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2 14:02

송년특집 기획/ 합종연횡 이어 다시 고개드는 외형경쟁

물류시장 운임인상 사드 악재로 울상
국내조선 수주실적 개선했지만 ‘첩첩산중’


2017년 한 해 해운시장은 지난해의 부진을 만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선형별로 상승 폭은 차이를 띠었다. 벌크선 시장은 운임지수(BDI)가 2배 가까이 오르며 선전했다. 올해 평균 BDI는 1138로, 지난해의 673에서 69% 상승했다.

특히 18만t급 안팎의 케이프사이즈선박 일일용선료는 지난해 평균 6374달러에서 올해 평균 1만4974달러로 2배 이상 상승했다. 7만t급 파나막스 선박 용선료는 지난해 5562달러에서 올해 9716달러로 75%, 5만t급 수프라막스 선박 용선료는 지난해 6236달러에서 9309달러로 49% 인상됐다.

컨테이너선 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괄목할 만한 호조를 보여줬으나 상승 폭은 벌크선보다 크지 않았다. 상하이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평균 649에서 올해 평균 829로 28% 올랐다.

원양항로와 근해항로 모두 상승곡선을 그렸다. 원양항로 평균운임은 200달러 안팎으로 인상됐다. 상하이-미국서안은 지난해 1272달러에서 올해 1491달러로 17% 상승했고, 상하-북유럽은 1년 사이 690달러에서 878달러로 27% 올랐다. 한중항로 수입 평균운임은 지난해 99달러에서 올해 140달러로 변화됐다.

국내 해운기업들의 영업성과는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법정관리를 졸업한 뒤 하림그룹과 SM그룹에 각각 인수된 팬오션과 대한해운은 밝은 모습을 보인 반면 현대상선과 흥아해운 등은 시장 상승 효과를 향유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3분기까지 실적을 발표한 12개 선사 중 7곳이 영업이익, 5곳이 당기순이익 흑자를 냈다. 영업이익에선 대한해운이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 9개월간 2.4배의 성장 폭을 그렸다. 이밖에 KSS해운이 34%, SK해운이 22%, 팬오션과 대한상선이 19%의 증가율을 각각 신고하며 해운업계 수익률 상승을 이끌었다.
 

당기순이익을 낸 곳은 팬오션 대한해운 대림코퍼레이션 대한상선 KSS해운 등이었다. 다만 대한해운과 KSS해운을 제외하고 대부분 뒷걸음질 쳤다. 회사 분할 후 재탄생한 SK해운은 영업이익에선 흑자를 시현했지만 순이익에선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폴라리스쉬핑은 영업이익 흑자를 거뒀지만 선박 사고 여파로 순이익에선 적자를 냈다.

12개 선사의 매출액 합계는 8조5945억원으로 17%의 성장률을 띠었다. 외형이 늘어난 곳은 7곳이었다. 현대상선 팬오션 대한해운 대한상선 대우로지스틱스 KSS해운 등이 2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한진해운을 계승한 SM상선의 가세도 해운업계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中 코스코 유럽에 해운패권 도전장

원양항로에선 선사들 간 합종연횡이 줄을 이었다. 선복량 1위 선사 머스크라인은 중남미 강자 함부르크수드를 인수하면서 선복량을 300만TEU에서 400만TEU대로 대폭 키웠다. 코스코는 홍콩선사 OOCL을 인수하며 3위 선사로 도약을 꾀하고 있고 일본 해운 3사는 통합으로 내년 4월 본격 운항을 준비 중이다. 선복량 상위 20위권내에서의 인수 합병이 얼추 마무리 되자 선사들은 한동안 주춤했던 신조 컨테이너선 발주에 뛰어들고 있다.

인수합병(M&A) 열풍 이후 선복량 확대를 위한 상위권 선사들 간 경쟁이 일단락 된 듯싶었지만 2만TEU급 발주가 줄을 이으면서 또다시 불이 붙었다. 9월 선복량 세계 3위 프랑스 선사 CMA CGM이 신조 컨테이너선을 발주한 데 이어 세계 2위 스위스 선사 MSC도 이에 질세라 발주에 나섰다. 중국 코스코의 외형 확장 전략에 맞대응하기 위해서다.

한때 유럽선사들의 무자비한 선복량 확대를 배경으로 치열한 치킨게임이 벌어졌던 정기선 시장은 한진해운의 파산과 선사들 간의 인수합병(M&A)으로 짧은 안정을 맛봤다. 여기에 몇 년간 침체일로를 걷던 동서항로 수요가 살아나면서 시황은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 코스코가 차이나쉬핑 흡수에 이어 OOCL까지 인수하며 판 흔들기에 나서면서 시장은 다시 혼미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코스코는 최근에는 2만TEU급 컨테이너선 신조에 나서면서 그동안 유럽선사들 간에 벌어지던 톱3 순위경쟁에 아시아계 선사로 비집고 들어섰다.

국영기업으로 정부의 막강한 지원을 등에 업은 코스코의 움직임에 한동안 공급 확대를 자제하던 유럽계 선사들은 다시 초대형컨선 발주에 나서고 있다. 개별 선사들의 발주에는 시장 수급보다 시장점유율 유지가 더욱 큰 부분을 차지한다. 상위권 선사들은 인수와 신조발주로 규모를 키우고 있지만 결론은 모두 선복량 확대로 귀결되고 있다.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머스크의 여유

머스크라인은 몇 년 전부터 새로운 선박을 발주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초대형컨테이너선 발주의 선두주자였던 이 선사는 이미 1만8000TEU급 1세대 트리플-E 시리즈 11척을 인도받았고 2만500TEU급 트리플-E 두 번째 시리즈의 컨테이너선 11척을 발주하고 9월말까지 2척을 인도받았다. 이후 머스크라인은 선박발주 대신 전략적 인수를 택하며 몸집을 키우는 방법을 택했다.

머스크라인은 중남미 강자였던 함부르크수드의 55만TEU를 흡수하며 선복량을 키울 수 있었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12월20일 기준 머스크라인의 선복량은 414만TEU, 발주잔량은 22척 24만TEU로 전체 선복의 5.5%에 해당된다. 이미 몸집을 키워놓고 과잉공급을 우려하는 머스크라인의 이중적인 모습에 업계가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MSC의 선복량은 313만TEU로 발주잔량은 전체 선복의 11.3%로 20척 35만7330TEU다. 머스크라인과는 현재 100만TEU의 선복량 격차를 보이고 있다. MSC의 입장에서는 CMA CGM의 발주 소식에 치고 올라오는 코스코와의 격차를 벌리기에 신조 발주가 가장 솔깃했을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들이 앞 다퉈 인수에 뛰어들 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만큼 인수에 관심이 적은 데다 이미 대대적인 M&A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매력적인 매물을 찾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CMA CGM은 249만TEU의 선복량을 확보하고 있지만 타 선사 대비 1만80000TEU급 이상 선박들이 적어 신조발주를 고민해왔다.

이미 싱가포르 선사 APL을 인수했기에 또 다른 선사를 인수하기 보다는 낮은 신조선가로 선박 발주에 나서 선복량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안정적인 선택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럽계 선사가 가장 견제하는 대상은 중국이다. 코스코가 M&A와 신조 발주를 통해 선복량을 급격히 늘리자 톱3 구축에 위기가 찾아왔다. 코스코는 이미 2만TEU급 선박을 확보한 OOCL인수와 별도로 자체적으로 2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중국 상하이와이가오차오조선에 발주하고, 1만3500TEU급 컨선 8척을 장난조선에 발주하는 등 유럽계가 주도한 외형경쟁의 흐름을 아시아로 끌어오는데 성공했다.

상위권 선사들의 발주는 과잉공급 우려를 낳고 있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MSC의 발주까지 포함하면 1만8000TEU급 이상의 메가 컨테이너선은 총 125척으로 늘어난다.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은 올해 21척, 내년에는 26척이 인도될 예정이다.

2019년 11척 인도를 마지막으로 신규 수주가 없던 정기선시장에 양대 유럽선사의 발주 20척은 다시 균열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이미 선사들은 대규모 M&A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저마다 신조발주에 나서며 순차입금이 높아진 상태다.

선사들의 메가 컨선 발주는 얼라이언스의 양극화도 부추기고 있다. 머스크라인과 MSC의 2M얼라이언스는 1만8000TEU급 이상의 컨테이너선이 62척 운항중이며, 코스코와 CMA CGM이 참여하고 있는 오션은 60척이 운항중인 반면, 양밍과 에버그린 등이 참여하고 있는 디얼라이언스는 12척에 불과하다.
 

얼라이언스 재편에 부산신항 타부두환적 표면화

신규 해운 얼라이언스 재편은 부산신항 기항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부산신항에선 선사와 터미널운영사가 신규 계약에 나섰고, 기항 터미널도 크게 바뀌었다. 2M(머스크·MSC)은 2부두 부산신항만(PNC)에서 1부두 부산신항국제터미널(PNIT)과 3부두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HJNC)로 나뉘어졌다.

새로 편성된 디얼라이언스는 2부두, 오션얼라이언스는 O3가 기항하던 5부두 부산신항컨테이너터미널(BNCT), 현대상선의 환태평양 노선은 4부두 PSA 현대부산신항만(PSA HPNT)으로 기항을 결정했다.

문제는 2M처럼 개별 터미널과 1대1 단독계약이 아닌 이중으로 계약에 나설 때다. 특히 환적화물 하역을 한 곳이 전담하지 않고 여러 부두에서 처리하면 터미널 간 타부두환적(ITT) 문제가 불가피해진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신항에서 발생한 타부두환적 물동량(신항-북항 환적 포함)은 192만3000TEU로 신항 환적물동량 734만9000TEU의 26%를 차지했다. 이중 신항 내에서의 ITT물동량은 163만TEU를 기록했다. ITT물동량 증가율도 2011년 이후 연평균 9.8%씩 증가하고 있다.

4월 얼라이언스 재편 전후 월별 ITT물동량이 두드러진 곳은 2M+HMM이었다. 2M은 1월과 2월 ITT 물동량이 각각 4만TEU 초반대에 머물다, 5월엔 9만TEU로 훌쩍 뛰었다. 1~5월 타부두로 운송된 물동량은 약 33만개였다. 오션은 같은 기간 16만4000TEU를 기록해 뒤를 이었지만 변화폭이 크지 않았다. 16만2000TEU의 ITT물량이 발생한 디얼라이언스는 1·2월 각각 2만9000TEU의 ITT물량이 발생하는 데 그쳤지만 4월엔 3만8000TEU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신항 터미널업계 관계자들은 얼라이언스 재편 이후 선대교체 물량도 늘어난 만큼 4~5월 수치로 ITT가 많은 것처럼 과대해석을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재편을 전후해 얼라이언스들이 기존 처리하던 컨테이너를 다른 부두로 옮기는 과정에서 3월부터 6월까지 물량이 일시적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부산항만공사(BPA)와 신항 터미널업계가 집계한 9월 ITT물동량은 6만9000TEU(신항 물동량의 15.5%)로, 전년 동월 14.8% 대비 큰 변화가 없었다. 5개 터미널 중 4곳은 대부분 얼라이언스 재편을 앞두고 타부두환적 물동량이 크게 증가했다가 최근 급격하게 줄어드는 추세다.

한편 BPA는 이러한 불편과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터미널 간 내부이동을 막고 있는 울타리 일부를 개방해 5개 부두를 마치 하나의 부두처럼 내부에서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

1부두와 다목적부두인 BNMT, 4부두 PSA HPNT 간 울타리를 허문 것을 시작으로 2부두와 3부두, 4부두와 5부두간 장벽을 없애 3부두에서 5부두까지 한 번에 다닐 수 있게 됐다. 업계는 그동안 비용과 안전문제, 게이트 통과 시 점검하는 컨테이너 데미지 여부 등으로 반대가 많았지만 신항 효율성 제고를 위해 울타리제거를 수용했다.

선사들도 ITT를 줄이기 위해 자생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일부 선사는 접안일정을 개편해 한 부두에 한번만 접안하던 걸 ITT물량을 보내야 하는 부두에도 추가 접안하는 식으로 개편해 물류비용을 최소화할 거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BPA와 해운항만업계는 내부운송로 구축과 시장의 자생적인 노력으로 ITT물동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운사 터미널 확보 ‘인수로’ 방향 전환

얼라이언스 재편은 글로벌터미널운영사(GTO)들의 투자전략과 영업망 관리에도 큰 변화를 초래했다. 특히 자가 소유 터미널을 운영하기 위해 터미널사업에 뛰어든 선사에서 큰 변화를 보였다. 이런 경향은 3대 얼라이언스에 속한 대부분의 선사에서 두드러졌다. 가령 머스크라인은 계열사인 APM터미널, 코스코그룹은 코스코쉬핑포트(코스코퍼시픽+차이나쉬핑터미널)와 협업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국 상하이국제항운연구중심(SISI)은 얼라이언스 소속 선사들이 자가 터미널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이유에 대해 “선사들의 GTO 사업은 하역요율 절감이 절대적인 원인으로 꼽히지만 터미널에서 발생하는 각종 변수도 한 몫 한다”며 “투자한 터미널을 놀리기보다 얼라이언스와의 연간계약으로 상당한 매출고를 올릴 수 있고 본선작업도 우선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세계 해운시장에 초대형선박 시대가 본격화 되면서 선박은 전환배치(캐스케이딩)되었고, 기항지와 기항 빈도는 줄어들었다. 이 가운데 오션 소속 코스코쉬핑이 운영하는 중화권지역의 GTO 코스코쉬핑포트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오션은 올 한 해 중간 기항지인 중동과 홍해지역에 수백 척의 선박을 공동 배선했다. 터미널로선 오션의 기항 빈도가 가장 많아 상대적으로 큰 수혜를 입었다.

코스코쉬핑포트는 “얼라이언스와 고객에 고품질 종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상호보완적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며 “그룹의 터미널 허브망 구축과 항만처리능력 향상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세계 주요 항만과의 교류를 넓혀 시장점유율을 공고히 하고, 수익성 개선을 위해 터미널 포트폴리오와 운영효율성 최적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일부 선사에서 터미널을 새롭게 구축하기보다 인수하는 데 초점을 두는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 전 세계 많은 항만은 얼라이언스 재편에 따른 서비스 개편에 따라 추가 선박을 유치하기 위해 부두 확장에 투자하거나 인프라를 개선했다. 하지만 선사들은 네트워크 조정과 거래 절차 등이 복잡해지면서 터미널 신규투자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선사나 터미널운영사가 건설보다 인수에 초점을 두는 이유다.

이들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신규 터미널을 구축하기보다 현지 시장점유율을 이어가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지역 중소터미널 인수에 방점을 뒀다. 터미널을 인수하면 신규 건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불상사를 막을 수 있고, 시장점유율도 빠르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APM터미널의 브라질 그룹마리팀TCB 지분 인수와 중국 초상국의 CMA-CGM 터미널링크 지분 인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SISI는 “일부 핵심 허브 항만을 제외한 중소항만들은 점점 얼라이언스의 투자대상이 될 것”이라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지역 부두운영사를 직접 인수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진해운 침몰 여파’ 포워더 선복난 ‘발동동’

국제물류주선업계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여파와 중국발 사드보복 등의 악재로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연초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시즌이 임박하자 국내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들은 화물 선적에 동분서주했다. 미주항로에서 7% 안팎의 물동량 점유율을 기록했던 세계 7위 선사가 청산 수순을 밟자 소속 얼라이언스 해운사들은 한국 시장에 등을 돌렸다.

한진해운이 빠지고 동맹선사들의 우리나라 입항이 늘어나지 않은 탓에 포워더들은 화물 선적에 애를 먹었다. 게다가 비수기를 맞아 감축 운항에 돌입하는 해운사들의 공지가 잇따르면서 화물을 싣지 못한 포워더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운임을 더 얹어주면서까지 선적을 요청해도 원양항로를 통해 화물을 보내는 게 어려웠다.

지난해 손실을 봤던 선사들의 강력한 운임회복움직임에 일방적으로 거래를 끊는 화주들의 움직임도 포착됐다. 회복과정에서 일부 화주들은 선사들의 운임인상(GRI)에 응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선사와 화주의 연결고리인 포워더가 손실을 떠안는 걸 알면서도 물류비 부담에 한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화주가 인상운임 적용을 거부하면 결국 중간상인 포워더는 손실을 떠안고 장사를 해야만 한다. 운임 변동에 탄력적으로 물류비를 적용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계약서도 무용지물이라는 게 포워더들의 전언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중형화주들의 횡포가 대단했다”며 “대기업도 그렇지만 중견기업들도 화물을 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갑 노릇을 하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중국발 사드 악재도 포워더들에게 골칫거리로 작용했다. 여행·관광, 전자, 의류 등에서 종사 중인 우리나라 기업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우리나라의 피해액은 최대 1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포워더들은 중국으로 보낸 화물이 현지에서 통관·검역이 거부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했다고 전했다.

한국발 화물은 통관 시 순서가 뒤로 밀리거나 검사를 이유로 몇 일씩이나 발이 묶였다. 화주의 통관 일정 문의에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포워더들이 상당했다. 중국에서의 통관 업무가 지연되다보니 화주로부터 받은 화물은 점점 늘어나게 되고, 결국 창고에는 컨테이너만 켜켜이 쌓여갔다.

포워더와 화주의 불안감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해운선사들의 잇따른 M&A 소식도 포워더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화주로부터 선적 의뢰를 받아 해운사에 화물을 실어야 하는 포워더로서는 뭉치기식의 전략을 펴고 있는 해운시장 정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북방물류 ‘이전투구’ 수익성 곤두박질

올 한 해 북방물류시장에 불고 있는 찬바람은 도무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유라시아 주요 국가들의 교역량이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포워더들이 느끼는 시황 체감도는 매우 쌀쌀했다. 기

업들의 단가 후려치기, 프로젝트 수주량 감소, 컨테이너 화물열차 발차 지연, 2자물류기업과 글로벌기업들의 시장잠식 등은 국내 토종포워더들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올해는 그나마 시황이 한껏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품었던 물류사들의 희망 실현은 내년으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과거 해상운송에서부터 하역, 통관, 육상운송 단계까지 원스톱으로 일을 맡겼던 해외 발주처들은 최근 물류를 여러 부분으로 쪼개 입찰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를 세분화하고 비용을 줄이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이면엔 주요 물류를 자국 기업에게 맡겨 물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국내 물류사들의 수익도 과거에 비해 줄어들 수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최근 CJ대한통운은 이브라콤뿐만 아니라 10월 베트남 1위 물류사인 제마뎁의 물류부분을 인수하며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기존 북방물류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온 중소포워더와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우며 시장 점유율을 강화해 나가고 있는 2자물류사, 그리고 글로벌포워더들의 불꽃 튀는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은 운송단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실적악화라는 결과를 낳는다.

중소포워더들의 상황은 더욱 암담하다. 계약을 따내지 못한 중소포워더들은 재벌기업 물류자회사나 글로벌포워더로부터 재하청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있는 와중에도 물류사들은 목을 매고 입찰에 서류를 내고 있다.

포워더들은 러시아에서 시작된 컨테이너장비난(難)이 CIS까지 확산되며 연초 대비 화물철도 운임이 상승했다고 입을 모았다. 물류사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하는 20피트 컨테이너(TEU)당 평균 운임은 6000달러 중후반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향 TSR 운임은 3000달러 중후반을 기록했다. 컨테이너 장비 부족으로 운임이 상승했다는 평가다.

올 하반기 북방물류시장은 컨테이너 박스 수급에 애를 먹었다. 중국 정부가 올해 1분기 컨테이너 제작 시 수성페인트 사용을 법적으로 의무화하자 리스사들의 제작 비용은 늘어났다. TEU 박스 신조 가격은 2000달러를 웃돌았다. 40피트 하이큐빅 컨테이너 박스도 4000달러(약 450만원)에 달했다. 일부 포워더들은 오른 물류비를 화주에게 전가하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렀다.

대부분 포워더들은 시황회복을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유라시아지역의 경기개선이 지표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기업들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다. 관건은 본격적인 턴어라운드 시기가 언제가 될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절대적으로 물량이 적은 상황에서 경쟁은 심화되고 있어 포워더들의 수익성은 날로 악화되어 가고 있다. 시황이 나아질 때까지 출혈경쟁을 감수해야만 한다.
 


한국조선 ‘수주잔량 1500만CGT 붕괴’

올해 국내 조선사들은 모처럼 쏟아진 대형선박들을 잇따라 수주하며 조선 강국의 체면을 가까스로 지켰다.

조선 빅3의 올해 목표 수주금액은 총 185억7000만달러였다. 현대중공업 75억달러, 삼성중공업 65억달러, 대우조선해양 45억7000만달러다. 11월 말까지 현대와 삼성은 연간 목표를 조기 달성한 반면 대우조선은 목표의 60% 수준인 29억달러를 수주하는데 그쳤다. 대우를 제외한 모든 조선사들이 목표를 달성한 것.

올해 탱크선과 컨테이너선 LNG선의 발주 증가는 국내 조선사들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특히 탱크선 해운시장 호전이 한국 조선시장의 점유율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여기에 컨테이너선과 LNG선 발주 증가도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량 상승으로 연결됐다.

유조선과 제품운반선 등 탱크선의 비중이 50%를 보이고 있고 LNG선과 컨테이너선까지 합치면 약 90%에 달한다. 실적이 개선됐지만 국내 조선시장의 수주량은 여전히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3분기 누적 건조량은 전년 대비 11.5% 감소한 877만CGT(수정환산톤수)를 기록했다. 수주잔량 감소세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올해 1월 수주잔량은 2000만CGT대가 깨졌으며, 8월 말엔 1600만CGT대까지 떨어졌다. 연내로 1500만CGT대 붕괴가 예상된다.

우리나라 대형 3사의 연간 생산능력은 약 1400만CGT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2년 안에 1000만CGT 아래로 떨어진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가동을 멈추고 ‘강제 휴식’에 들어가는 시설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수주잔량에서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앞섰다. 영국 클락슨에 따르면 일본의 11월 말 현재 수주잔량은 1583만CGT로 1580만CGT를 기록한 우리나라를 앞지르며 전 세계 수주잔량 순위에서 2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우리나라 일본과 비교해 2배 가량 많은 2705만CGT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지켰다.

1~11월 누적 전 세계 발주량은 1951만CGT(725척)로 전년 동기 1168만CGT(536척) 대비 783만CGT 증가했다. 국가별 누계 수주실적은 중국 713만CGT(324척), 한국 574만CGT(152척), 일본 182만CGT(83척) 순이었다.

국내 조선 ‘빅3’는 올해도 흑자기조를 이어갔다. 지난해 해양플랜트 공사손실 충당금이 실적에 반영된 점과 올해 원가절감 노력과 구조조정 등의 경영합리화를 추진한 게 흑자 배경으로 꼽힌다.

올해 3분기 현대중공업은 매출 3조8044억원과 영업이익 93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7.3% 20.8%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197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1930억원 대비 2.1% 증가했다.

삼성중공업은 매출 1조7519억원, 영업이익 236억원의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3분기 매출은 전 분기(2조2997억원) 및 전년 동기(2조7778억원)에 비해 각각 23.8%, 36.9% 감소했다. 이는 일부 독(Dock) 가동 중단 등 건조물량 감소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3분기 영업이익은 2016년 3분기 이후 5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영업이익은 236억원을 기록, 전년 841억원 대비 71.9% 급감했다. 순이익 역시 2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8% 뒷걸음질 쳤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대우조선은 3분기 매출액 2조4206억원, 영업이익 2065억원, 당기순이익 45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약 19.8%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흑자전환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8조6087억원, 영업이익 1조945억원, 당기순이익 1조5340억원으로, 특히 영업이익은 2011년 이후 6년 만에 1조원대를 넘기게 됐다.
 

< 이경희 부장 정지혜 기자 최성훈 기자 류준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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