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29 10:21

논단/ 선박엔진공급계약의 해제와 손해배상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 (법학박사)
계약의 법적 성격을 매매로 보느냐, 도급으로 보느냐에 따라 해제의 요건과 효력 및 손해배상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어
<10.15자에 이어>

4. 도급에 관한 민법 제673조에 의한 계약 해제

가. 입법취지

완성 전의 도급인의 해제권에 관한 위 법 규정의 취지는 도급인의 일방적인 의사에 기한 도급계약 해제를 인정하는 대신, 도급인의 일방적인 계약해제로 인해 수급인이 입게 될 손해, 즉 수급인이 이미 지출한 비용과 일을 완성했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합한 금액을 전부 배상하게 하는 것, 즉 자유로운 도급인의 계약 이탈과 수급인에 대한 완전한 손해배상을 동시에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나. 제작물공급계약 및 선박엔진공급계약에 대한 적용 여부

제작물공급계약에 위 법규정이 적용되는지에 대해, 제작물공급계약은 매매의 성질을 가지므로 위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는 견해와 목적물이 부대체물인 경우에는 도급의 성질을 가지므로 도급에 관한 위 규정이 적용돼야 한다는 견해가 대립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제작물공급계약의 법적 성격을 일률적으로 규율하기는 어려우나 제작물공급계약에 도급의 성질이 있다면 계약조건상 위 규정의 적용을 배제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규정이 적용되는 것을 해석하더라도 무방할 것으로 생각한다. 선박엔진공급계약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다. 해제의 요건

(1) 법문 해석상 도급인은 계약 성립 후 일의 완성 전이라면 언제든지 일방적 의사표시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수급인의 이행 착수 여부는 물론 해제의 이유도 묻지 않고 귀책사유 여부도 묻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도급인은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있더라도 위 규정에 따른 해제가 가능하고 수급인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위 규정에 따른 해제가 가능할 것이다.

(2) 한편, ‘손해를 배상하고’라는 법문에도 불구하고 손해배상의 제공은 위 해제권의 행사요건이 아니라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위 규정은 임의규정이므로 당사자 사이에 다른 약정으로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라. 해제의 효력

위 규정에 따른 해제도 해제권의 행사이므로 제543조 이하의 규정에 따른 해제권과 마찬가지로 소급효가 인정되고 원상회복의 효과가 발생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대체로 우리 학설은 소급효와 원상회복을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가분인 급부의 의무가 완성된 경우 또는 건축도급계약의 경우에 한해 기이행부분에 대한 소급적 해제를 부인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귀책사유 있는 도급인의 일방적 해제 및 손해배상의무를 인정하면서 수급인에게 무조건 원상회복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불합리하고 모순이며 신의칙에도 반하고 형평에도 어긋난다. 따라서, 위 해제의 효력에는 일반적인 계약의 해제와는 달리 소급효가 없고 해제에 따라 원상회복이 아니라 기존 도급계약이 청산관계로 전환되고, 그 구체적인 내용은 수급인의 일 완성 의무가 손해배상청구권으로, 도급인의 일 완성 청구권이 손해배상의무로 각각 전환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으로 생각한다.

III. 선박엔진공급계약의 해제와 손해배상

1. 손해배상의 범위

선박엔진공급계약의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은 약정해제냐 법정해제냐와 관계없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배해상과 마찬가지로 통상의 손해배상 방식, 즉 이행이익의 배상을 기준으로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민법 제673조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도 수급인이 계약 이행을 위해 지출한 비용뿐만 아니라 피고가 일을 완성했더라면 얻었을 이행이익 전부에 미치게 될 것이다.

수급인은 손해배상을 통해 그가 일을 완성했더라면 그가 받았을 나머지 보수까지도 받을 경우의 상태와 경제적으로 동일한 상태를 누려야 하므로 수급인이 이행이익의 배상, 즉 일실이익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2. 손익상계와 과실상계

민법 제673조에 의한 해제의 경우에도 손익상계와 과실상계의 법리가 적용되는가가 문제된다. 우리 대법원은 따르면 손익상계는 적용되지만, 과실상계는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대법원은 민법 제673조에서 도급인으로 해금 자유로운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수급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도급인의 일방적인 의사에 기한 도급계약 해제를 인정하는 대신, 도급인의 일방적인 계약해제로 인해 수급인이 입게 될 손해, 즉 수급인이 이미 지출한 비용과 일을 완성했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합한 금액을 전부 배상하게 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위 규정에 의해 도급계약을 해제한 이상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급인은 수급인에 대한 손해배상에 있어서 과실상계나 손해배상예정액 감액을 주장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는 한편,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 등이 채권자 또는 피해자에게 손해를 생기게 하는 동시에 이익을 가져다 준 경우에는 공평의 관념상 그 이익은 당사자의 주장을 기다리지 아니하고 손해를 산정함에 있어서 공제돼야만 하는 것이므로, 민법 제673조에 의해 도급계약이 해제된 경우에도, 그 해제로 인해 수급인이 그 일의 완성을 위해 들이지 않게 된 자신의 노력을 타에 사용해 소득을 얻었거나 또는 얻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태만이나 과실로 인해 얻지 못한 소득 및 일의 완성을 위해 준비해 둔 재료를 사용하지 아니하게 돼 타에 사용 또는 처분해 얻을 수 있는 대가 상당액은 당연히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공제돼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2년 5월10일 선고 2000다37296, 37302 판결 참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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