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26 15:19

기획/ 10년을 기다린 ‘항만보안료’ 내년부터 통합징수

연내로 합의 마치고 내년 1월부터 전국항만 시행
민자부두는 별도로 징수해야



우리나라 항만들도 내년 1월부터 외국을 오가는 선박과 화물, 여객을 대상으로 보안료를 징수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오는 12월께 화주대표 선주협회 국제해운대리점협회 한중카페리협회 항만물류협회 항만공사 등 항만 이용자와 항만서비스 공급자가 참여해 항만시설보안료(항만보안료) 통합징수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는 이후 보안료 통합징수를 위한 시스템(PORT-MIS) 개발을 완료해 내년 1월1일부터 징수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10년 전 마련한 보안료 징수제도를 드디어 시행할 수 있게 됐다.

3년간 협의 반복…마침내 결실

이번 업무협약은 지난 3년동안 각 관련 주체들이 설왕설래를 벌였던 보안료를 전국 항만에서 도입하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항만보안료란, 항만시설에 경비·검색인력을 확보하고 보안시설·장비를 설치하는데 투입한 비용에 대해 해당 항만시설을 이용하는 국제항해선박소유자·여객·화주로부터 징수하는 비용을 말한다.

테러나 각종 사고로부터 항만을 보호하기 위한 보안이 강화되면서 현재 대다수의 국가에서는 항만 이용 주체에게 보안료를 징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보안료 징수 규정을 지난 2008년에 마련한 바 있다. 선박, 화물, 여객에 대해 징수되며 선박은 t당 3원, 여객은 1인당 120원(6세 이상), 화물은 20피트컨테이너(TEU)당 86원이다.

그러나, 징수 대상이 민자 부두에 한정돼 있었다. 따라서 해수부는 2016년에 「항만시설보안료 징수방법 및 징수요율 산정 등에 관한 업무처리요령」을 개정, 국가항만과 항만공사 관리 항만도 보안료 징수대상에 포함시키고 항만시설사용료와 함께 징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보안료 징수주체와 방법 등에 대해 터미널운영사와 항만공사 등 관계자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실제 징수는 이뤄지지 못했다.

터미널운영사 측은 정부에서 일괄 징수할 것을 요구했다. 우리나라 항만을 오가는 선사들이 운영사보다 우위에서 가격 협상을 진행하기 때문에 자체 징수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각종 시설 이용료도 할인해주면서 물량을 유치하는 마당에 보안료까지 선사에 청구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편, 항만공사는 업무 증가와 징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수금 처리 문제 등 회계 절차 부분에서 통합 징수에 대한 어려움을 피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자부두 별도 징수·턱없이 낮은 보안료 ‘문제’

정부와 항만공사 측에 통합징수를 요청해왔던 터미널운영사들은 이번 소식을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통합징수 대상에서 제외된 민자부두 운영사들은 선사들로부터 보안료를 직접 받아내야 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한 민자부두 운영사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수차례 관련 공청회에 참석해 의견을 내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해왔지만, 결국 민자부두는 제외된 점이 아쉽다”며 “선화주와는 갑을 관계가 뚜렷한 관계인데 보안료를 청구한다고 해도 협상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항만은 국가보안시설이라 보안 검색대나 CCTV 등 각종 보안 시설을 비롯해 보안 인력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하다”며 “국가 기반시설인 만큼 보안료도 민자와 임대 가릴 것 없이 항만공사에서 일괄적으로 걷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보안료 통합 징수 대상에 민자부두가 포함되지 못한 데는 세법 문제와 책임 소재에 대한 부분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행 세법에는 각 운영사에 보안료를 지급할 근거가 없어 세금계산서 발행 등 회계 처리가 어렵다. 이런 이유로 통합징수 대상인 국가부두와 임대부두도 각 지방해수청과 항만공사에 납부하는 임대료에서 보안료를 차감하는 방법을 택할 예정이다.

그러나, 민자부두는 자체 투자로 부두를 건설하는 대신 항만공사에 임대료를 납부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나 항만공사에서 간접적으로 지급할 방법이 없다. ‘시설사용자로서의 책임’에 대한 부분도 있다. 민자부두 운영사들은 국가 기간시설인 항만 안에 포함됐으므로 일괄적인 보안 관리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반면, 해수부 측은 “국가시설에 대한 일원화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민자부두의 경우 시설 사용자이자 보안 주체”라고 답변했다. 민자부두 운영사들은 수익 창출을 위해 국가의 허가 아래 보안대상인 무역항 내에서 부두를 건설, 운영하고 있으니 보안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항만공사법이나 국제항해선박 및 항만시설의 보안에 관한 법률 등에 예산 확보 근거를 따로 정의해 개정할 경우 민자부두도 통합징수가 가능하다”며 “신규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나치게 낮은 보안료 체계도 향후 개선 대상으로 꼽힌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세계 주요 항만의 보안요율은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다. 독일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59.5배. 미국은 7.6배, 중국은 3.1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의 현재 보안요율은 10년 전 ‘보안료 징수’ 개념이 도입될 때 마련된 것이다. 게다가 환적·공 컨테이너의 경우 보안료를 징수하지 않는다. 최근 환적 물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부산항의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현행 보안요율은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전체 보안비용의 30%도 충당하지 못할 거라는 게 항만업계의 분석이다.

한 터미널운영사 관계자는 “터미널마다 다르지만, 우리는 보안료를 받아도 보안 관련 투자비를 제외하고 인건비의 50% 정도도 채우지 못할 거로 본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일단 전국적으로 통합징수 환경이 만들어졌으니 차후 요율 인상도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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