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16 16:18
트럼프발 멕시코 車산업 리스크 ‘중남미항로 휘청’
美 국경세 부과시 멕시코 車 가격경쟁력 상실
물류기업, 향후 NAFTA 재협상 결과 예의주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민감한 국가는 멕시코다. 미국과 접경지역에 있는 멕시코는 저렴한 노동비와 법인세 인하 등 기업 활동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해 외국계 자본을 대거 유치해 왔다. 특히 미국과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무관세 수출이 가능해지자 글로벌 기업들의 대미 수출 전초기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주력 산업인 자동차 산업은 대표적인 수혜 산업 중 하나였다. 포드 크라이슬러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이들에게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사들은 멕시코로 대거 진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산 제품에 35%의 국경세를 부과하겠다고 하자 ‘멕시코 엑소더스’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경세 압박에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투자와 공장설립 계획은 대거 무산됐다. 인건비가 저렴해도 국경세가 부과되면 미국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잃기 때문이다. 멕시코에 진출한 기아자동차와 국내 협력사들은 급변하는 시류에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들의 반조립제품(CKD)화물을 실어 나르는 선사와 물류기업들도 덩달아 우려를 표하고 있다.

멕시코항로는 기아차와 협력사들의 동반진출로 자동차부품 수출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 멕시코 컨테이너 수출량은 32만2천TEU을 기록해 전년 32만TEU 대비 물동량이 소폭 늘어났다. 멕시코는 대만 34만6천TEU의 뒤를 잇는 6위 수출항로로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항로 중 하나다. 운임t(R/T)기준으로도 멕시코향 차량 및 그 부품 물동량은 140만2천t을 기록해 7위 중국의 뒤를 이었다.

중남미항로 소석률·운임 쌍끌이 하락

중국 설(춘절) 연휴 탓에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줄로만 알았던 중남미항로의 상황은 3월에도 악화일로다. 지난달 한국발 멕시코향 운임이 반토막나면서 일부 선사 관계자들은 춘절 연휴의 영향이 컸다고 입을 모았지만 이번달에는 1천달러선도 무너졌다. 소석률(선복대비화물적재율)도 70~80%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협력사의 CKD화물이 크게 줄었다”며 “협력사들이 대폭 낮아진 운임을 제시해도 CKD화물 선적을 꺼려하고 있어 멕시코 신규 투자를 관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화주들은 선사 관계자들과 입장이 달랐다. 자동차모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한 대형 화주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가 당장 정책적으로 제재를 가하지 않아 수출 물량을 대폭 줄인 일은 없었다”며 “향후 NAFTA 재협상과 국경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그에 맞게 대응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품질을 중시하는 자동차기업 특성상 CKD물량은 일반적으로 밀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CKD를 부둣가나 물류창고에 장기 보관하면 손상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기아차가 핵심 부품을 협력사에 주문하면 그 협력사가 한국 공장에 실시간으로 요청해 수송하는 편이다.

춘절 연휴로 임시결항(블랭크 세일링)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한 달 전 선사나 물류기업과 조율해 중국발이 아닌 한국발 직기항 선박을 따로 띄워 CKD물량을 예정대로 보내는 편이다”고 말했다.

기아차 협력사의 물량을 처리하는 물류기업들의 입장도 비슷한 편이다. 한 대형 물류기업 관계자는 “현지 생산량이 줄었다면 한국발 수출 물량도 줄어야 하지만, 2월 자동차 관련 물동량은 전월대비 늘어났다”며 트럼프 리스크에 따른 물동량 감소 의견을 일축했다. 덧붙여 “트럼프의 보호무역정책이 아직 확정된 게 없고 멕시코향 수송이 꾸준한 편이라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리스크와는 무관하게 2월 물동량이 크게 줄었다는 의견도 있다. 멕시코 현지 A 물류기업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1분기는 비수기인 만큼 물량이 전반적으로 줄었다. 초기 설비와 테스트용 자재 수입이 지난해에는 많았지만 올해 들어 설비수입이 완료돼 반제품(KD)등의 부품 위주로 수입이 되고 있다”며 “신차인 프라이드(현지명 ‘SC’)가 양산되면서 생산력이 올라오고 있지 않은 점도 주요 원인이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협력사들은 7~8월부터 수입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완성차업계가 CKD 수출을 선호하는 것은 수입국에서 완성차(CBU)에 상당한 관세를 부과하지만 CKD에는 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은 신흥국일수록 강한 편이다. 각 부품을 조달해 공장에서 완성차로 조립하면 일자리 창출, 세수확보, 기술이전까지 노릴 수 있어서다. 반면 CBU는 자동차 판매에 그쳐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

NAFTA 재협상·국경세 부과여부에 분수령 달려

자동차 업계의 관심사는 5~6월에 있을 NAFTA 재협상과 국경세 부과여부에 쏠려있다. 트럼프가 멕시코를 걸고 넘어진 데는 상당한 무역적자에서 비롯된다. 미국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미국의 대멕시코 무역적자는 연간 600억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수출 보조금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멕시코산 제품을 미국에 수출할 때는 16%의 부가가치세를 내야하지만 세금환급의 혜택을 받는다. 반대로 미국산 제품을 멕시코에 수출할 때는 16%에 가까운 부가세를 부담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NAFTA 재협상 공약이 설득력 있는 이유다.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멕시코산 자동차가 강점을 보인 것은 저렴한 인건비와 무관세 혜택을 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35%의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현지 생산 자동차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미국 공장 대부분이 공정을 기계화로 대체해 원가경쟁력을 갖춘 점도 멕시코에는 위험요인이다.

한 물류기업 관계자는 “당장 큰 영향을 주진 않았겠지만 트럼프 발언에 따른 여파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한국발 멕시코향 자동차부품 수출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경세가 실제 35% 부과돼 현지 완성차 생산을 10% 줄일 경우, 부품수출량은 20~30%까지 줄어들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각종 우려와 달리 현지 입장은 차분한 편이다. A물류기업 관계자는 “NAFTA 재협상을 하더라도 현지 기업들은 최소 2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멕시코의 보복관세 등을 고려할 때 각 산업계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만큼 미국에서도 빠른 결론을 내릴 수 없을 것”이라며 “멕시코의 인건비가 미국대비 20분의 1 수준이고, 현지에서 생산 할 경우 제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가격도 덩달아 오를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멕시코 내수시장도 기대해볼만 하다. 멕시코자동차산업협회(AMIA)에 따르면 기아차 판매량은 매월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듭하며 전년 8위에서 올해 6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소득수준이 낮은 점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임금이 저렴한만큼 가처분소득도 부족해 소비 여력이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장 다변화, 대안으로 급부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리스크에 시장 다변화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페인 IESE 대학원의 마르크 사촌 교수는 “내수시장에서 판매를 늘리는 것은 현지 구매력이 낮아 실현 불가능하다”며 “멕시코 인구가 스페인 대비 약 3배 이상에 육박하지만 신차 소비량은 스페인에도 못 미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남미 국가와 유럽 간 맺은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이용할 것을 주문했다. 멕시코는 유럽연합과 자동차 수출입을 자유화하는 FTA를 체결해 놨다. FTA 효과 덕분에 유럽시장은 멕시코산 자동차의 4.2%를 수입하고 있으며, 중남미지역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시장이다.

이와 반대로 관세를 부담해서라도 미국에 수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KPMG 프란시스코 로헤르 자동차 전문가는 “유럽시장에서 2백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은 솔직히 어렵다”며 “멕시코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 만큼 품질도 떨어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미국이 35%의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멕시코의 저렴한 인건비 덕분에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격보다 품질을 우선시하는 유럽시장은 멕시코의 CKD 조립차보다 유럽산 완성차에 큰 흥미를 느끼기 때문에 타깃을 미국에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판매가 불가능하면 신차 수요가 왕성한 중남미 국가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권기수 미주팀장은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할 것을 주문했다. 권 팀장은 “미국의 강력한 수입제재에 기업들은 당분간 중남미시장에 중점을 두는 등 시장 다변화로 맞서야 한다”며 “멕시코로선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최우선 교역시장으로 꼽히며, 유럽연합(EU) 시장도 눈여겨 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NAFTA 재협상과 관련해 그는 “FTA 이민 안보 문제를 한 패키지로 묶어 하나를 포기하면 하나를 인정해 주는 식으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중남미시장 확대 전략엔 걸림돌이 존재한다. 중남미지역은 멕시코 생산 자동차의 7.3%를 수입하는 3위의 유망 소비시장이지만, 높은 물류비용과 낙후된 물류시스템이란 난제를 안고 있다. 특히 기아차와 협력사들이 위치한 곳은 대부분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로 멕시코 동안의 베라크루스항과 인접해 있다. 멕시코 최대 자동차 항만인 베라크루스항을 이용해야 물류비용을 아낄 수 있지만 항만이 작고 선사들의 입항도 적어 해상운송이 쉽지 않다.

한 물류기업 관계자는 “중남미 국가의 교통인프라가 낙후돼있어 멕시코에서 중남미국가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것은 동부 베라크루스항에서 해상 수송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로로선 활용, 대안 가능할까

기아차가 본격적으로 자동차운반선(로로선)을 활용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정기선과 달리 로로선은 차량당 운임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통상 한 선박에 3천대의 자동차를 실어 나르면 컨테이너선보다 브라질 아르헨티나까지 훨씬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베라크루스항의 자동차 선적실적도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베라크루스항만청에 따르면 2015년 이 항의 자동차 처리량은 75만6천대(105만7천t)로 전년대비 11.1% 성장했다.

베라크루스항의 자동차 부두 운영사는 CSI그룹의 CPV와 SSA멕시코로 6개 부두를 운영하고 있다. 부두에 자동차를 보관하는 비용도 수입차는 7일, 수출차는 15일까지 비용을 받지 않는다. 베라크루스항을 기항하는 로로선사는 2015년 기준 왈레니우스윌헬름센(WWL) 호그오토라이너스 NYK MOL 등 7개선사다.

베라크루스항의 가파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출항 일정이 불분명한 것은 숙제로 남는다. 로로선 특성상 기아차 물량이 선박 가득 채우지 못하면 정시성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멕시코 물류 환경이 개선돼야 할 점도 많다. WWL 멕시코지사장 세르히오 구티에레스는 “베라크루스항의 인프라개발이 부진하고 철도운송 시설이 부족해 멕시코에서 사업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해상과 육송 등 연근해 해상서비스를 개선해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NAFTA 재협상 결과에 따라, 멕시코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도 좌지우지 될 것으로 보인다. KIEP 권기수 팀장은 “NAFTA 재협상 결과가 내년 1분기에는 나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 사이에 우리 기업들이 발 빠르게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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