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23 09:43
“승선근무예비역 축소는 국가안보 경시 발상”
인터뷰 /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대학 이윤철 학장
전쟁시 보급선 역할 대체 불가
해운 교육기반 한번 무너지면 복원 어려워

국방부의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축소 방침이 국내 해기사 양성에 타격을 줄 거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국방부는 저출산에 따른 병역 자원 감소를 이유로 2023년까지 대체복무제도를 폐지 또는 축소할 방침이다.

이 중 승선근무예비역은 규모를 현행 1000명에서 500명으로 반 토막 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무청장이 배정인원을 점차 줄여나갈 경우 법적으로 제도가 유지되더라도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해양대학과 해운업계에선 반발이 크다. 안 그래도 선원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승선근무예비역까지 축소 또는 폐지될 경우 해기인력 전승이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해양대학교 이윤철 해사대학장은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다른 대체복무제도와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승선근무예비역을 축소한다는 건 국가안보를 백안시하는 태도라고 일갈했다. 평시엔 국가경제를 위해 일하다가 전쟁이 일어나면 병참선 역할을 하게 되는 외항선을 진두지휘하는 국가필수요원이 바로 승선근무예비역이란 주장이다.

이 학장은 승선근무예비역 배정을 현행보다 늘려 국가안보와 해기인력 양성에 기여토록 하고 대신 군사학이나 국가안보론 등의 애국심 함양 교육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병역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Q. 국내 선원양성 교육기관 현황은?

상선해기사인 항해사 기관사와 어선해기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있다. 이 가운데 상선해기사는 한국해양대, 목포해양교, 부산해사고, 인천해사고 등 2개 대학, 2개 고등학교에서 배출된다. 대학에선 상선 3급해기사, 고등학교에선 4급 해기사 양성교육을 하고 있다.

한국해양대와 목포해양대는 입학생 정원이 약 1003명이다. 재외국민 등 정원 외 인원 약 150명까지 더할 경우 약 1153명에 이른다. 여기에 마이스터고 졸업생 280명을 합하면 매년 1433여명의 해기사가 양성되고 있다. 어선 해기사 양성 교육기관은 부경대, 전남대, 군산대, 경상대, 제주대, 강원도립대와 경남해양과학고, 인천해양과학고, 충남해양과학고, 포항해양과학고, 여수해양과학고, 완도수고 등 5개 대학, 11개 고등학교가 있다.

Q. 폐지 위기에 놓인 승선근무예비역은 어떤 제도인가?

전엔 해양계 학교 졸업 후 해군 소위로 임관하는 해군예비원제도, 이등병 신분으로 복무하는 산업기능요원제도 등이 시행되다 2007년 병역법 개정으로 현재의 승선근무예비역제도가 생겨났다. 국제해사기구(IMO)와 국가에서 인정하는 해기사 양성 교육기관에서 정규교육과정을 마친 현역병 입영대상자 중 항해사 기관사 면허를 소지한 사람은 졸업 후 5년 안에 3년간 승선 근무를 하면 현역으로 군복무를 필한 것으로 인정해 준다.

한 배에서 3년을 내리 타긴 힘들기에 사실상 의무승선기간은 5년으로 볼 수 있다. 의무승선을 마친 사람 중 40세 이하는 전시, 사변이나 동원령이 선포되면 예비역장교나 부사관의 병적에 편입해 군수물자의 수송을 담당하게 된다.

Q. 승선근무예비역제도가 해기인력 양성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나?

해기사들의 승선율을 보면 제도의 효과를 알 수 있다. 한국선원고용복지센터가 지난해 펴낸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해양계 학교를 졸업한 해기사들의 승선율은 84%로 매우 높은 편이다. 하지만 2010년과 2011년 졸업생의 승선율은 40~50%대로 떨어지고 2006년과 2008년 사이 졸업한 사람은 20~30%대까지 하락한다. 5년이란 승선근무예비역 근무기간이 지나면 상당수가 선원직을 그만둔다는 의미다.

승선근무예비역이란 병역제도가 없다면 선원직 매력도는 더욱 떨어질 건 자명하고 우수한 선원 확보도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어려워 질 것이다. 의무 승선근무 후 배에서 내리더라도 해기사 자격증을 소지한 채 유사업종인 선원선박관리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엄밀한 의미에서 이직이라 볼 수 없다. 업무의 연속성이 있다는 점은 국가안보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장려할 만한 제도다.

Q. 형평성이나 특혜 시비 등의 관점에서 승선근무예비역 개편에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승선근무예비역은 어느 군대로도 대체할 수 없는 국가필수요원이다. 국가가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선 병참선의 보급로 역할을 하는 외항상선이 필수적이다. 육해공 최정예 현역을 선발해 30만t짜리 대형선박을 중동에서 한국으로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다면 승선근무예비역제도를 폐지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그 어떤 유능한 군인들도 군수물자 수송업무를 감당하는 건 불가능하다. 또 전시엔 선박은 물론 선원들의 피해도 매우 커 평시보다 훨씬 많은 예비인력이 필요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상선 516척이 침몰했고 일본에선 해기사 6만명이 사망했다.

비상시에 선주협회에 등록된 약 1100척의 국적선박 중 최소 800척의 선박을 운항하기 위해선 20% 정도의 예비인력을 고려해 현재보다 많은 2000명 정도의 승선근무예비역을 매년 편제해야 한다.

승선근무예비역이 대졸사원 수준의 연봉을 받으며 군복무를 마칠 수 있어 산업기능요원이나 전문연구요원과 같은 대체복무제도에 비해 특혜를 받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 부분은 제4군에 복무하는 특수전문분야 해기사의 급료를 국가를 대신해 민간기업이 부담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최근 대부분의 해기사들이 비정규직으로 선원근로계약을 맺고 있는 데다 의무 승선 기간에 해당하는 3항·기사 연봉이 3000만원 안팎으로 일반 대졸 취업자와 비슷하지만 근무환경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는 점에서 특혜 시비거리는 아니라고 본다.

특혜라면 부유층이나 고위공무원, 정치인, 법조인 등 사회지도층 자녀를 비롯한 수많은 지원자들이 몰려들고, 또 특혜를 악용한 부작용들이 나타나야 한다. 승선근무예비역이 그런가? 오히려 젊은이들의 기피분야로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해기사 직업이 대표적인 4D(Dirty, Difficult, Dangerous, Distant) 업종이란 점에서 승선근무예비역제도가 폐지 또는 대폭 축소되면 입학자원이 현저하게 감소해 해기교육제도 유지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 제도를 두고 형평성에 어긋난다거나 특혜 주장을 하는 건 비상시 국가안보를 경시하는 근시안적 발상이다. 승선근무예비역은 단순한 직업인으로서의 해기사가 아니라 국가 백년대계의 근간으로 간주돼야 한다.

Q. 국방부는 어떤 식으로 이 제도를 손질한다는 건가?

국방부는 병역자원 감소로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제도 등의 대체복무제도를 2023년부터 전면 폐지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아울러 승선근무예비역제도에 대해선 존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대체복무제도와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편제인원을 절반 수준인 500명 이하로 감축하겠다고 한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감축규모가 적으면 타 부처나 국무총리실 등에서 제도 존립 자체를 문제시해 폐지를 주장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체복무와 소방관 전의경 등 전환복무제도의 총인원은 총 2만7000명이지만 승선근무예비역은 1000명에 불과해 비교 대상이 애초에 안된다. 2010년 1월25일 병역법이 개정되면서 병무청장이 군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 확충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승선근무예비역 편입 인원을 결정할 수 있게 돼 법 개정 없이도 대폭 감축, 심지어는 전면 폐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Q. 승선근무예비역이 폐지 또는 축소될 경우 우려되는 점은?

유사시 투입돼야 하는 필수 운항요원을 민간에서 확보하지 못할 경우 해군에서 선원을 양성해 직접 배를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해군의 증원은 국방 개혁 프로그램에 의해 불가능하다. 민간에 의한 확보 방안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거지.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선 우수한 선원이 더욱 많이 공급돼야 한다. 우수한 선원의 공급은 해운, 조선, 국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향후 최첨단선박의 등장에 대비하는 중요한 국가의 자산이 될 거다. 특히 선박운항지원시스템 구축도 우수한 선원의 확보에서 시작된다. 승선근무예비역 축소 혹은 폐지는 선원의 확보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 자명하다.

국가에서는 승선근무예비역에 대한 인식을 바꿔 카보타지(연안운송을 자국선박으로 제한하는 제도)에 의한 국내운송, 해양방위, 해상보안, 소유활동 영역 등 외국인 선원을 이용할 수 없는 부문의 해양력 확보 차원의 활동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시장경제시스템에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저렴하고 우수한 노동력을 편의치적의 형태로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해양력 확보가 필수적인 부분은 우수한 한국인 선원에 의해 유지돼야 한다.

선원양성 교육시스템은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따른 공급에 의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이미 소수산업으로 국제경쟁력을 상실한 농업의 경우 그 필요성을 인정해 국가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 않나? 선원 교육시스템의 정비와 교육기관에 대한 지원도 같은 시각에서 이뤄져야 한다.

Q. 이 제도가 어떻게 운영돼야 한다고 보나?

승선근무예비역은 2007년 현역병 부족에 따른 산업기능요원의 폐지를 전제로 신설됐다. 국민적 합의를 거친 현역병 성격의 제도라 여타 대체복무제도와는 다르다. 해운 인력은 국가안보와 해운력의 기초가 되는 제4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만 양성기간이 길고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데다 한번 교육기반이 무너지면 복원하기 힘든 특성이 있다. 정부와 기업 간 유기적인 협의를 통해 해양계 교육기관에서 졸업하는 인원 이상으로 승선근무예비역 인원이 일관성 있게 배정돼야 한다.

다만 일정기간 의무승선을 마치고 전시특례요원으로 배치되면 유사시에 군수물자를 수송하는 제4군 역할을 해야 하므로 국가관과 애국심 함양교육이 특별히 필요하다. 교육과정에 군사학, 국가안보론, 해양영토론 등을 포함하고 방학을 이용한 일정기간의 군사훈련이 필요하다. 또 현재의 ROTC(학군단) 과정 인원을 대폭 늘리거나 특정학과를 해양군사학과로 지정해 군사교육을 하고 졸업 후 학사장교로서 해군에 복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해군에서의 수송업무를 실질적으로 향상시키고 전투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국의 해군소속으로 민간이 운영하고 USMMA(미연방상선사관학교) 출신 해기사들이 운항요원으로 참여하는 해상수송사령부(MSC) 사례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우수한 선원의 확보와 해군전투력의 강화를 위해서는 국가필수선대 프로그램을 넘어서 해군이 직접 관장하는 민간인 화물선 수송부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전쟁 등 유사시 외국에서 들여오는 군수물자를 고려해 국가필수선박과 지정선박 300척을 500척 이상으로 확대 지정하고 이를 해군의 수송부대와 연계해 운영해야 할 것이다.

Q. 정부당국과 해사업계에 당부하실 말씀은?

병역법에서 정하고 있는 대체복무제도와 승선근무예비역제도를 동일하게 생각하는데, 이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평화시엔 작업 환경이 다르지만 똑같이 우리나라 국가국민경제에 도움이 되는 근로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모두가 일정부분 근로의 대가로 일정부분 금전적 보상도 받는다.

하지만 전쟁 등 국가위기상황이 발생하면 다르다. 승선근무예비역은 국가경제적인 측면의 기능은 완전히 종료되고, 국가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전쟁 수행 기능만 남게 된다. 승선근무예비역으로 평화시에 충분히 훈련을 받고, 소집해제된 후 전시특례요원으로 편입된 사람들만이 유사시 국가의 부름을 받아 즉각적으로 수송업무에 투입될 수 있다.

승선근무예비역제도와 관련된 국방부, 병무청, 해양수산부뿐 아니라 해운회사, 선박관리회사 등 산업계, 해기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 종사자들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6.25 한국전쟁 이후 세대들의 공통점인 안보불감증을 갖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든다. 최근 한반도를 중심으로 북한 위기상황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관련기간 모두 상선사관의 선상 근무가 병역 면제가 아닌 실질적인 국가 방위의 연장선이라는 공통적인 해기교육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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