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9 14:03

기획/ 한중카페리, 금융 안돼 한국서 배 못지어

정부 지급보증으로 해운-조선 상생 지원 필요


한중카페리선사들의 신조선 도입이 붐을 이루면서 여객선 신조금융 문제가 표면화되고 있다. 선사들은 국내에서 금융 조달이 어려워 중국 조선소를 찾고 있는 형편이다.

16개노선 중 현재 8개 노선이 신조선을 지었거나 짓기로 확정한 상태다. 이 중 7개 노선이 중국조선소를 택했다. 최근 평택-룽옌항로를 다시 연 영성대룡해운도 중국 황하이조선소를 신조 파트너로 정했다. 우리나라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곳은 위동항운 하나뿐이다. 위동항운은 인천-웨이하이에 투입할 예정인 <뉴골든브리지7>호를 현대미포조선에서 짓고 있다.

선사들이 중국 조선소를 선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선가와 선박금융 때문이다. 특히 건조자금 확보가 수월하다는 점은 선사들에게 큰 유혹이다. 황하이조선에서 선박을 지은 선사들은 조선소에서 신조비용까지 패키지로 지원해줘 자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조선은 사정이 다르다. 조선소는 신조만 책임질 뿐 자금 조달은 선사에서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특히 최근엔 여객선사들의 선박금융이 ‘하늘의 별따기’가 돼버렸다. <세월>호 사고와 한진해운 사태 이후로 은행들이 선박의 자산가치를 낮게 보는 데다 여객선은 아예 담보물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의 정책금융기관도 카페리선 신조 금융엔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현대미포조선에 선박을 발주한 위동항운은 신조비용의 50%를 자체 조달했다. 자담비율이 10% 안팎인 일반적인 선박금융과는 대조된다. 정부의 지급보증이 현재의 여객선금융 경색을 푸는 해법으로 제시된다.

카페리선사 관계자는 “카페리선의 담보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현재의 금융 상황에선 국내에서 카페리선을 짓는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정부에서 지급보증을 해주겠다고 나서야 앞으로 짓게될 신조 카페리선을 한국 조선소로 가져올 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조선 도입한 석도국제훼리 항로증편 담금질

군산-스다오 노선 추가 개설은 업계의 또다른 관심사다. 한중 양국 정부는 지난 1월 열린 해운회담에서 카페리선 1척을 추가로 넣어 군산-스다오 노선을 주 6항차의 매일운항체제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해양수산부가 사업자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인 가운데 같은 항로를 취항 중인 석도국제훼리가 강력한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석도국제훼리는 군산시 등 지역사회와 함께 항로 증편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특히 지난달 7일 여객정원 1200명, 화물정량 250TEU의 1만9950t(총톤)급 신조선 <신석도명주>(New Shidao Pearl)호를 인도받으면서 선박 확보도 마친 상태다.

군산시는 한국지엠과 현대중공업 등 주요 기업이 철수하는 상황에서 항로 증편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업자 선정을 빠르게 진행해 한두 달 사이에 항로가 개설해야 한다고 해수부를 압박하고 있다.

석도국제훼리도 일일 2만5000달러에 달하는 신조선의 용선료를 보전하기 위해선 항로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사 측은 당초 신조선을 기존 노선에 투입했다가 신설항로로 옮겨서 띄울 계획이었다. 하지만 신설항로엔 신조선을 띄워야 한다는 양국 정부 방침에 따라 인도받은 신조선을 현재 항구에 세워두고 항로 개설이 확정되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평택-룽옌 재개’ 화물 호조

한중카페리시장의 여객실적은 여전히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중카페리협회(KCCA)에 따르면 지난해 16개 한중카페리항로의 수송실적은 여객 126만7090명, 화물 52만7020TEU를 기록했다. 2016년의 152만5130명 52만560명에 비해 여객은 16.9% 감소했고, 화물은 1.2% 성장했다.

여객은 중국정부의 사드보복조치가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금한령으로 단체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기점으로 금한령이 풀릴 것으로 기대했으나 아직까지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카페리선을 이용한 중국인은 100만9850명으로, 1년 전의 121만2100명에서 17% 감소했다. 한국인 이용객은 18% 감소한 24만2180명이었다. 사드사태로 한국인들의 중국 방문도 같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16개 노선 중 3곳만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월별로 보면 2월 한 달 ‘깜짝성장’을 제외하고 모두 뒷걸음질 행보를 보였다. 감소 폭도 10% 이상으로 컸다. 특히 사드사태가 표면화된 4월엔 43%의 역신장세를 기록했다. 사드사태 이후 9월 한 달만 5%대의 비교적 ‘낮은’ 감소율을 보였을 뿐이다.

 


 
화물은 폭은 크지 않지만 사드사태에도 성장곡선을 그렸다는 게 고무적이다. 16개노선 중 9곳이 플러스성장을 신고했다. 평택-웨이하이(평택교동훼리) 22.1%, 인천-스다오(화동해운) 15.8%, 평택-옌타이(연태훼리) 13.2% 등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한 노선도 포착된다. 위동항운의 인천-웨이하이 노선은 8.6% 성장한 5만8251TEU로, 화물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사드사태로 수출화물이 발목 잡힌 상황에서 중국발 수입화물은 상승세를 탔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반면 인천-잉커우(범영훼리)와 인천-롄윈강(연운항훼리)은 16%의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해 대조를 보였다. 중국횡단철도(TCR) 출발지로, 취항 이후 화물 부문에서 강세를 띠어온 롄윈강 노선의 부진은 사드사태의 후유증 때문이란 평가다.

화물이 호조를 보였다고 하지만 수급 상황은 여전히 안 좋은 편이다. 지난해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적재율)은 49.6%에 그쳤다. 2년만에 다시 50%대 밑으로 떨어졌다. 한중카페리항로 소석률은 지난 2015년 47.1%에서 2016년 50%로 올라선 바 있다.

올해 들어선 여객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화물의 신장 폭은 다소 확대됐다. 1월 한 달 여객은 17% 감소한 9만2631명, 화물은 7% 늘어난 4만4370TEU를 기록했다.

화물의 경우 평택-룽옌(영성대룡항운) 노선 운항 재개가 실적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이 노선은 중단된 지 1년2개월만인 지난해 12월26일 다시 열렸다. 선사 측은 운항 중단 전 투입했던 팬스타페리의 로로화물선 <스타링크원>을 다시 용선했다. 2년6개월간 화물선을 운항하다 신조 여객선으로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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