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09 16:00

더 세월(2)

저자 성용경 / 그림 하현
2. 불길한 징조


새벽까지 마신 술로 몽롱한 채로 잠자던 서정민은 갑자기 배가 ‘휘청’ 하는 걸 느꼈다. 배의 옆구리가 큰 파도에 얻어맞은 느낌. 배는 15도 정도 휙 넘어갔다가 바로섰다. 이삼 분 후 배는 균형이 잡혔다. 탁자 위에 놓여 있던 빈병이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었고, 바닥에 놓인 쓰레기통은 넘어져 내용물을 내뱉어 놓았다. 

“조류가 심하면 배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혹시 옆에 큰 배가 지나가지 않나 해서 스커틀 창으로 바다를 확인해 보았다. 바다는 고요했다. 벌레 먹은 보름달은 서쪽 하늘에서 해면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핸드폰 GPS는 군산 앞바다 부근을 나타냈다. 배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침묵하며 설정한 항로를 계속 달렸다. 일시적인 흔들림으로 생각하고 미심쩍음을 달래며 그는 도로 침대 위로 올라가 부족한 잠을 청했다.

2014년 4월 16일 새벽 4시경

선교에서는 항해당직 교대가 이뤄지고 있다. 자정부터 4시까지 야간당직을 섰던 2항사가 4시부터 8시까지 새벽당직을 서게 될 1항사에게 당직업무를 인계하는 중이다.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당직 내 발생한 특이사항을 전한다.

“한 시간 전에 선체가 좌우로 크게 흔들렸습니다. 바다는 잔잔했는데 이유가 궁금하네요.” 

2항사(2등 항해사)가 머리를 긁적였다.

“종종 그런 일이 있어. 이 배가 좀 불안해.” 

1항사가 대답했다.

“혹시 화물적재가 잘못된 게 아닐까요?” 

2항사가 물었다.

“평소대로 실었지. 회사가 계속 과적을 강행하면 안 되는데….”

“그럼 강력하게 항의하세요.”

“항의? 우리가 무슨 힘이 있어?”

“그렇다고 계속 이럴 순 없잖아요.”

“2항사 당신도 알잖아. ‘그만 실어라 배 가라앉는다’ 해도 회사에서 꾸역꾸역 실었던 거.”

“물류팀 걔들더러 배 타라고 하죠!” 

“전임 선장도 과적 문제를 지적했는데 매번 무시당했잖아.” 

회사에 대해 불평해봤자 계속 맴도는 이야기뿐이다.

세월호는 2,140톤 화물을 실었다. 적정량 990톤의 2배 가까운 수치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과적은 아니다. 선박의 복원력을 지탱하는 평형수를 빼고 화물을 실었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만사를 포기한 사람같이 말하는 1항사가 측은하게 보였으나 2항사 자신도 이런 회사에서 밥 먹고 있으니 측은하기는 마찬가지다. 2항사는 선박의 복원력이 궁금했다. 

“GM 크기가 어떤지 알아보셨습니까?” 

“재어 보진 않았지.” 

1항사는 남의 일같이 말했다.

옆에서 듣고만 있던 야간당직 조타수가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었다.

“GM 차는 싣지 않았습니다. 제가 적재상황을 지켜봤거든요.”

2항사는 재미있는 대답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GM이 아니고….” 조타수 김 씨 말을 가로막았다. 

두 사람 대화에 1항사는 싱긋이 웃었다.

“사실 GM을 계산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지. 여객수도 세어본 적이 없는 마당에. 계산했더라면 아마 50센티도 안 됐을 걸. 아니 오히려 마이너스…?”

화물관리 책임자인 1항사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너무 어색하다. 세월호는 여객선 아닌가. 여객정원이 900명 이상 되는 배에서 선박안전에 가장 중요한 복원력을 계산하지 않았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GM은 배의 무게 중심(重心 : Gravity center)과 부력 궤적의 중심인 경심(傾心 : Metacenter) 간의 거리이다. 거리가 크면 클수록 선박의 복원력이 커진다. 시소에서 멀리 앉아 있으면 힘이 커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경심(傾心)은 물에 잠긴 배의 부력을 추(錘)라고 가정하고 끈에 매달아 흔들 때 끈을 잡은 위치가 된다. 

GM이 크면 배는 오뚝이처럼 바로 선다. GM이 거꾸로 되면 배는 뒤집어져 하늘을 향하여 발을 흔들어대는 거북이와 같은 모양이 된다.

서해 바다의 새벽은 고요하고 달은 서쪽 수평선으로 내려앉고 있다. 배는 한 번씩 엉덩이를 기우뚱거리며 20노트로 빠르게 달리고 있다. 

간밤에 ‘담임샘’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갑판으로 올라갔던 3반 학생들 중에는 새벽잠을 설친 친구도 있다. 배의 뒤꽁무니에서 만들어지는 하얀 물살의 황홀함에 취해 미래의 마도로스 꿈을 가져보는 친구도.

아침 7시

“배에서 자고 방금 일어났어.” 

한 학생은 엄마에게 아침인사 메시지를 보냈다. 

7시 30분이 되자 학생들은 3층 식당으로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1반부터 9반까지 차례로 식당을 향했다. 식사를 마친 몇몇은 갑판으로 나가 바다를 보며 사진을 찍었다.

서정민은 아침을 거른 채 계속 잠을 잤다. 전날 밤 이순애와 마신 술이 아직도 세포 구석구석을 헝클어 놓아 정신을 가다듬지 못했다. 배가 흔들려 새벽잠을 설친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아침 8시 가까이 되자 5층은 분주했다. 5층에 거주하는 선원들이 당직교대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직교대를 마치고 선교를 떠나려는 1항사는 여성 3항사(3등 항해사)에게 다짐을 받았다.

“3항사, 맹골수도는 조류가 세니까 조심해서 배 몰아요. 웬만하면 선장님 부르고.”

작년에 대학을 졸업한 3항사는 입사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햇병아리 여성 항해사다. 더구나 맹골수도 항해는 처음이다. 1항사에겐 그녀의 선박 지휘가 걱정될 만하다. 맹골수도는 서해에서 남해로 가는 여객선이나 대형선의 항로이지만 조류가 거세기로 유명하다. 명량대첩 격전지인 울돌목 다음으로 조류가 강하다.

평소 맹골수도를 우회하던 세월호는 오늘은 늦어진 출항 시간을 벌충하기 위해 지름길인 맹골수도를 택했다. 긴장감으로 3항사의 작은 가슴이 벌름거린다. 선교에서 내려다보는 맹골수도의 조류가 소용돌이치며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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