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31 14:14

기획/ 미중 무역분쟁이 불러온 ‘북미항로 호황’ 운임 고공행진

5개월새 해상운임 1000弗 급등…웃돈 줘도 못실어
항공시장까지 ‘중국효과’로 시황상승


미중무역분쟁으로 양국의 교역량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북미항로 해운시장은 역설적으로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주요 수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중국발 물량이 폭증한 까닭이다. 당초 대규모 관세 부과가 9월에 진행될 거라는 의견들이 많았지만 반영시기가 늦춰지면서 불안해진 중국 화주들은 관세가 부과되기 전에 수출화물을 대거 밀어내기 하려는 모습이다.

시기상 성수기에 돌입한 북미항로는 중국발 밀어내기 물량, 태풍에 따른 선적작업 지연, 선사들의 노선감편까지 맞물리며 과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예상치 못한 중국발 물량 밀어내기가 2개월 연속 지속되면서 해상운임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미 동안 FAK운임 3500弗…연중 최고치

중국발 북미항로의 운임은 6월 하순부터 매주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8월24일 상하이발 북미서안행 운임은 FEU(40피트 컨테이너)당 2126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서안행 운임이 2100달러를 돌파한 건 1년7개월 만이다. 3월 한때 900달러 중반까지 뒷걸음질 쳤던 북미서안행 해상운임은 6월22일 1194달러를 기점으로, 1500달러 1600달러 1800달러 2000달러 순으로 급격한 상승세를 이어오며 약 1000달러 이상 인상됐다.

북미동안행 해상운임도 서안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4일 상하이발 북미동안행 운임은 3329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3000달러를 호가한 건 1년6개월만의 일이다. 3월 한때 2000달러를 밑돌던 운임은 2000달러 초중반선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오다가, 6월 하순부터 2000달러 후반대로 급격하게 올라섰고 8월 들어 3000달러를 돌파했다.

한국발 해상운임도 호조세가 계속되고 있다. 국내 해운물류업계에 따르면 29일 현재 부산발 북미서안행 품목무차별(FAK) 운임은 2000달러 초중반대, 북미동안행은 3000달러 중반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15일 각 노선에 기본운임인상(GRI)까지 더해지면서 운임이 큰 폭으로 올랐다. 15일 뒤인 9월1일에도 주요 선사들은 GRI에 나설 예정이다. 해운물류업계는 최근의 운임 고공행진이 2016년 하반기를 달궜던 한진해운 사태 당시보다 더 급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포워딩(국제물류주선)업계는 선복을 우선 확보하려면 FAK운임에 ‘웃돈’(프리미엄)을 내야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선사는 일반컨테이너에 약 800달러, 40피트 하이큐브 컨테이너에 약 900달러의 웃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화주들은 9월 GRI가 대거 반영되면 선복확보를 위한 웃돈과 포워더의 수수료까지 합쳐 컨테이너 한 박스를 현지 터미널장치장(CY)까지 수송하는 데 약 5000달러의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물류기업 관계자는 “미국이 10%의 관세를 부과할 때 중국은 위안화 절하에 따른 원가경쟁력 확보로 대처했지만, 미국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전하자 (대응책이 없다고 판단한) 중국 화주들이 3개월치 물량을 한 달 만에 대거 밀어내고 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앞다퉈 북미노선 감축…한국화물 선적지연 속출 

중국이 무역분쟁 여파로 물량 밀어내기에 나서는 가운데 이 항로 취항 선사들은 서비스 감편으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공급 부족이 가시화되자 중국 화주들은 서둘러 화물을 수송하기 위해 값비싼 FAK운임을 지불하고 있다.

선사와 포워더가 계약하는 SC(운송계약)운임이 현재의 호가를 반영하지 못하다보니 SC로 맺은 화물의 선적은 대거 지연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계약물량(자동차부품·레진)이 많아 현재의 호가를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선사들로선 중국에 선복을 대거 할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포워더들은 공급을 대거 줄인 선사들이 고운임을 띠고 있는 중국에 선복을 대거 배정하면서 선적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중국에 태풍이 북상하면서 모선작업이 늦춰졌고, 얼라이언스 선사들은 서안과 동안에 노선을 각각 감편해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2M얼라이언스는 밴쿠버·시애틀행 서비스 한 편을 감편했고, 디얼라이언스는 부산을 기항하던 ‘PS8’ 서비스를 중국 직기항 서비스인 ‘PS5’로 통합했다. 오션얼라이언스는 한국을 기항하지 않는 중국발 미주서안행 서비스 한 편을 감편했다. 물류업계는 세 얼라이언스의 서비스 개편으로 매주 약 2만TEU의 선복량이 사라지게 됐다고 예측했다.

동안 노선은 2M이 현대상선 대신 짐라인과 전략적협력(strategic cooperation)을 맺으면서 9월부터 공동운항에 나서는 게 화젯거리다. 이 노선에 2M은 5개, 짐라인은 2개의 독자서비스를 구축하고 있었지만, 9월부터 두 선사는 서비스를 하나씩 축소해 총 5개로 재편할 예정이다. 물류업계는 주간 선복량이 서비스 감편 여파로 약 1만4000~1만6000TEU 증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물류기업 관계자는 “선사들이 공급을 줄여놓은 상황인데 갑자기 중국발 수요가 급증해 9월 말~10월 초까지 선복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거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SC운임과 FAK운임이 큰 차이를 보이면서 선사들이 FAK운임으로 지불한 화물만 취사 선적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선사와 포워딩업계 간 계약한 SC운임과 FAK운임이 약 1000달러 이상 차이를 보이자, 선사들은 FAK운임으로 지불한 화물을 주력으로 선적하고 있다.

특히 비딩(입찰)제도가 정착한 우리나라는 계약물량을 고정운임에 보내는 게 대부분이지만, 수출물량이 쏟아지는 중국은 FAK 운임에 웃돈을 얹혀 보내고 있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중국발 북미서안행 FAK운임은 3000달러대, 동안행은 4000~500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수익성을 따질 수밖에 없는 선사로선 중국에 선복을 우선배정하고, 한국시장을 후순위로 미룰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화물 ‘취사선적’이 심화되자, 부산발 미국 동안행 올워터 서비스는 선적이 매주 이월(롤오버)되고 있다. 일부 업체는 2M서비스를 이용해 서배너로 매주 40피트 컨테이너 수십 박스를 선적하고 있지만 주당 2박스밖에 싣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워터서비스가 주 1항차에 불과하다보니 선적이 이월되면 현지 생산라인들이 모두 올스톱되는 상황까지 빚어질 수도 있다.

한 물류기업 관계자는 “최근 중국 화주들이 큰 폭으로 오른 FAK 운임을 지불하며 화물을 대거 선적하다보니 선사들이 SC로 맺은 자동차부품이나 중량이 많이 나가는 레진화물에 대해서는 선적을 대거 미루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중국시장처럼 FAK운임에 웃돈을 줘야 선복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진해운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한국 화주들이 선복을 확보하기 위해 SC운임을 포기하고 FAK운임으로 돌아서는 것도 쉽지 않다. SC계약은 화물을 수송하면 현지 터미널 장치장에 약 한 달 동안 무료장치기간을 누릴 수 있지만 FAK 운임으로 화물을 수송하면 무료장치기간이 약 4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수입화주들은 납기 문제로 국내화주들을 압박하면서도, 막상 항만에 도착한 화물을 찾아가지 않고 무료장치기간 동안 터미널장치장에 쌓아두는 실정이다.    

이 와중에 일부 국내 제조업체들의 경우 화물을 선적하기로 예약해놓고 실제 선적은 하지 않는 ‘노쇼’(예약부도)로 원성을 사고 있다. 최근 근로시간 주 52시간 규제로 국내 주요 공장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자, 컨테이너 작업 일정만 잡아두고 실제 선적은 하지 않는 것이다.

물류업계는 부산항 스케줄이 주말에서 수요일과 목요일로 이전돼, 화물적재 및 운송작업과 사전적화목록전송(AMS)을 사전에 마무리해야 하는데, 화물들이 제때 출하되지 않아 예약부도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물류기업 관계자는 “국내 공장들이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다보니 선적예약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요즘처럼 선복 확보가 어려울 때일수록 선사와의 신뢰관계가 중요한데 예약부도가 많아져 우려된다”고 말했다.

 


‘컨’ 운송에 1000만원…중국 국경절이 전환점 될듯

포워더들은 납기일이 급한 화물을 동안행 올워터서비스 대신 LA나 롱비치로 1차 수송한 후 동부지역까지 철송(MLB)이나 한 트럭에 2~3명이 번갈아가며 운전하는 ‘팀트럭킹’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해상운임에 철송서비스가 더해지면 목적지까지 약 5000~6000달러, 팀트럭킹(하역작업 포함)이 더해지면 약 9000달러(약 1000만원)에 육박한다.

팀트럭킹 요율은 전자식운행기록계(ELD) 설치 의무화 여파로 대폭 인상됐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장치장(CY)에서 200마일 내 거리는 100~200달러의 비용을 받고 있으며, 그 이상은 300~400달러를 추가로 받고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으로 트럭 유류비도 크게 올랐다. 또 아마존과 같은 전자상거래업체들이 배송기사들의 인건비를 한껏 끌어 올리면서 트레일러 운송인력들이 대거 아마존 등으로 거취를 옮겨 트럭공급이 빠듯한 상황이다.

해상과 내륙운송 서비스가 어려워지자, 일부 화주들은 긴급화물을 수송하기 위해 항공서비스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중국 화주들이 한국발 여객기와 화물기를 대거 점유하면서 이용이 어려워지고 있다. 포워더들은 중국 화주들이 중국발 화물기 공급이 부족해지자 인천을 거점으로 미국까지 환적수송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미국 직항노선을 이용하려는 속셈이다.

중국물량이 국내시장에 유입되자 우리나라 화주들의 적재 일정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물류업계는 제 날짜에 화물을 수송하려면 웃돈을 주고 특송으로 보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업계에 따르면 8월 현재 항공특송 요율은 전월 대비 kg당 1000~2000원 인상됐다.

한 물류기업 관계자는 “화물기에 적재할 수 있는 중량이 최대 80~90t이다. 선박에 적재하지 못한 컨테이너박스가 줄서있는데 중량이 많이 나가는 자동차부품 등을 항공으로 수송하면 비용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항공기에 화물 적재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를 확인하느라 하루 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물류업계는 중국 국경절(10월1일~7일) 이후인 10월 중순부터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 거로 보고 있다. 대규모 관세부과를 우려하는 중국 화주들이 국경절 이전까지 물량 밀어내기를 마무리하면 수요가 대폭 줄어들게 될 거란 분석이다.

특히 11월 넷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과 다음 날 블랙프라이데이를 타깃으로 보내는 화물들은 늦어도 8~9월 부산항을 떠나야 한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성수기 특수화물이 미 서안의 도소매점에 제때 도착하려면 약 한 달 전에 부산에서 선적해야 하고, 동안은 넉넉잡아 2달 전에 선적해야 한다.

한 물류기업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9월 말 추석연휴가 있고, 중국은 10월부터 1~2주 동안 연휴에 돌입하는 만큼 9월 말~10월 중순까지는 공급부족으로 고운임이 유지될 거다”라면서도 “연휴가 지나면 급작스런 수요공백에 운임이 크게 떨어질 거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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