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6 09:44

“위험물 안전관리체계 구축해 미신고위험물 뿌리뽑는다”

<케이엠티씨홍콩>의 직접적인 폭발원인은 화주의 미신고위험물
해수부-관세청, 자동식별체계 구축하고 ‘컨’ 합동점검


지난 5월 태국 램차방항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던 고려해운 <케이엠티씨홍콩>호의 사고 원인이 화주의 미신고 위험물 컨테이너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위험물 관리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요구되고 있다.

위험물 분류등급 5.1의 차아염소산칼슘이 폭발을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화주가 이를 위험물이 아닌 일반화물로 신고한 탓에 선박의 깊숙한 화물창에 적재되면서 폭발·화재로 이어졌다. 이러한 미신고 위험물을 적발하기 위한 방안으로 화주와 선사의 신고목록 비교와 컨테이너 개방조사 등이 제기됐다.

해양수산부 해사산업기술과 황정웅 사무관은 지난 10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9 위험물 해상운송 국제세미나에서 선사 측의 자료를 인용해 화주의 잘못된 위험물신고가 인명과 재산피해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차아염소산칼슘은 운송 중 온도 습도 변화에 매우 민감한 산화성 물질로, 고온에서 발열·분해되기 쉬워 폭발이 빈번하다. 지난 2002년 11월 스리랑카해협을 항해 중이던 옛 한진해운의 <한진펜실베니아>호도 미신고된 차아염소산칼슘이 폭발하면서 큰 피해를 낳았다. 당시 사고로 선원 2명이 목숨을 잃었고 선박과 화물 등 약 1억달러(한화 약 1200억원)에 달하는 재산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차아염소산칼슘은 폭발 위험성이 다분해 현재 국제협약이나 국내법에 따라 환기가 잘 되는 선박 갑판의 상부에만 적재할 수 있다.

하지만 고려해운 사건의 경우 당시 화주가 선사 측에 위험물이 아닌 일반화물로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주의 선적목록 신고에 의존해 적재장소를 선정하는 선장으로선 일반화물인 만큼 선박 갑판이 아닌 선박의 깊숙한 화물창에 적재하도록 명령했고 최악의 사태로 이어졌다. 화물창 내부는 습도변화가 심해 폭발 가능성이 높은 위험물을 적재하는 게 상당히 위험하다.

황 사무관은 화주가 위험물을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기했다. 우선 위험물운송이 일반화물보다 약 1.5~2배 비싼 게 원인으로 꼽힌다. 운송료를 절감하려는 화주들의 특성상 일반화물로 허위 신고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보세위험물 장치장도 원인으로 제기됐다. 통상적으로 보세위험물 장치장이 항만과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장시간 육상운송에 따른 물류비가 발생한다. 육상운송료 및 장치료 등을 절감하기 위해 일반화물로 신고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대부분의 선사들이 민감성이 높은 고위험물을 선적하지 않으려는 점도 제기됐다. 위험도가 높은 화물일수록 선사가 운송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고 충족해야 하는 요건들이 많아 화주가 일종의 ‘꼼수’를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해양수산부 해사산업기술과 황정웅 사무관


위험물수출입 매년 증가세, 대책마련 시급

황 사무관은 “해수부가 지난 5월 사고 이후 그동안의 정책들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위험물컨테이너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지난달에 세워 수립·추진했다”며 “관세청과 협력해 미신고위험물을 자동으로 식별할 수 있는 방안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를 오가는 위험물 수출입컨테이너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관세청과의 협업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위험물 수출컨테이너 물동량은 약 38만TEU, 수입은 약 34만TEU를 기록했다. 지난 5년간 연평균 증가율로 놓고 보면 수출은 매년 8.8%, 수입은 6.3%씩 각각 증가하고 있는 만큼 해수부로선 안전관리 방안 마련에 초점을 둘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해수부는 관세청과 함께 선박이 항만에 입항할 때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위험물반입신고 정보와 화주가 관세청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는 수출입신고정보를 대차 비교해, 누락되는 화물을 집중 검사할 수 있는 자동전산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관세청 신고정보는 화주가 아닌 관세사가 신고하기 때문에 화주가 신고하는 것보다 정확도 측면에서 훨씬 신뢰할 수 있을 거라는 의견이다.

해수부는 미신고 위험물을 운송하려 했던 불성실 화주에게 강한 행정제재를 가하고 적발리스트를 꾸준히 업데이트해 주변국과 공조하는 등 미신고 위험물 컨테이너 운송을 근절해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관세청과 합동으로 위험물 여부 및 수납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해 컨테이너를 개방 점검하는 컨테이너 검사(CIP)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해수부는 수입위험물의 2.4% 수준인 약 8000TEU에 대해서만 컨테이너를 개방 점검했지만 앞으로는 인력을 확충해 단계적으로 10%까지 확대하는 등 점검에 대한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또 지금은 수입위험물에 대해서만 CIP를 실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수출위험물과 미신고위험물로 의심되는 화물에 대해서도 CIP에 나설 계획임을 내비쳤다. 특히 차아염소산칼슘과 같은 사고이력이 있거나 사고 위험성이 높은 인화성·산화성·유기과산화물 등 고위험화물에 대해 집중적으로 감독한다. 황 사무관은 “(관세청과의 합동점검으로) 불성실 화주들이 경각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안전관리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해사위험물검사원 이용태 팀장


리튬배터리 운송시 시험요약서 작성 의무화

위험물 코드로 불리는 ‘IMDG 코드’가 내년부터 일부 개정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우선 위험물이 포함된 제품의 운송요건이 신설됐다. 특정 제품이 기능을 발휘하는 데 필수요소로 활용되고, 운송 목적상 제거할 수 없는 한 가지 이상의 위험물이 포함된 기계장치류의 경우 소량위험물에 한해 운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39차 개정으로 IMDG 코드 3537과 3538이 새롭게 마련돼 포장지침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특히 코드 3539와 3542는 주무관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튬 셀·배터리는 내년 1월부터 시험요약서를 의무적으로 작성·제공해야 한다. 한국해사위험물검사원(KOMDI) 이용태 팀장은 “1월1일부터 강제 적용되는 가장 중요한 사항은 시험요약서 작성관리다. 현재 일부 선사에서는 리튬배터리의 시험요약서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시험요약서는 UN 위험물 시험방법 및 판정기준 38장 3.5에 따라 리튬배터리를 제조하는 업체가 운송인이나 관계자 및 요청자들에게 의무로 제공해야 한다. 시험요약서의 주요 내용으로는 ▲위험물 시험방법 및 리튬배터리 명칭 ▲리튬배터리 최소사양 ▲시험항목 및 결과 ▲작성자 직위 이름 및 서명 등을 포함하고 있다.

시험요약서가 의무 시행되는 이유로 이 팀장은 현재 제출 중인 MSDS로 위험물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리튬배터리는 리튬메탈·리튬이온·리튬셀 등 종류에 따라 위험물·비위험물로 분류되며 포장기법이 달라 비용과 폭발위험의 문제를 동시에 떠안고 있다. 시험요약서가 의무화되면 배터리 종류를 구분할 수 있고, 리튬함량 및 시간당 소비전력량을 파악할 수 있다.

이 팀장은 배터리 운송 시 종류에 따라 리튬함량 및 소비전력량이 규제에 걸리는 점을 내세워 배터리 분류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장 많이 운송되는 리튬이온의 경우 해상운송에서는 시간당 소비전력량이 100Wh를 초과하면 위험물, 이하일 경우 비위험물로 운송할 수 있다. 항공운송의 경우 여객기에는 적재가 불가능한 대신 화물전용기로 운송할 수 있다. 대신 배터리를 30% 이하로 충전해야 하는 게 해상운송과 차이를 보인다.

비위험물로 간주되던 차콜(숯·UN 1362)은 세계해사기구(IMO)의 개정방침에 따라 내년부터 위험물로 변경될 전망이다. 숯은 클래스 4.2의 자기발열성 물질로, MSDS에 ‘광물로 제조된 비활성 카본블랙’이거나 ‘증기활성화과정으로 제조된 카본’이라고 명시되면 공인인증기관 실험실에서 발급한 증명서를 첨부해 비위험물로 운송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상운송 시 숯으로 인한 화재사고가 빈번히 발생함에 따라 IMO가 비위험물 조건을 삭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화학물질별 격리그룹기호(SGG)가 추가된다. 그동안 화학물질은 SG1~SG18로 분류했지만 앞으로는 G1~G18을 추가해 위험물을 좀 더 쉽게 구분할 수 있게 됐다. 또 중합성물질의 제어온도 및 비상온도 유도방법을 추가함에 따라, 리퍼컨테이너로 운송할 경우 운송 3일 이내에 제어온도 비상온도를 각각 명기해야 한다.

 


정확한 MSDS 작성이 안전한 위험물 분류 

위험물을 운송할 때 선사에게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의 올바른 작성법에 대해서도 이날 세미나에서 강조됐다. 해상으로 위험물을 운송하려면 제조사인 화주는 MSDS를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MSDS는 화학물질이나 화학물질을 함유한 제제의 명칭, 유해성·위험성, 물리화학적 특성, 누출사고 시 대처방법, 운송에 필요한 정보 등 16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일부 화주들이 위험물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데다, MSDS 작성을 포워더에게 대필시키는 사례도 빈번해 위험물 분류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물질의 성상(액체·고체)에 따른 분류가 부정확하거나, 물질의 물리·화학적 특성 및 경고표지와 MSDS 14번(운송에 필요한 정보)이 불일치하는 경우다. KOMDI 강훈모 주무검사원은 “MSDS에 필요한 정보를 누락하면 해당 화물의 위험성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비위험물을 위험물로 분류하면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고, 위험물을 비위험물로 분류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화물을 적재할 용기도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령 고체형 용기에 액체를 수납하면 누출 가능성이 높고, 일반 용기에 정전기 방지가 필요한 화물을 담으면 화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해사위험물검사원 강훈모 주무검사원

 
위험물 혼재(consolidation) 및 격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화물의 물성 및 특성에 따라 혼재가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무조건 격리해야 할 때도 있다. 가령 부식성 물질인 산성류와 알칼리류는 화학반응으로 인한 폭발 및 화재 위험성이 높아 한 컨테이너에 혼재해선 안 된다. 두 물질 모두 클래스8의 부식성 물질인 탓에 혼재가 가능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 검사원은 제조사·포워더·선사별 주의사항 및 대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위험물 제조사는 MSDS를 법적용으로만 갖추지 말고, 일정한 주기로 갱신할 것을 주문했다. 또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포워더는 국내법과 국제법을 숙지해 상담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제조사의 위험물 분류가 적합한 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결과 및 인증서류 등을 제조업체에게 요청해야 한다고 전했다.

선사는 비위험물로 신고된 화학물질을 포함해 모든 위험물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해사위험물검사원 이상진 원장


KOMDI와 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개최한 이날 행사는 컨테이너 위험화물의 안전한 수납 및 고박에 관한 최신 국제동향을 공유하고, 미신고 위험물의 식별 및 관리 방안에 관한 주요 이슈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KOMDI 이상진 원장은 개회사에서 “해상운송 위험화물의 안전운송을 위해 국내외 규정과 제도를 연구해 공공의 안전을 위한 정부 정책의 실현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안전한 위험화물 운송을 위해 IMO 및 아시아 주요 교역국과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더욱 공고히 해 안전한 바다, 깨끗한 바다를 위한 우리의 경험과 역량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해수부 김민종 해사안전국장


해수부 김민종 해사안전국장은 “세계는 화학공업의 발달과 경제규모의 증대에 따라 위험물 해상운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안전한 해상운송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협력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는 IMO A그룹 이사국으로서 위험물의 안전한 해상운송과 사고예방을 위해 국제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국제사회 노력에 적극 동참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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