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23 10:01
기고/ 우리나라를 모항(母港)으로 하는 크루즈 여행을 꿈꾸며
변호사가 된 마도로스의 세상이야기
성우린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국내 최대의 크루즈터미널인 ‘인천항 크루즈터미널’이 개장했습니다.” 

필자가 2010년 2등 항해사로 승선하고 있었던 선박은 나이지리아의 칼라바르항(Calabar, Nigeria)에서 시멘트 선적을 마치고 미국 플로리다 주에 위치한 포트로더데일항(Fort Lauderdale, U.S.A.)에 도착하여 입항을 준비하고 있었다.

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입항 시 필요한 계류색(선박이 정박하면 바다로 떠내려가지 말라고 묶는 밧줄)을 준비하기 위해 선미로 나가 보니,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한 백발의 노인이 초호화 요트에 서서 금발의 미녀들과 와인 잔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노인이 서있는 뒤편에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거대한 크기의 크루즈선이 정박해 있었다. 이후 화물전용부두에 정박한 우리 선박에 올라온 항만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포트로더데일항은 마이애미 해변을 끼고 있고 카리브해로 진출하기가 쉬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크루즈선이 모항(母港)으로 활용하는 곳이라고 했다.

크루즈전용부두에 정박하고 있는 선박의 이름은 알아보니 <얼루어 오브 더 시즈>(Allure of the Seas)호. 2700여개의 선실을 보유하고 전장 360m에 총톤수가 22만t에 달하는 현존하는 세계 최대의 크루즈였다.

당직 업무가 끝나고 더 가까이 가서 보니 일단 규모에 놀랐고, 한국 조선소(당시 ‘STX 유럽’)에서 이 선박을 건조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저와 같은 크루즈가 들어올 수 있는 모항이 생긴다면 꼭 크루즈를 타고 전 세계를 항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로부터 약 10여년이 지나 인천항만공사가 지난 4월 인천항에 크루즈전용터미널을 개장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전용터미널로 부두길이가 430m에 달하여 최대 22만5천t급의 크루즈가 접안할 수 있다고 한다. 필자가 당시 포트로더데일에서 보았던 세계 최대의 크루즈가 충분히 접안할 수 있는 규모의 전용터미널을 우리나라도 갖추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에 발맞추어 우리나라에 크루즈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법령들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을까. 우선, 해운법 제3조 5호에서 ‘해당 선박 안에 숙박시설, 식음료시설, 위락시설 등 편의시설을 갖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여객선을 이용하여 관광을 목적으로 해상을 순회하여 운항(국내외의 관광지에 기항하는 경우를 포함한다)하는 해상여객운송사업’인 ‘순항(巡航) 여객운송사업’을 규정하여, 크루즈 산업을 수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크루즈 기반시설, 사업 및 면허, 선원 및 선박, 선박의 입·출항, 선박안전 및 환경 등에 대한 통합적인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 관련 부대시설에 대한 인허가를 해당 관청별로 별도 승인하고, 부대시설 인허가 절차도 복잡한 실정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선상의 카지노업 규제’이다. 관광진흥법 제21조 제1항 제2호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카지노업의 허가신청을 받으면 우리나라와 외국을 왕래하는 여객선에서 카지노업을 하려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에 맞는 경우에만 카지노업을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관광진흥법 시행령 제27조 제3항에 따르면, 카지노업을 신규로 할 경우, 최근 신규허가를 한 날 이후에 전국 단위의 외래관광객이 60만 명 이상 증가한 경우에만 신규허가를 할 수 있고, 이 또한 증가인원 60만 명당 2개 사업 이하만 허가를 해주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그마저도 문화체육관광부의 신규허가 공고가 없으면 허가신청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 카지노업은 크루즈 승객을 유치하기 위한 상품의 하나라는 점과 크루즈 선박내의 카지노는 육상과는 다른 특수한 여건이라는 점 등에 기초하여 크루즈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규제를 완화하는 등 관광진흥법 등 법률을 제·개정할 필요가 있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북미의 크루즈 산업이 미국경제에 기여한 경제적 이익이 2008년 한 해 동안 약 402억 달러 정도였고 3만5000명이 넘는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한다. 각종 규제를 완화하여 크루즈 산업이 좀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법령의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천항을 비롯한 국내의 항만들이 제2의 포트레더데일항으로 변모하길 기대해본다.

*황진회 외, ‘크루즈 선박 운항 관련 법·제도 발전방안 연구’, KMI, 2013 참조

▲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의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경험을 쌓았다. 하선한 이후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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