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08 10:06

“정부지원에도 한국해운 경쟁력 뒷걸음질”

한국원양선사 지원 놓고 입장차 ‘후끈’
드류리 팀파워 본부장 “해운업 말고 항만에 지원해야”
제6회 부산항만콘퍼런스 성료


올해 부산에서 열린 국제항만행사에서 가장 주목을 끈 건 한국해운의 현주소와 미래였다.

알파라이너 텐 후아 주 컨설턴트는 지난 1일 열린 제6회 부산국제항만콘퍼런스에서 우리나라 선사들이 전 세계 컨테이너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6.5%에서 2016년 이후 3.5%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진해운 파산 이후 현대상선이 지속적으로 재정 지원을 받고 있지만 한국해운 경쟁력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의 선복량은 10년 새 80% 확대된 반면, 한국 해운업의 선복량 증가는 8%에 불과하다. 선사들은 잇따른 M&A(인수합병)를 추진하며 몸집을 불려나갔다.

지난 10년 동안 세계 1~2위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라인은 2배, MSC는 2.2배의 선복량 증가를 이뤄냈다. 특히 올해 홍콩 해운사 OOCL 인수를 매듭짓고 세계 3위로 도약한 코스코는 선복량을 6배 이상 늘리며 CMA CGM을 4위로 끌어내렸다. 궤를 같이해 지난 10년간 글로벌 주요 컨테이너선사 수는 M&A 등의 영향으로 22개에서 12개로 줄었다.

반면 우리나라 주요 컨테이너선사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11곳으로 변동이 없었다. 한진해운 STX팬오션이 해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SM상선과 팬오션이 새로운 명함을 내밀었다.

텐 컨설턴트는 한국 선사들의 과도한 경쟁을 언급하며, 일본 통합 컨테이너선사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모델에 근거해 계획된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의 합병이 부정적인 결과로 끝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해운 성장률이 다른 곳과 비교해 10분의 1도 안 된다”며 “다른 국가에서는 놀라운 규모의 성장을 달성한 반면, 한국해운시장에선 어떠한 진척도 없었다.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해운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정부가 초대형 컨테이너선 도입에 따른 해운조선업 강화, 항만개발계획 실현 등 한꺼번에 여러 목표를 달성하기엔 실패 확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텐 컨설턴트는 “더 큰 문제는 한국 정부의 해운업 지원이 언제 끝날지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초대형선 인도에 발맞춰 현대상선이 2M을 벗어나 새로운 얼라이언스에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한편, 정부의 실수가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해운사 주요 파산 10건 중 한국해운이 차지하는 건수는 4건에 달한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기업들이 해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는 게 텐의 설명이다.

그는 “과거 기업들의 잇따른 파산에도 한국해운업은 진정한 교훈을 얻어내지 못한 것 같다”며 “좋지 못했던 경험을 교훈 삼아 한국 해운업이 재도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사진 왼쪽부터 LA항만청 마이클 디 버나도 부청장, BPA 남기찬 사장, 드류리 팀 파워 본부장


“한국 정부 해운업 지원 이해할 수 없어”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한국선사에 대한 재정지원 여부를 놓고 발표자간 엇갈린 주장이 나와 주목을 끌었다.

드류리 팀 파워 본부장은 국적선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는 영국과 미국을 언급하며,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 정부의 해운업 지원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은 외국적선사를 통해 전 세계를 연결할 수 있고, 운임도 예전과 비교해 저렴해져 별도로 국적선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차라리 자금을 항만 인프라에 투자해 생산량을 높여 많은 선사들의 입항을 유도하는 게 더 나을 거란 주장이다.

이에 부산항만공사(BPA) 남기찬 사장은 국적선사가 필요한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며 팀 본부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원활한 수출입 지원과 외화 획득, 국가안보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필수선대 이념 등으로 국적선사가 우리나라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선원양성, 고박, 하역사업 등 여러 후방산업과의 연계를 통한 일자리 창출 부분에서 국적선사의 존재가 큰 힘이 된다는 게 남 사장의 설명이다. 남 사장은 “국가의 경제철학과 환경에 따라 존재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국적선사를 가져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5위 항만 도약을 이뤄내고 환적거점을 공고히 하기 위해 선석 공급이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대형선을 효율적으로 항만에서 처리하지 못한다면 선사들이 북중국으로 뱃머리를 돌려 부산항 물동량 감소 타격이 불가피한다는 지적이다.

팀 본부장은 “지난해 머스크라인의 자본수익률이 1% 밖에 안될 정도로 해운시장이 굉장히 위기”라며 “머스크는 수익극대화를 위해 항만 터미널운영사에 전방위압박을 강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남 사장은 2020년 이후 예상되는 선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규 부두 공급계획을 밝혔다. 그는 민자로 건설 중인 2-4단계(3개 선석)와 공사가 개발하는 서컨테이너부두 2-5단계(3개 선석)를 2021년까지 완공해 2022년 운영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항만현장에 투입되는 트럭과 선박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한 각 항만당국의 전방위적인 노력도 소개됐다. LA항과 롱비치항에 배치된 약 1만6000여대의 트럭은 오랫동안 디젤엔진을 사용해 배기가스 배출 문제가 심각했다. LA항만청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친환경 트럭으로 교체한데 이어 캘리포니아 대기청정위원회가 관리하는 규정보다 더욱 강력한 규정을 실시하고 있다.

부산항도 LA항 벤치마킹을 통해 친환경 항만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디젤연료를 사용하는 야드트렉터를 LNG로 대체했으며, 신항의 트랜스퍼크레인은 100% 전기로 운영되고 있다. 디젤연료를 사용하는 북항 역시 하역장비를 단계별로 친환경에너지로 대체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친환경 항만으로 거듭나기 위한 걸림돌도 존재하고 있다. 남 사장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큰 난제로 예산을 꼽았다. 환경부에서 전반적으로 미세먼지 대책을 다루고 있지만 항만은 특별히 고려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대도시 위주로 대책이 이뤄지고 있어 항만에도 예산 편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남 사장은 “현재 해수부에서 항만구역을 별도로 하는 미세먼지 법안을 추진 중인 걸로 알고 있다. 부산시의 역할도 중요하다. LA 사례를 들어 트럭교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선사-포워더 경계 허물어진다

최근 몇 년 간 해운항만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래에는 공급망을 선점하기 위한 해운물류업계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거란 전망도 나왔다. 과거 컨테이너화가 활발히 진행될 무렵엔 선사와 항만, 포워더의 역할과 정의가 뚜렷했지만, 앞으로는 수익 창출을 위한 서비스 확장으로 각 분야에서의 울타리가 허물어질 거란 설명이다.

주제발표를 맡은 드류리 팀 파워 해운물류본부장은 공급망 통합을 이끌어내고 있는 머스크라인의 행보를 주목했다. 팀 본부장은 “2014년 컨테이너선사들의 수익률은 평균마진율이 2%에 불과한데 이어 2016년엔 수익이 전혀 나질 않았고 손실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본투자는 막대하면서 리스크가 커 해운뿐만 아니라 터미널 산업 등의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는 게 팀 본부장의 설명이다.

결국 기업들은 수익성 향상을 위해 서비스를 확장함으로써 기존 고객들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팀 본부장은 머스크라인의 리포지셔닝을 꼽으며 “최근 머스크는 공급망 디자이너이자 솔루션 제공자로 시장에 나타나며 UPS나 페덱스처럼 글로벌물류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이는 모든 업무를 아우르겠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팀 본부장이 지목한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선사와 포워더가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선사와 포워더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 그들이 쌓아았던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머스크라인 팀 스미스 아시아 총괄대표는 블록체인이 해운항만물류시장에 가져다줄 이점에 대해 소개했다. 스미스는 머스크라인이 아보카도를 캐나다에서 네덜란드로 수송하는데 30개 이상의 기관과 200개 이상의 정보교환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수기로 진행되는 프로세스가 많은 탓에 서류작업에 많은 비용이 투입됐고, 이는 결국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기존 전 세계 교역방식에 비효율성이 크다고 지적한 그는 디지털 자동화로 서류흐름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빅데이터 AI 등을 활용해 수출입업자의 재고를 줄이는 것은 물론, 블록체인으로 부정거래, 에러를 줄일 수 있다. 또한 그는 화물 정보 신고가 잘못됐거나 허위 신고는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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