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11 17:48
칼럼/ 국산 항만물류장비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이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물류학 박사) 구교훈

I. 국내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과 물류장비의 중요성

최근 제조 산업이나 물류산업을 불문하고 어떠한 기업이든 간에 기업을 둘러싼 기업경영의 환경변화는 날이 갈수록 매우 극심하고, 기업의 의사결정은 갈수록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그들이 수행하는 사업에 있어서 매번 의사결정을 할 경우에 더더욱 신중을 기하게 되는데 여기서 최근에 중요시되고 특히 강조되고 있는 것 바로 ‘선택과 집중’이다. 

현재 국내 부산항, 인천항, 광양항을 비롯한 주요 컨테이너 항만에 설치된 본선작업과 터미널내 야드 작업을 위한 핵심장비인 컨테이너 크레인(container crane)과 트랜스퍼 크레인(transfer crane)은 컨테이너 터미널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물류장비인 동시에 핵심 자산이다.

만일 정해진 운항스케줄에 따라서 부산항에 기항한 글로벌 선사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본선작업을 영위하는 국내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의 컨테이너 크레인이 수출입 컨테이너 또는 환적 컨테이너의 본선작업 도중에 장비의 고장으로 인해 본선작업이 장시간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정해진 시간 내에 양하작업과 선적작업을 완료하고 출항해야 하는 정기선의 특성상 막대한 지장과 손실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선작업용 크레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다.

실무상으로 컨테이너 터미널의 경우에 본선작업을 위한 컨테이너 크레인(container crane), 트랜스퍼 크레인(transfer crane), 야드 트랙터(yard tractor), 야드 섀시(yard chassis), 리치 스택커(reach stacker) 등 주요 작업 장비는 본선이 입항하게 되면 컨테이너의 원활한 본선작업을 위해 상시 온전한 상태로 대기할 뿐만 아니라, 만일 장비의 돌발적인 고장에 대비해 예방정비를 하고 이에 소요되는 예방정비용 부품들의 상시 확보를 하고 있다.

II. 컨테이너 터미널 장비의 공급 및 운영현황

지금부터 십 수 년 전 만에도 현대, 두산, 대우, 한진 등 국내 중공업 회사들은 국내 컨테이너항만의 물류장비를 제조해 공급했으며, 일본의 미쓰비시 등 해외의 중공업 회사들은 이러한 장비들의 자국 및 해외 주요 컨테이너 터미널 측에 공급을 맡아 왔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국내 제조사들은 국내 부산항 등 주요 항만에서 장비공급을 하지 못하며 점차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에 중국 제조사인 ZPMC(상하이전화중공업)사 장비가 국내 시장을 차지하게 된 지 오래다. 
물론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함부르크항 등 주요 컨테이너항만의 경우에도 유럽이나 일본의 유수 장비제조사의 크레인을 사용하다가, 어느새 중국의 제조사 ZPMC(상하이전화중공업)사 장비로 대체가 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십 수 년 전 국내 5대 중공업 회사들은 자사의 사업부문에 있어서 현재와 미래에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업부문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뭐든지 자신들이 제조해 우선 국내 시장부터 공급해야 한다는 생각에 선택과 집중 전략이 아닌 선택만을 고집했던 것이다.

그 당시 국내 중공업 회사가 모두 컨테이너 크레인(container crane)과 트랜스퍼크레인(transfer crane)제작에 뛰어들었는데 부산신항만이 개장한 시점에 와서 후발주자인 중국의 항만장비 제작업체인 ZPMC(상하이전화중공업)이 제작한 크레인이 전부 공급되면서 국산 장비는 경쟁력을 상실하게 됐다. 2006년 부산신항 개장 때 첫 도입됐던 중국산 크레인은 그 후 10여년 만에 국내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사용하는 항만장비 시장을 완전히 주도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ZPMC(상하이전화중공업)사는 그때부터 국산장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과 기본적인 품질을 무기로 세계시장을 장악하게 됐고, 이로 인해 국산 장비의 가격경쟁력은 물론 나중에는 국산장비와 중국산 장비의 품질도 별반 차이가 없어져서 결국 국산장비는 고객인 국내 항만으로부터 수주를 받지 못하고 외면을 받게 되면서 마침내 시장에서 도태돼 사업을 철수를 하게 된 것이다. 현재 국내 주요 컨테이너 항만에 설치돼 있는 컨테이너 크레인은 약 200대, 트랜스퍼 크레인이 약 530대 정도이다. 


III. 외국 장비 제조회사의 글로벌 시장 진출 성공 사례

외국의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중국의 경우에는 글로벌 철도궤도교통시설 마켓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점유하던 중국 북차그룹(CNR)과 중국 남차그룹(CSR)은 2014년10월 합병을 공시했는데 합병 후 연 매출이 300억달러(약 33조원) 이상의 초대형 글로벌 철도차량제조업체가 될 것으로 전망됐으며, 이는 일본의 히타치, 프랑스의 알스톰, 독일의 지멘스 등 철도차량의 글로벌 기업을 압도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의 북차와 남차로 대별되는 대형철도차량회사가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내세워 전 세계 철도차량 시장을 완전 석권한데 이어서 두 회사는 마침내 합병을 통해 거대한 글로벌철도차량기업으로 성장해 현재 경쟁자가 거의 없을 정도이다. 특히 중국이 발표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에 따라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실크로드 경제벨트인 일대(一帶)와 중국과 아랍국을 연결하는 해상실크로드(一路) 사업이 추진 중이므로 중국 남차와 북차의 합병은 더욱 사업이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자국 내 고속철도의 건설과 성공적인 운영을 기반으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최근에 태국의 고속철사업 드디어 진출함으로써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고속철도 건설 사업에서의 선도적인 지위를 확보하는 초석이 된 것이다. 이 초대형 프로젝트에는 중국의  고속철도 건설기술이 동원되는데, 역내 교통 네트워크 개발의 일부로 중국이 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그리고 유럽을 연결하기 위해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의 육상 실크로드의 하나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주요 컨테이너 항만에서 사용 중인 대형 안벽크레인 역시 기존의 한국, 일본, 유럽의 장비 제조사가 각축을 벌이던 시장에서 중국의 ZPMC사가 거의 전 세계 컨테이너 장비 시장을 독식하는 체제로 바뀐 지 이미 오래다.

그런데 최근 관련 소식에 의하면 아직도 한국은 국산 항만장비 공급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국내 컨테이너 터미널의 항만 크레인을 국산제품으로 공급하는 사업을 재추진하려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유럽, 일본 등 주요 항만 크레인 제조사 들이 지난 십여 년간 중국 장비제조 사와의 경쟁력에서 밀려 해당 사업을 거의 철수한 상태라는 점이다. 세계 1위의 선사인 머스크라인이 운영하는 글로벌 컨테이너터미널의 경우에도 중국 ZPMC사의 컨테이너 크레인이 공급돼 성공적으로 본선작업을 해오고 있으며 허치슨이나 두바이월드 등 주요 GTO( 글로벌 터미널운영사)의 경우에도 매 마찬가지다. 

심지어 중국 제조사의 컨테이너 크레인의 경우에는 본선작업시 컨테이너를 2개 또는 4개를 동시에 작업할 수 있는 스프레더(spreader)를 장착한 컨테이너 크레인을 양산 할 정도로 기술력이 세계 정상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점이다.

과거 십여 년 전부터 독일, 일본,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항만장비 제조사들이 국제입찰 경쟁에서 중국 제조사에 밀려서 생산을 중단하거나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는바, 결국 항만장비의 가격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경우에는 국산제조사 역시 이러한 항만 장비를 제조해 국내 항만에 출혈경쟁을 통해 공급한다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리라는 것은 불을 보는 듯 한 뻔한 일이다. 그러나 국내 주요 중공업 제조사들은 항만크레인 사업을 다시 시작해 컨테이너 크레인을 제조해 공급할 경우, 대부분 구매시 공개입찰에서 중국 회사와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적정한 원가와 이익을 보전 받지 못하는 출혈경쟁을 해야 하고, 따라서 적자가 예상되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 이러한 적자수주에 대한 보전을 정부나 기관으로부터 수혜를 받으려는 생각이 아닌지 모르겠다. 

IV. 이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 년간 조선, 자동차, 화학, 중공업, 반도체 등 거의 모든 장치 산업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와 공장 건설을 통해 국내 내수시장에 협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을 해왔다.

그런데 기업이 제품을 생산해서 공급할 때 경쟁에서 무리하게 출혈경쟁을 해서 공급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적자부분을 정부나 공공기관이 부담하는 것은 우선 공정한 경쟁을 지향하는 글로벌 시장경제 원리에도 맞지 않고, 대기업 제조사들에게 특혜를 제공할 수 있다는 비난과 함께 장기적으로 볼 때 그 제조기업의 국제 경쟁력 측면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최근 대우해양조선과 한진해운 사태를 비롯해 조선 산업과 해운산업의 경영위기 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도 지나칠 정도로 난맥상을 드러냈음을 언론을 통해 접했다. 대우해양조선은 최초로 세계 1위의 해운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으로부터 18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을 수주한 기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수주경쟁으로 인해 출혈 수주 와 계약 취소에 다른 패널티의 지불 등 비정상적인 경영활동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업을 영위하지 아니었던 것으로 언론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만약에 우리나라 대기업 중공업 회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항만장비의 공급이 가능하다면 국내에서도 공급이 가능할 것이고, 이와 반대로 국내에서 장비 공급이 가능하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장비 공급은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인위적인 방법으로 경쟁 입찰시 적자를 보는 출혈 경쟁에 따른 손실을 외부의 지원을 통해 만회를 하는 조건으로 국내 시장에 항만장비가 공급이 된다면, 과연 그런 장비들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동일한 방법으로 공급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결국 그러한 방식을 도입한다면 국내 시장에서는 수 십대의 컨테이너 크레인을 공급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설 자리를 잃어버린 채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사업자체가 과거와 마찬가지로 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을 수 있다.

V. 맺음말

이제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접어 들었다. 과거에 장치 산업인 건설, 중공업, 화학, 조선 등 이른바 장치산업을 기반으로 우리 경제를 계속 끌고 가기엔 작금의 탈 산업사회 추세에 걸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영 환경을 둘러싼 수많은 급격한 환경 변화와 유가상승이나 IMF관리체제 등 경영위기가 다시 도래할 경우 이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은 3차 산업인 서비스산업이 중심이 돼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이미 서비스 산업이 제조 산업을 압도적으로 능가하는 경제구조를 보이고 있다. 전자정보통신(ICT)나 로보틱스, IoT(사물인터넷), 드론, 친환경 풍력발전, 공유경제 등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해당 시장을 우리나라 기업들이 선도할 수 있도록 현명한 투자와 사업형태에 있어서 미래지향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우리 기업들은 ‘선택과 집중’이 아닌 선택만을 늘 해온 것이다. 무슨 산업이든지 우리가 직접 다 공장을 건설해서 운영해야 하는 일종의 경쟁적인 강박관념에서 장치산업 위주의 산업을 가져왔고 십여 년 전까지는 그러한 방식으로 우리나라가 괄목할만한 경제대국으로의 성장이 가능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장치산업 위주의 경제구조는 우리 경제를 유연성과 위기관리 능력을 점차 떨어지게 만들 뿐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이스라엘과 대만의 경우에는 대기업 기반이 아닌 중소기업 기반의 경제구조이며, 그들은 창의적인 산업 구조와 도전적인 경영철학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으며, 국내 시장의 경우에도 한국과 같은 극심한 IMF경제위기를 겪지 않았다.

이제는 우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만을 취사선택해 집중할 필요가 있고, 글로벌 경쟁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과도한 경쟁이 존재하는 레드오션 시장에서는 무리한 투자나 사업 전개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지난 20년간 부산항, 광양항, 인천항 등 주요 항만 들의 컨테이너 선석은 공급위주의 정책으로 인해 그 선석 수가 급격히 증가해 우리나라의 수출입과 환적 컨테이너 물동량에 비해 과도한 선석 공급초과를 보였다. 더욱이 초창기 컨테이너 선석을 아파트 건설 분양 방식처럼 선석 쪼개기로 다수 기업에게 컨테이너 선석 운영권을 분할 제공함으로써, 컨테이너 하역 사업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결국 이러한 문제점은 하역료의 출혈경쟁으로 인해 항만하역 산업을 매우 어렵게 만든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부산항을 비롯한 컨테이너 하역료는 일본의 5분의 1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중국 상해 항보다도 절반도 채 안 되는 처참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항만하역 물류비의 적정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문제는 결국 하역료 체계를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하는 원인이 된 것이다.

결국 요점은 컨테이너 터미널 선석이 많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터미널을 이용하는 선사의 컨테이너 물동량을 어떻게 확보하는 것이므로, 물류 산업에서는 언제나 화물을 소유하고 있는 자가 항상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국내 항만은 주요 선진 해운기업에 매우 저렴한 항만 물류비를 제공하고 우수한 서비스편익을 제공할 뿐, 이와 반대로 우리나라 항만 물류기업의 경영은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띠라서 부산 신항을 비롯해 우리 컨테이너 부두에 항만 크레인을 대시 공급 할 수 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국내와 국제적인 공개입찰에서 가격 경쟁력을 이미 상실한 국내 장비제조사로부터 장비를 구매하겠다는 그런 발상은 결국 해당 기업의 수익보다는 적자를 가져 올 것이며, 장기적으로도 그 기업의 전체 사업의 포트폴리오 전략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되며, 이러한 사업의 재추진 움직임에 대해 좀 더 신중한 자세로 현명하게 검토하고 판단해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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