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26 14:11

‘중국산’ 부품만 써도 관세폭탄…원산지기준 美 통상문제로 급부상

무역협회, 미중통상분쟁 대응방안 설명회 성료
원산지 사전판정 및 품목분류 서비스 마련


미국이 ‘중국제조 2025’를 타깃으로 3단계 관세부과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국 주요 수출품은 내년 1월부터 관세율이 일괄 25%로 오른다. 미국의 조치에 따라 중국에서 원재료와 중간재를 수입해 재가공하는 우리 기업들이 관세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중국에서 제품 일부를 수입해 우리나라에서 완제품을 생산하더라도, 해당 원재료가 미국의 반덤핑 규제 대상에 해당되면 고율의 관세가 부과된다는 설명이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치중된 수출구조를 최대한 다변화해 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는 24일 서울 트레이드타워 51층 대회의실에서 미중통상분쟁 대응방안 설명회를 개최했다.

반덤핑·상계관세 강화에 韓 제조업 흔들

이날 설명회에서 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제현정 차장은 최근 미국의 강력한 통상압박정책을 두고 “미국이 중국의 성장을 좌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표현했다. 미국의 대 중국 무역적자액은 지난해 3752억달러(한화 약 427조3903억원)로, 지난 2010년 2730억달러보다 크게 확대됐다. 제 차장은 과거 세계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며 미국을 위협하던 일본과 달리 오늘날 미중관계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아닌 주요 대미 수출 국가들도 반덤핑 및 상계관세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따르면 9월 기준 미국의 국가별 무역규제는 반덤핑 352건 상계관세 110건 등 총 462건에 달한다. 그중 중국이 반덤핑 119건 상계관세 51건 등 170건으로 가장 많고, 우리나라는 반덤핑 26건 상계관세 7건 등 33건으로 3위에 랭크돼 있다.

여기에 미국은 지난해 세탁기 완제품과 부품에 대해 통상법 201조인 ‘세이프가드’를 본격 가동해 쿼터량을 초과하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정부의 강력한 조치에 국내 대기업들은 ‘수출’보다 ‘현지생산’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미국 뉴베리에 세탁기 공장을 조성했고, LG전자는 다음 달부터 테네시주 클락스빌 공장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핵심 수출품인 자동차와 자동차부품도 세이프가드 조사망에 걸려들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및 부품 수출액(HS10단위 540개품목)은 236억4000만달러(약 26조9496억원)로, 멕시코 캐나다 일본 독일보다 수출규모가 꽤 낮지만 미국은 세이프가드 계획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세이프가드에 대한 대책으로 최근 미국 멕시코 캐나다 간 맺은 신 무역협정인 ‘USMCA’가 주목할 만한 변수로 꼽힌다. 미국은 232조 조치에 따라 새로운 원산지 규정을 충족하면 멕시코산 승용차 260만대, 자동차부품 1080억달러까지 영세율로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쿼터를 초과하면 232조에 따라 고율의 관세가 부과된다. 새로운 원산지 규정은 자동차 부가가치기준을 62.5%에서 75%로 상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 차장은 “멕시코에 진출한 국내 자동차업계가 USMCA 협정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제현정 차장


까다로워진 원산지규정, 잘못하면 관세폭탄

미국 정부가 ‘중국제조 2025’를 겨냥해, 최근 공표한 3단계 관세부과 계획은 우리나라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킬 최대 우려사항으로 꼽힌다. 3단계 관세부과 계획은 중국의 핵심 수출품목에 미국이 관세율 25%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1차 관세는 IT·기계 등 818개 품목(총 340억달러)에 25%의 관세가 부과됐으며, 지난 7월 본격 시행됐다. 2차 관세는 지난 8월에 발효됐다. 설비·장치 등 279개 품목(160억달러)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3차 부과는 화학·전자 관련 품목으로 5745개(200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달 24일부터 10%의 관세가 본격 부과되기 시작했으며 내년 1월1일부터 25%로 인상된다.

문제는 해당 품목에 부과된 관세율만 걷는 게 아니라, 기존 관세율에 세율 25%가 추가로 얹어져 가격경쟁력을 상실한다는 점이다. 관세청 FTA협력담당관실 장진덕 사무관은 “중국산이면서 해당 품목이 1·2·3차에 해당되면 25% 25% 10%의 세율이 붙을 수밖에 없다. 한-중 연결공정제품의 원산지 규정이 상당히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 여파로, 중국에 공장을 세운 기업과 중국산 원재료와 부품을 수입해 우리나라에서 재가공하는 주요 제조업체도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미국이 ‘중국산’에 대한 기준을 수출국이 아닌 원산지로 세웠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완제품에 301조 제재품목인 중국산 부품이 탑재돼 있으면 고율의 관세폭탄을 맞게 된다. 중국에서 일부 공정을 거치고 우리나라에서 추가 공정을 거쳐 중국산으로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도 제재품목에 해당되면 동일한 조치를 받게 된다. 결국 수출국가에 상관없이 중국산 원재료를 사용하거나 중국 공장에서 제조·가공 등을 거친 화물은 ‘한-중 연결제품’으로 인식돼 고율의 관세를 부담할 가능성이 높다.

장 사무관은 “한-중 연결제품을 생산하는 대미수출기업이 약 1만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내로 전량 수입하거나 현지에서 제조·가공을 모두 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소 몇 천 곳은 원산지규정에 따라 보복관세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관세청 FTA협력담당관실 장진덕 사무관


美 CBP 통관조사 본격 강화

중국발이거나 인근 국가에서 넘어오는 화물에 대한 원산지기준과 사후통관심사도 강화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국산 원자료와 부품을 재가공해 완성품으로 만들면 미국이 부과하던 관세율은 한미FTA에 따라 영세율이거나 저세율에 불과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CBP(관세국경보호청)의 조치에 따라 사후 조사대상으로 선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중국이나 비시장경제국으로부터 수입된 중간재를 가공한 국산 제품은 ‘PMS(특별시장상황)’로 인식돼 고율의 관세를 적용받는다.

대표적으로 중국에서 생산한 전동기 부분품(HS8503)은 멕시코에서 조립을 거쳐 ‘HS8501’로 HS코드를 바꿔 미국에 수출했지만 통상법 301조에 따라 25%의 관세를 부과 받았다. CBP는 공정과정이 단순조립에 불과해 중국산이나 다름없다며 HS코드 변경을 인정하지 않았다.

장 사무관은 “미국 정부가 보호무역을 강화함에 따라 CBP의 업무 우선순위도 기존 테러나 수입안전에서 불공정무역과 관세수입 확보로 바뀌었다”며 “최근 CBP 청장이 조사인원을 충원하겠다고 발언한 만큼, 향후 조사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시사했다.

미국의 원산지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장 사무관은 “CBP가 명확한 기준 없이 사례별로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관세청은 특별지원단을 구성해 수출업자들을 위한 원산지 사전판정 및 품목분류 심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협회도 우리 기업의 미국 반덤핑 수입규제를 예방하기 위해 통합지원센터를 마련한다. 무역협회는 국내 중소기업을 주요 타깃으로, 무료 전문가 컨설팅 및 법률·회계 전문가의 도움을 지원할 계획이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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