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31 09:07

기고/ 국내 해사중재의 활성화

변호사가 된 마도로스의 세상이야기
성우린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변호사님, 이 용선계약의 관할지는 홍콩국제중재센터(HKIAC) 입니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 해운회사의 대표께서 최근 필자의 사무실로 급하게 연락을 해왔다. 모 선박소유자와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한 후 계약에 따라 용선료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인데, 선박소유자가 처음부터 감항성을 갖추지 않은 선박을 인도하는 바람에 선박을 제대로 사용, 수익할 수 없게 되어 금전적인 손해가 발생하였고, 도저히 선박소유자에게 용선료를 지급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사실관계와 손해액 등을 파악한 후 의뢰인에게 첫 번째로 한 질문은 준거법이 어느 나라 법이며, 관할이 어디에 있는지 여부였다. 계약서를 요청하여 준거법과 관할지를 확인하여 보니 준거법은 영국법(English law)이었고, 관할은 홍콩국제중재센터(HKIAC)였다.

필자는 의뢰인에게 해외에서 중재가 진행되어야 하므로 국내에 비해 중재 비용이 상당할 것이라는 점, 실제로 중재가 신청되기 이전까지는 필자가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겠지만 준거법이 영국법이기 때문에 영국변호사를 추가 선임해야 할 수도 있으므로 변호사 비용은 추가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말씀드렸고, 의뢰인이 이와 같은 점들에 동의하여 위임계약을 체결하였으며 본 사건은 현재 진행 중에 있다.

이처럼 필자가 해외 중재로 진행되는 사건에서 비용이 상당하다는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국내의 해운·조선·물류 회사들의 분쟁 발생 시 무분별한 외국 중재의 진행으로 상당한 외화 유출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국내 해사중재의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자 함이다.

해운·조선·물류산업 등 해상분야에는 널리 사용되는 각종 표준계약서 양식들에 대부분 분쟁해결을 중재에 의하여 해결한다는 취지의 규정이 삽입되어 있는 등 타 분야에 비해 중재가 중요한 분쟁해결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변호사로서 용선계약 등 해상분야와 관련한 분쟁들을 맡아보면, 국내 회사 간의 분쟁임에도 불구하고 관할이 대한상사중재원 등 국내 기관에서의 중재로 되어 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런던에 있는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이나 런던해사인중재협회(LMAA)에서의 중재로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에서의 해사중재 내지 상사중재에 의하여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 회사들이나 관련 업종 종사자들이 아직까지 국내에서의 중재판정 결과의 예측가능성과 신뢰도가 만족할 수준으로 제고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을 애초에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해사중재 활성화를 위하여 최소한 개별 해사중재인과 중재기관의 역량 증대는 당연히 전제되어야 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다만, 계약서상 분쟁해결조항에 무차별적으로 영국 등 외국의 중재기관에서 영국법에 의해 분쟁을 해결한다고 규정하여 국내에서 내국 당사자 간의 계약임에도 상당한 비용을 들여 외국에서 중재를 진행하는 등의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으며,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영국 등에서 해사중재를 수행할 전문성도 부족하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실익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분쟁의 대응능력이 매우 낮아, 이로 인해 전체적인 산업의 발전이 저해되는 측면이 있다.

계약서상의 중재조항에 대한 간략한 수정 또는 계약당사자들의 인식전환을 통해서 영국에서 하는 중재와 큰 차이가 없는 중재서비스를 중재원의 중재제도를 통해서 국내에서 훨씬 저렴하게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내에서 중재를 하는 경우에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이는 국가적으로 권장되어야 할 것이며, 자국에서 중재하는 경우에는 증거의 수집 등 입증이 용이하여 중재의 승패에서도 유리한 측면도 있다.

국내 해사중재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고 이를 활용하는 경우의 장점 등을 국내회사들에게 홍보하기 위하여, 필자가 주관하고 있는 청년해운조선물류인 모임과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는 11월 12일(월요일) 저녁 7시에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18층 중재원 제1심리실’에서 공동으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본 세미나에는 국내 유일의 국제해사중재기관으로 최근 부산에 설립된 아시아태평양해사중재센터(APMAC)의 서영화 의장과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 임수현 사무총장이 연사로 참석한다. 본 세미나의 참석에 관심 있는 분들께서는 필자에게 참석 신청을 하면 된다(02-3016-5393, wrsung@draju.com).


▲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의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경험을 쌓았다. 하선한 이후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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