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16 14:30

‘택배기사 집단 여름휴가’ 노사갈등 재점화

택배기사 1000여명 휴식보장차원…16~17일 자체휴업
대리점연합회 “합의되지 않은 안건, 물류차질 불가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전국택배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이 16~17일 집단 하계휴가에 돌입하면서 사측인 전국택배대리점연합회(연합회)와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택배노조는 페이스북을 통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택배기사들에게 휴식을 달라며 16일과 17일을 ‘택배 없는 날’로 지정하고 휴가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택배 없는 날에 참가하는 기사는 노조 소속 조합원 및 비조합원 1000여명으로, 택배노조 소속 기사들이 밀집한 창원 울산 경주 광주 이천 여주 성남 분당 등은 택배운송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첫 날인 16일 현재 일부 지역은 택배사 직영기사들이 배송을 대체하고 있으며, 대체가 불가능한 지역은 화물이 쌓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기도 성남지역은 운송대란을 우려해 비노조 소속 기사들이 공휴일인 15일에도 분류작업과 상차작업에 나섰다.

연합회는 “노조소속 기사들이 자리를 비운 탓에 2일치 쌓인 물량을 월요일까지 배분해 비노조원 기사들이 운송해야 한다”며 “17일에는 택배화물이 1.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일부 기사들은 가족들까지 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성산지역 터미널은 택배기사 116명 중 90여명이 휴가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휴가기간은 15~18일이다. 택배노조는 사측이 창원성산지역에 배송될 16일자 화물을 전담하고, 17일에는 대형거래처(VIP사) 화물과 생물화물을 취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유통기한과 상관없는 나머지 화물을 월요일부터 배송할 계획이다. 

 
▲창원성산지역 택배노조는 15~18일 하계휴가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택배기사 116명 중 90명이 휴가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자료: 전국택배대리점연합회 
 


이번 하계휴가에 대해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여러 단체들과 민중당 정의당 녹색당 등 진보정당도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택배노조는 입장문에서 “택배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택배노동자 휴식권 또한 노사협의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대리점은 일방적으로 업무협조 거부 의사만을 밝히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택배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행위다”고 전했다.

덧붙여 “택배사들이 책임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며 국민적 요구에 호응하지 않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특히 일부 대리점들이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로 내용증명을 통해 협박과 방해를 시도한 행위는 규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단체협약을 통해 우체국 위탁택배 조합원들의 여름휴가가 공식화된 점에서 ‘택배 없는 날’은 국민적 성원이 확인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택배노조는 휴가신청자에 한해 16~17일 양일 중 하루 또는 이틀 간 배송업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으며, 잔류 물량은 휴가 복귀 후 순차적으로 배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택배연대노조 김진일 교육선전국장은 “7월15일부터 기자회견을 통해 한 달 동안 수차례 (하계휴가를) 얘기하고 협조를 요청했다”고 휴가를 수용하지 않는 택배대리점을 비판했다.

대책없는 집단행동…파업으로 간주할 것

택배노조가 2일간 하계휴가를 선언하자, 연합회 측은 ‘대책없는 집단행동’이라며 즉각 반발성명서를 발표했다. 연합회 측은 “‘국민적 호응이 있기에 정당하다’라는 명분을 내세워 ‘단지, 택배사의 선택만 있으면 된다’는 강압적인 요구사항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일반 노조원을 비롯한 비노조원들의 동조를 얻기 위한 방안으로 ‘휴가신청동의서’를 작업장 내 유포하고 본인 각자의 판단을 통제하기 위해 집단적인 선택을 앞세우는 등 개인의 자유의사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연합회는 당초 택배노조와 협의를 갖지 못한 점에서 계획과 대책이 없는 집단행동을 강행하면 쟁의권을 가진 노조단체가 파업하는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선거일 대체공휴일 등 국가공휴일 휴무는 기사들이 쉴 수 있도록 휴가계획에 반영한 만큼, 계획에 없던 이번 휴가를 정당화하는 건 잘못됐다는 의견이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공식페이스북 캡처화면. 노조는 16일과 17일을 '택배 없는 날'로 지정했다.
 


나아가 택배노조의 집단휴가는 고객사의 생산활동, 택배사와 종사자의 중계활동, 최종 소비자의 소비활동 등 택배와 관련된 모든 경제활동을 일방적으로 가로막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택배물량이 많은 쇼핑몰업체와 홈쇼핑업체는 개별 일정에 따라 원자재 매입부터 판매, 택배발송까지 수개월 전부터 과정을 준비하는 만큼, 택배사 사유로 판매자의 생산일정과 소비자의 구매의사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연합회는 “배송담당자의 부재에 따른 택배사와 대리점의 대체배송 시스템은 명확한 책임관계하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제한적으로 대체배송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러한 택배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점에서 택배노조의 행위는 ‘물량 떠넘기기’를 통한 ‘모르쇠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16일 현재 창원의창서브터미널. 대체 운송인력이 부족해 터미널 적체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대리점연합회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본사 직영, 대리점, 일반기사들을 현장에 투입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 사진자료: 전국택배대리점연합회

 

연합회 김종철 회장은 “홈쇼핑이나 쇼핑몰 등은 연초부터 연간배송계획을 세워 안정적인 택배물류망을 구축하는 만큼 급작스러운 단체휴가는 고객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다”며 “배송기사와 대리점뿐만 아니라 원청업체 4000여명, 간선운송 기사와 까대기(화물분류) 작업인력 등 수천명이 택배노조의 휴가로 일감을 잃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물량이 많은 곳과 적은 곳이 나뉘는 만큼 당장 피해는 추측하기 어렵다”면서도 “오늘(16일)과 내일(17일)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고객들의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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