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2 20:48

연안화물선도 황산화물 규제 지원책 필요하다

해운조합 70주년 기념세미나 열려…연안해운 발전방안 제시
 


2021년부터 시행되는 연안선박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대응해 연안화물선에 저유황 면세유를 공급하고 LNG연료 추진선박 신조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태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정책연구실장은 20일 서울 당주동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해운조합 7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규모가 작고 노후한 연안화물선은 탈황장치(스크러버) 장착이 사실상 불가능해 연료유를 기존 고유황 벙커유(중유)에서 저유황 중유나 경유로 전환하거나 LNG 추진선 등의 친환경 선박을 신조하는 게 선택 가능한 대안”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내년 1월부터 선박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 기준을 현행 3.5%에서 0.5% 이하로 대폭 강화하는 환경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해양수산부는 해양환경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IMO 규제를 국내에 도입했다. 개정 시행령은 외항선은 2020년 1월1일부터, 연안선박은 2021년 1월1일부터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0.5%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영세한 연안해운사업자들은 이 같은 환경규제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내항화물운송사업에 등록한 선사 중 40%가 개인업체, 60%가 자본금 3억원 미만인 업체로 조사됐다. 정부 지원이 수반되지 않는 한 사실상 환경규제 도입 이후 연안해운시장이 붕괴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연안여객선은 정부에서 석유연료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를 도입해 연료유 전환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아무런 면세유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연안화물선이다. 김 실장은 면세유 혜택을 연안화물선까지 확대해 연안화물선업계가 능동적으로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경영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회엔 연안화물선이 연료로 사용하는 석유에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강창일 의원이 지난 4월 대표 발의한 이 법은 연안여객선에만 적용되던 면세유 혜택을 연안화물선까지 확대했다. 면세 대상 석유류에 천연가스도 추가했다. 다만 재정 부담을 고려해 시행 초기엔 연안화물선에 지원되는 유류세 보조금 수준으로 면세유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황산화물 규제가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노후 연안화물선의 친환경선박 전환 사업도 현안과제다. 지난해 말 현재 연안화물선 중 벙커유를 사용하는 배는 582척에 이른다. 전체 화물업 등록 선박 1255척 중 절반(46%)에 이르는 규모다.
 
김 실장은 해양진흥공사의 보증으로 연안화물선의 저유황유 사용에 따른 설비 교체비용을 지원하고 연안선박펀드와 이차보전사업을 통해 LNG 추진선박을 신조하는 등 연안해운시장에서 친환경선박 전환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또 연안화물선 선복량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항화물운송시장 등록제를 개편해 시장 진입 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안화물선 물동량은 2009년 1억2000만t에서 지난해 1억900만t으로 줄어든 반면 선복량은 174만t(총톤수)에서 210만t으로 크게 늘어나면서 심각한 공급과잉 현상을 빚고 있다.
 
60세 이상 비중이 54%에 이를 만큼 심각한 연안화물선 선원 노령화도 개선이 시급하다. 김 실장은 연안화물선업계의 원활한 선원 공급을 위해선 근로여건과 임금인상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기준 내항선원의 평균임금은 월 371만원으로, 외항선원(593만원)의 62% 수준에 불과하다.
 
연안여객선 대중교통화 공영제전환 절실
 
연안여객선 당면과제로는 대중교통 지정이 꼽혔다. 연안여객선은 대중교통의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실상은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은 대중교통의 요건을 ▲일정한 노선 ▲운행시간표 ▲다수의 사람을 운송으로 규정하고 있다. 연안여객선은 모두 이 기준에 해당한다. 하지만 대중교통법은 버스와 도시철도와 여객철도만을 대중교통으로 한정했다.

윤영일 의원이 지난해 9월13일 연안여객선을 대중교통수단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대중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김태일 실장은 연안여객선의 공영제 전환 의견도 제시했다. 현재 해수부는 운항이 중단된 항로의 경우 국가에서 지은 여객선과 운영비를 투입하는 보조항로로 지정해 민간에 위탁 운영 중이다. 현재 국가 보조항로는 전국적으로 27개 26척으로, 국고 보조금은 125억원에 달한다.

공영선사를 설립해 민간이 맡고 있는 전국 보조항로를 통합 운영토록 하는 한편 일반항로도 경영악화로 뱃길이 끊기면 공영선사에서 개입해 여객운송사업자에 배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토록 하자는 게 김 실장의 생각이다.
 
표준운임과 운임상한제 도입 같은 연안여객 운임 합리화 정책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세월>호 사고 이후 연안여객선 안전규제가 강화되면서 비용이 크게 상승했음에도 운임은 지난 10년간 14% 인상에 그쳤다. 2008년 7032원이었던 연안여객선 평균운임은 지난해 8019원으로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택시 요금 인상률은 58%에 이르고 버스비도 50%나 올랐다. 

김 실장은 운임 인상안과 함께 도서민에 최대 5000원, 지역민에 30%, 일반 국민에 주중 20~30%를 할인해주는 운임지원 정책을 연안여객선 이용률 제고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날 해운조합 한홍교 경영지원본부장과 장수익 사업본부장은 각각 ▲변화의 기록과 앞으로의 방향 ▲공제사업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다.

한 본부장은 연안해운의 수송분담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연안여객선을 대중교통수단으로 정착시키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섬여행 포털사이트를 구축하는 등 연안해운의 지평을 넓히는 사업을 벌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장 본부장은 1958년 선박공제를 시작한 해운조합이 이후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선원공제 수상레저공제 항만운영공제 등의 다양한 공제상품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공제료 수입은 1960년 800만원에서 서서히 늘어나 2016년엔 874억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물동량 감소와 선대 감소, 해운업 위축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707억원, 올해 620억원으로 가파른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가입척수는 고점이던 2014년 7435척에서 지난해 6507척으로 크게 줄어든 후 올해는 6764척으로 반등했다.

장 본부장은 앞으로 담보범위를 확대하고 요율체계를 개선하는 한편 빅데이터 기반 위험요인 분석 등 첨단 해양사고 예방시스템을 구축해 조합원 혜택을 높이고 해양안전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조합 고성원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조합원과 함께 성장해온 지난 70년의 시간을 반추하고 우리 조합이 현재 당면한 과제와 나아갈 방향을 알아봄으로써 진취적인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조합이 해운산업의 구심점으로서 해운가족들이 서로 힘을 합쳐 나갈 수 있도록 그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임병규 이사장은 “여러 해운가족들의 의견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귀담아 듣고 논의된 내용에 조속히 대응해 조합원의 성장을 돕는 ‘조합원 중심의 조합’으로 새롭게 도약하겠다”고 약속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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