱게 갈아준다. 주의할 점은 버터는 조금씩 여러 번 나눠가며 섞어야 분리되지 않는다. 브랜디의 역할은 파테의 향을 살리고 지방이 잘 섞이게 하는 것인데 꼬냑을 쓰면 좋겠지만 집에 있는 향이 좋은 양주면 어떤 것이든 써도 개성 있고 다채로운 파테가 완성된다. 이제 단지 필요한 건 크래커 또는 바게뜨빵 그리고 술뿐이다.

샤퀴테리는 돼지 넓적다리를 돼지 오줌보에 넣어 발효시키는 쿨라텔로, 삼겹살로 만드는 짭짤한 판체타(pancetta), 기름기 적은 등심으로 완성하는 론지노(lonzino), 한국인이 사랑하는 매콤한 초리죠(chorizo), 목심을 활용한 코파(coppa), 간 고기와 향신료를 섞어 만드는 살라미(salami)가 있지만 다양한 재료와 여러 방식을 활용해 자기만의 레시피를 개발하는 샤퀴티에의 장인정신과 섬세한 손맛까지 더해진 샤퀴테리는 같은 종류라도 누구의 작품이냐에 따라 그 맛 또한 달라진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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