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5 14:14
기획/ 북미항로 호조 맞나? 한국발 뱃길 자동차 악재에 위기감
美 완성차 판매량 급감, 10월 긴연휴에 ‘울상’
허리케인 하비 영향에 휴스턴항 체선 심화

미주항로를 기항하는 국내 선사와 물류기업들은 일감 부족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반기 아시아발 북미항로 물동량이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점과 비교해 상반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화물에 고율의 관세를 적용하는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고수하면서 수출물량이 크게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또 다른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 물량이 크게 줄어든 까닭이다.

해운물류업계 관계자들은 “보호무역정책 탓에 수출이 전반적으로 얼어붙은 점도 있지만 그보다 미국 현대·기아차의 완성차 판매량 부진이 미주항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북미 서안의 LA와 동안의 서배너·모빌행 자동차 반조립제품(CKD) 물량은 예년 대비 10% 이상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해양수산부 해운항만물류정보센터에 따르면 1~7월 한국발 미국행 물동량은 192만5천TEU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지만 수출물동량만 놓고 보면 전년 동기 대비 단 1% 증가에 그쳤다.

물동량 저조에 9월 1일 예정된 기본운임인상(GRI)도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수기 물량이 대거 선적되는 9월 1일부로 운임이 오를 거로 예상했던 해운물류업계는 오히려 운임이 떨어지자 당황하는 눈치다. 미주항로를 기항하는 주요 선사들은 중순 이후 다시 운임인상에 나설 예정이다.
 

美 완성차 판매량 부진에 CKD화물 선적↓

“미국에선 자동차가 안 팔려서 문제고, 중국에선 사드문제로 고전 중인데 우리나라 노조들은 임금을 더 올려달라고만 합니다. 요즘 부품기업 화주들을 만나보면 차라리 임금이 저렴한 해외 공장에서 수출하겠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하는데 일감절벽을 맞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한 물류기업 관계자는 CKD화물을 수출하는 국내 실화주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며 우려를 표했다.

자동차부품 물동량은 현대·기아차의 미국시장 판매량 저조에 연쇄피해를 입으면서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대차의 8월 미주지역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24.6% 줄어든 5만4천대로 8위를 기록했다. 뒤이어 기아차는 전년 동월 대비 1.7% 줄어든 5만3천대로 9위를 기록했다. 1~8월 판매량은 현대차가 45만5천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7% 급감했고, 기아차는 40만5천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차의 판매량 급감에 현지 공장도 한때 두 차례나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의 미주지역 판매량 부진은 타 경쟁사를 따돌릴만한 요소가 부족한 게 원인이다. 우선 환급(refund) 프로그램 부재에 따른 열위한 가격경쟁력을 들 수 있다. 가령 미국차 브랜드는 차량 구매 시 금액의 10%를 캐시백으로 소비자에게 돌려주고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이런 금융프로그램이 부족해 판촉서비스에서 뒤처지고 있다.

품질경쟁력도 경쟁사인 일본 자동차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만족 조사기관 JD파워가 조사한 18개 차종별 내구품질조사(VDS · PP 100 · 차량 100대당 결함건수)를 보면 국산차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조사에서 일본차는 토요타 7개, 렉서스 3개, 혼다 1개 등 11개 부문에서 1위를 석권했다. 현대차는 중형차부문(소나타) 3위, 소형SUV부문(투싼) 3위, 기아차는 컴팩트MPV부문(쏘울) 2위, 대형차부문(카덴자·K7) 3위를 각각 기록하는 데 그쳤다. 전기차의 대세로 떠오른 테슬라의 약진도 현대·기아차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미주항로를 주력으로 하는 한 물류기업 관계자는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부품이 2만가지가 넘는 만큼 자동차 공장 라인 중 하나라도 가동이 중단되면 협력업체들이 입는 피해는 상당하다”며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잘 팔려야 부품기업과 물류기업도 그 혜택을 맛볼 건데 계속해서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말했다.

美 동남부지역 덮친 허리케인, 車·생필품 수요 이끌까

최근 미국 동남부지역을 휩쓴 허리케인 하비에 항만처리작업이 지연될 거란 얘기들이 나왔지만 화물운송은 큰 타격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스턴항 등 일대 항만은 일부 체선이 있었지만 선박들이 항만 인근에서 속도를 줄이는 등의 노력으로 접안에는 큰 무리가 없었고 하역작업도 정상화됐다고 업계는 전했다.

한 콘솔(consolidation)업체 관계자는 “허리케인 영향으로 휴스턴행 바닷길이 혼선을 보였지만 콘솔화물이 많지 않아 LA나 시애틀항에서 휴스턴으로 가는 화물만 혼재해 철송(MLB)서비스로 재수송했다”며 “최근 현지 파트너사로부터 휴스턴항의 업무가 재개됐다는 공지를 받아 주요 화주들에게 업무가 재개됐음을 알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비에 이어 허리케인 어마도 플로리다주를 강타해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순 없다. 특히 어마는 11일 밤 조지아와 앨라배마 등으로 이동할 것으로 관측돼 현대·기아차 공장과 협력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 앨라배마법인은 12일 전자공시를 통해 공장 가동을 현지시각 11일 2조에서 13일 1조 (만 이틀간)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자연재해에 따른 안전사고 예방 등의 영향으로 생산중단을 결정한 앨라배마법인은 이번 공장가동 중단으로 8조2174억원(2016년 연결기준 매출액대비 8.77%)의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공시했다.

해운물류업계에선 허리케인 규모가 상당해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는 말도 일리는 있지만 그동안 판매량 저조로 재고가 쌓였던 점에서 공장가동을 잠시 중단했을 거란 전망을 조심스레 내놨다.

한편 허리케인의 반사이익으로 현대·기아차 판매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미국 동남부지역이 대거 침수되면서 불가피하게 신차 구매수요가 급증할 거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 한 선사 관계자는 “허리케인 영향에 신차 구매량이 늘어나면 조만간 CKD화물 선적량도 늘어날 수도 있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거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 물류기업 관계자는 “허리케인 영향으로 침수된 지역 대부분은 농장 인근인 탓에 일반적인 세단형 완성차보다 대부분 농장용 트럭(farm truck)수요가 많다”며 “현대·기아차의 판매량 반사효과로 이어지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마에 이어 후속 허리케인 호세도 북상하면서 생필품과 구호물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거란 의견도 나온다. 한 선사 관계자는 “중국발 월마트물량이 휴스턴으로 대거 수송되고 있다”며 “추수감사절 등 성수기 물량과 경제복구를 위한 생필품 물량이 대거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발 밀어내기 효과로 선복수급 ‘빠듯’

그런가하면 중국 공장의  일시적인 가동 중단으로 밀려 있던 수출화물이 다시 실리면서 일시적인 선복난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8일까지 중국 톈진에선 제 13회 전국체전이, 샤먼에선 브릭스(BRICs) 정상회담이 각각 개최됐다. 중국 정부가 세계적인 행사 개최를 앞두고 대기환경 개선에 나서면서 주요 제조업 공장들은 작업을 대거 중단했다.

선사들은 행사기간 동안 미국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용 전통 성수기 물량을 선적하지 못했다가 행사가 마무리 된 지금에서야 화물을 대거 수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항운거래소(SSE)는 현지시각 11일 상하이항에서 출항하는 미주항로 평균 소석률(선복대비 화물적재율)이 95% 대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10월 국경절 연휴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 국경절 연휴는 공식적으로 8일간 이어져 공장가동이 오랜 기간 중단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추석연휴가 10월2일 임시공휴일까지 포함되면 최장 10~11일간 공장가동을 멈출 수도 있다. 10월 추석연휴를 앞둔 밀어내기 물량을 처리하느라 선사와 만재화물(FCL)을 수송하는 포워더들은 일시적으로 바쁜 기색을 보였지만, 연휴 직후엔 당장 수출할 화물이 마땅치 않다는 입장이다.

미주항로를 기항하는 한 선사 관계자는 “톈진발 물동량이 행사기간 동안 반 토막 날 정도로 줄었다가 행사가 마무리된 후부터 물량이 대거 선적되고 있다”며 “여기에 중국 국경절연휴와 우리나라 추석연휴가 10월초 겹치면서 9월에 화물을 실으려는 화주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선사 관계자들은 중국발 물량 밀어내기가 심해지면서 국내 선복할당량이 크게 줄어들고 9월 물동량도 크게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10월 연휴에 대비해 미주항로를 기항하는 선사들은 임시결항(블랭크세일링)을 앞두고 있다. 해운·물류업계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에는 2M 오션 디얼라이언스 등 세 얼라이언스가 서안행 서비스에 한 항차씩 임시결항에 나설 예정이다. 셋째 주에는 현대상선과 짐라인 2M 오션이 서안행 노선에 1항차씩, 일부 선사는 미 동안 올워터서비스에 임시결항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선사 관계자는 “9월 수출물량 흐름은 추석연휴 전까지 상당한 호조세를 보이겠지만, 남은 기간이 2주에 불과하고 추석연휴 밀어내기 물량까지 선적되면 올 한 해 북미항로 장사는 거의 끝난 셈”이라며 “전년대비 휴일이 크게 늘어나면서 한창 성수기 물량이 나가야 할 때 실어 나를 화물이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그는 “완성차 판매량 부진에 협력사 물량까지 연쇄 타격을 입으면서 성수기인 지금 비수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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