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15 09:02

논단/ 선박엔진공급계약의 해제와 손해배상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 (법학박사)
계약의 법적 성격을 매매로 보느냐, 도급으로 보느냐에 따라 해제의 요건과 효력 및 손해배상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어
I. 선박엔진공급계약의 의의와 법적 성격

조선회사가 발주자의 요청으로 선박을 건조하는 경우 선박엔진을 직접 제작하지 아니하고 엔진제조회사로부터 공급받아 설치하는 경우가 많은바, 이러한 경우 체결되는 선박엔진공급계약은 엔진제조회사가 조선회사의 주문에 따라 전적으로 또는 주로 자기 소유의 재료를 사용해 만든 엔진을 공급하고 조선회사가 그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정한다는 점에서 이른바 제작물공급계약이라 할 수 있다.

제작물공급계약은 그 제작의 측면에서는 도급의 성질이 있고 공급의 측면에서는 매매의 성질이 있어 대체로 매매와 도급의 성질을 함께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그 법적 성격을 매매로 볼 것인지, 도급으로 볼 것인지에 관해 논란이 있고 학설도 대립한다. 우리 대법원은 그 적용 법률에 관해 계약에 의해 제작 공급해야 할 물건이 대체물인 경우에는 매매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만, 물건이 특정의 주문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부대체물인 경우에는 당해 물건의 공급과 함께 그 제작이 계약의 주목적이 돼 도급의 성질을 띠게 돼 도급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는 입장을 취한 바 있다(대법원 2010년 11월25일 선고 2010다56685 판결 참조).

그러나, 제작물공급계약의 목적물이 대체물인지, 부대체물인지에 대한 판단기준도 명확하지 아니하고 계약의 내용은 당사자의 의사합치로 결정되므로 일률적으로 위 계약의 법적 성격을 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선박엔진공급계약의 법적 성격도 매매 또는 도급으로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당사자의 의사를 기초로 계약내용에 따라 판단하고 당사자의 의사가 불명확한 경우 계약내용, 목적물의 성질, 제작 및 공급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매에 관한 규정을 적용할 것인지, 도급에 관한 규정을 적용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해운경기의 불황으로 선박건조계약의 해제, 이로 인한 선박엔진공급계약의 해제 문제가 쟁점이 된 사안이 많으므로 이하에서는 이에 관한 법률적 문제점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II. 선박엔진공급계약의 해제

1. 해제에 관한 민법 규정과 해제의 일반조건

가. 관련규정

제543조(해지, 해제권)
① 계약 또는 법률의 규정에 의해 당사자의 일방이나 쌍방이 해지 또는 해제의 권리가 있는 때에는 그 해지 또는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
② 전항의 의사표시는 철회하지 못한다.
제548조(해제의 효과, 원상회복의무)
① 당사자일방이 계약을 해제한 때에는 각 당사자는 그 상대방에 대해 원상회복의 의무가 있다. 그러나 제삼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
② 전항의 경우에 반환할 금전에는 그 받은 날로부터 이자를 가해야 한다.
제551조(해지, 해제와 손해배상)
계약의 해지 또는 해제는 손해배상의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제565조(해약금)
① 매매의 당사자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② 제551조의 규정은 전항의 경우에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제673조(완성전의 도급인의 해제권)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도급인은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나. 해제의 일반조건

계약에 해제사유가 규정돼 있는 경우, 이러한 해제사유(약정해제사유)가 발생하면 약정해제권이 발생하게 되며, 이러한 약정해제사유가 없는 경우에도 법정해제권이 발생할 수 있고(민법 제543조), 매매의 경우에는 제565조에 의한 해제, 도급의 경우에는 제673조에 의한 해제가 인정된다.

2. 일반 계약에 관한 민법 제543조에 의한 계약 해제

민법 제543조는 계약에 의한 약정해제권과 법률에 의한 법정해제권에 관해 규정하고 있으며, 제548조는 해제의 소급적 효력 및 원상회복의무, 제551조는 손해배상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제작물공급계약은 물론 선박엔진공급계약에 있어서도 당연히 약정에 따른 해제가 가능할 것이므로 계약의 해제를 위해는 계약상의 약정(특약) 내용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며, 해제의 효력 또는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의 예정 등에 관한 약정이 있는 경우 그 적용 가능성, 범위 등도 아울러 검토해야 할 것이다.

3. 매매에 관한 민법 제565조에 의한 계약 해제

선박엔진공급계약에도 매매에 관한 민법 제565조에 의한 계약해제를 인정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계약에 위와 같은 해제사유를 규정한 경우 당연히 약정에 따른 해제권으로 인정될 것이나, 이러한 약정이 없는 경우 계약을 매매로 볼 것인지, 도급으로 볼 것인지와 관련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선박엔진공급계약은 도급과 매매의 성질을 함께 가지므로 매매의 성질만 가지거나 위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는 약정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565조에 의한 계약해제도 허용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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