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06 10:59

혁명의 시작, 블록체인이 주도하는 미래 유통과 물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이성우 본부장

올해 초 열풍을 몰고 왔던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해당 분야 전문가나 투자자가 아니더라도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삼삼오오 모여 비트코인, 즉 가상화폐에 대한 효용성과 허구성에 대한 논의도 많았고 주요 시사프로그램에서도 해당 개념에 대해 전문가와 지식인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고 아직도 진행중이다. 이 가상화폐의 기본개념이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말 그대로 ‘체인(chain)’으로 구성된 ‘블록(block)’이다. 모든 거래사항은 블록단위의 ‘원장(ledger)’에 분산되어 저장되고 각각의 블록은 체인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거래에서 시작된 최초 블록부터 현재 블록까지는 한번 생성되면 모두의 동의 없이 변경하거나 삭제할 수 없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블록체인은 분산성과 보안성을 강점으로 전 세계 디지털화를 주도할 수 있다고 예상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여러 열매 중의 하나가 비트코인, 이더리움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이고 이외에 다양한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이 중 물류분야는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되기에 가장 유리하고 광범위한 분야이며, 일반인들이 쉽게 블록체인 개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분야이다.

왜 물류·유통분야가 블록체인 기술 접목이 용이하냐면 접목하기 쉽고, 상대적인 효과가 크며 사업화에 가장 큰 장애요인인 기득권 세력과의 충돌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다. 또한 글로벌 유통·물류 플랫폼 기업을 견제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도 그 가능성을 주목받고 있다. 최근 확신되고 있는 ‘디지털화(digitalization)’ 개념은 전통적인 제조기업의 관리과정에 대한 자동화에 머물지 않고 기업내부의 혁신과 외부기업과의 협력관계를 재설정함으로써 전체 공급사슬의 초융합, 초연결, 초지능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초융합, 초연결 그리고 초지능화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장치 중의 하나가 안정적인 보안체계 구축이고 이를 지원하는 기술이 블록체인인 것이다. 결국 현재 공급사슬을 주도하고 지원하는 유통·물류분야에서 블록체인 개념이 각광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공급사슬 측면에서 블록체인 개념을 다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글로벌 시대의 공급사슬은 다양한 형태를 띠는 입체적 상태에서 전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누가 누구와 상관관계가 있는지 어떠한 이해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규명되지 않은 채로 물류망과 유통망을 따라 분야별 거래형태에 맞춰 관계를 맺고 있어서 다양한 형태의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결국 이런 분쟁을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저비용으로 투명성과 신뢰성을 보장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것인데 블록체인이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전통적인 시장의 통제자, 중개자 그리고 시장교란자를 최소화시키거나 완전 제거를 통해 투명성과 신뢰성이 보장되는 거래체계 즉,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공급사슬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공급사슬체계에서 통제자와 중개자는 하향형태의 감시를 하는데 블록체인 기술은 참여자들이 모두 상향형태의 감시를 할 수 있는 체계를 가진다. 이러한 형태가 가지고 올 수 있는 장점은 공급사슬체계의 투명성과 신뢰성뿐만 아니라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 대한 견제도 가능해진다는 효과도 있다. 사실상 글로벌 유통·물류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함으로 인해 또 다른 중앙 통제자의 출현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블록체인은 이를 방어할 수 있는 기술도 되는 것이다.

쉽게 블록체인 기술이 유통·물류분야에 적용되는 예는 우리가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식료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애용하는 와인은 그 관리에 따라 생산지에서 나오는 풍미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와인의 주산지인 미국, 칠레,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랑스 등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동북아로 와인이 오기 위해서는 먼 거리를 트럭, 기차 그리고 선박을 통해 운송하는 과정에서 통과하는 지역의 기후, 유통상의 관리 상태 등에 따라 모든 영향을 받는다. 특히 와인은 온도에 민감한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비용 등의 이유로 온도조절용 컨테이너 대신 일반 컨테이너를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결국 이러한 이유로 인해 와인이 판매될 때 온도관리가 되었다는 표시를 라벨에 붙이는 것이 와인의 마케팅 요인이 되기도 한다. 아직까지 소비자는 와인을 구매할 때는 얼마의 시간이 운반하는데 소요되었고 중간에 어떤 상태로 관리가 되었는지를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은 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산지의 와인 생산자, 와인 유통과 물류 참여자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여 해당 상품의 생산, 포장, 이동, 유통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고 중간단계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행위자에게 책임을 물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기 언급한 제품에 대한 가시성과 투명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고 과거 제품의 생산 혹은 관리 문제를 파악하는데 몇 주, 몇 달이 걸렸는데 이제는 수분 내 해당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식료품의 경우 매년 세계 인구의 10분의 1인 6억 명이 오염된 음식으로 인해 병에 걸리고 이 중 40만 명이 사망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처럼 블록체인 기술이 신선 식료품 관리에 적용된다면 인류의 건강관리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블록체인과 식품유통·물류의 만남이 가져다주는 가능성은 바로 세계 1위의 유통기업인 월마트와 IBM의 제휴로 이어졌고 세계 최대 인구를 보유하고 있고 신선 식료품의 손실률이 25%(2014년, 청과류 기준)에 이르고 있는 중국이 적용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 인구 14억 명이 먹는 신선 식료품 중 25%라면 아마도 아프리카 기아를 모두 해결하고도 남는 양이 그대로 버려진다는 뜻인 것이다. 이러한 심각성을 인지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월마트의 세계 최대 시장 개척 의지 그리고 IBM의 기술적용 확대 전략이 연계되어 중국내 망고와 돼지고기의 유통·물류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월마트는 중국 시장에서 큰 폭으로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망고에 대해 원산지부터 성장, 숙성, 가공, 포장, 수송, 유통, 전시에 당도, 숙성도, 부패도 등 모든 과정을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관리하여 부패율과 판매율을 개선하고 있다. 이는 월마트와 IBM이 구상한 블록체인 기반 ‘식품물류 투명성 증진 시스템’의 결과로 ‘식품안전’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몇 주가 아닌 몇 초, 몇 분 사이에 추적 시스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그림-1> 참조).

물류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또 하나의 사례는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와 IBM이 구축한 관리시스템이다. 화물이 선박을 통해 화주로부터 고객에게 도착하기 위해서는 항만을 중심으로 화주, 국제물류중개인, 선사, 운송사, 통관사, 금융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전자)선하증권, 신용장, 화물인도지시서 등의 서류가 유통되는데 여전히 다수의 국가에서 사람의 손으로 전달되고 있고 중간단계 화물 상태에 대한 파악이 실시간으로 불가능하여 화물 손실과 파손으로 인한 책임소재로 다수의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참여 관계자들 간 보증, 계약 등의 복잡한 구조를 만들고 이 모든 것이 화주와 소비자에게 비용으로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머스크와 IBM은 2015년 12월부터 종이 문서를 디지털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동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해상운송하는 과정에서 참여하는 30개 이상의 기관과 200개 이상의 문서 처리 과정을 블록체인 기술에 연결하여 컨테이너의 과거 및 실시간 이동경로를 파악함으로써 화물에 대한 가시성과 투명성을 제고해 비용을 줄이고 있다.

해당 사례는 해외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블록체인 기술의 세계시장의 확산에 긴장한 우리나라 물류업계에서도 삼성SDS, 해양수산부, 관세청, 항만공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그리고 해운물류기업 관계자들이 모여 ‘해운물류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해당 컨소시엄은 해운분야 시범사업을 지난해 완료하였으며, 2018년 11월에는 ‘물류 블록체인 협의체’로 더 많은 주체들이 참여하는 해운을 넘어선 물류전체로 확장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모였다. 우리나라 물류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보다 넓은 범위로 확장하고 시범사업을 떠나 실제 사업에 적용을 하기 위해 민관학연의 주체들이 힘을 합친 것이다. ‘해운물류 블록체인 컨소시엄’은 과거 중앙통제체제 하에서 관리되었던 화물정보에 대해 시범사업이지만 <그림-2>에서처럼 다수의 주체가 모든 참여자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연결되어 감시, 확인, 승인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해킹, 사기 방지와 장기 체화 등의 리스크 축소, 선하증권 발급 비용 절감, 업무과정 축소, 화주측 화물정보 확보 용이, 진입장벽 축소로 신규 수요가 증가하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결국 블록체인 기술은 물류산업에서 통제자와 거래중개자의 제거, 불법 개입자들의 통제를 통해 비용절감, 상향감시를 통한 가시성, 투명성 제고, 재고회전율 축소를 통한 비용절감, 현금흐름화 최적을 통한 비용절감 및 리스크 해소, 정보독점 기업 견제, 빅데이터 비식별화(개인정보 보호수준 하향)를 통한 화물정보 활용도 제고 등으로 유통·물류기업들의 미래를 밝혀줄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의 이치가 그런 것처럼 장애물이나 저항없이 손쉽게 적용되는 기술이나 제도는 없다. 블록체인 기술 역시 지구촌은 물론, 우리나라 물류산업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중앙집권적인 시스템에 대한 분권화와 변경, 이와 연동된 법제도 개선 그리고 관련 기득권들의 저항 등을 이겨내야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기득권층이나 법제도가 제대로 구축이 안 된 경제신흥국이 오히려 선진국 보다 블록체인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의 접목이 더 용이하다고 이야기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물류산업에서 예를 찾아보면 해운선사들이 화물을 실고 항만으로 들어올 경우 제일 먼저 화물과 관련된 선하증권을 상법 제 862조(전자선하증권) 규정에 의거하여 해당 등록기관에 신고를 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해당 법상에 등록기관의 지정요건에 명시된 기관으로 보안과 정보관리가 가능하도록 독점적 중앙집권적인 체계를 가진 KT-Net이 수행 중에 있다. 결국 블록체인 기술이 해당 부분에 접목되기 위해서는 KT-Net이 가진 독점성과 중앙집권적인 체계를 규정하고 있는 상법 제 862조 개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독점적 기관이 아니라 다른 다수의 기관들이 등록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법률 개정이 되더라도 KT-Net이라는 기관의 존립 여부와 기존 해당 사업을 영위하던 기득권층에 대한 연착륙을 위한 길도 마련되어야 하는 등 많은 복잡성이 존재한다. 다행히 블록체인은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 공적 블록체인과 특정 참여자들에게만 개방된 사적 블록체인이 존재한다. 따라서 블록체인이 우리나라와 같은 경제, 사회구조를 가진 나라에서 적용되기 위해서는 우선 다수의 사적 블록체인이 구축되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법제도가 따라서 개정이 되면서 서서히 안정적인 적용단계로 들어갈 필요 있을 것이다.

아직 블록체인이 만들어 갈 미래에 대해 완전한 전망은 어렵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은 유통·물류분야의 미래에 큰 혁명을 일으키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우리의 발걸음을 인도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다수의 물류관련 이해관계자들이 블록체인에 대한 개념이해와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물류산업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참여자들을 상호 신뢰하고 나부터 개방을 하겠다는 열린 자세로 접근해야 가능하다. 블록체인은 초연결, 초융합, 초지능화의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협력의 시작점이자 개방을 위한 사다리가 될 것이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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