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03 10:52:10.0

화물트럭, ‘자율주행’ 시대 열렸다

美 네바다주, 자율주행 화물트럭 시험운행 허가
 
자율주행 화물트럭이 합법적으로 도로 위를 달릴 수 있게 됐다.
 
외신 및 물류기술연구센터에 따르면 독일 다임러가 개발한 자율주행 트럭 ‘프라이트 라이너 인스피레이션(Freight liner Inspiration)’이 최근 미국 네바다주에서 자율주행 시험운행 허가를 받았다.
 
프라이트 라이너 인스피레이션은 다임러가 전 세계에서 판매하고 있는 세미트레일러에 ‘하이웨이 파일럿(Hightway Pilot)’이라는 자동 운전 시스템을 장착한 운송 차량이다. 운전자는 이 시스템을 통해 조작 없이 도로주행이 가능하며, 도로 운송시 연비 절감은 물론 휴식도 가능하다.
 
다만 자율주행은 당분간 제한적으로 실행될 전망이다. 이 트럭의 자율주행 기능은 고속도로에서만 허용되며, 운행 중에는 반드시 다른 차량과의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차선 변경이나 추월도 허용되지 않는다. 고속도로 주행 시 운전자는 반드시 착석해야 하고, 폭설로 인해 차선 식별이 어려울 경우 차량이 운전자에게 운전을 하도록 신호를 보낸다. 또한 트럭이 신호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5분 이내에 트럭운전자가 반응하지 않을 경우, 트럭은 서서히 속도를 낮추고 정지한다.
 
아직까지 이 시스템은 테스트 차량에 가깝다고 할 수 있으며,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기능이 일반에 보급되기까지는 십여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이 트럭은 다임러의 최신 트럭 및 승용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단 트럭의 대시보드 부분에 위치한 입체 카메라를 통해 차선 인식이 가능하다. 또한 근거리 및 원거리 레이더를 사용해 도로를 스캔함으로써 250m 전방의 장애물까지 파악이 가능해 주행 차선을 벗어나지 않고, 앞뒤 차량과 충돌하지 않도록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다. 후방감지 센서는 설치되지 않았으며, 차량 간 통신 시스템이나 원격감지기술인 라이다(LIDAR)도 적용되지 않았다. 대신 이 트럭은 차량끼리 상호통신을 하면서 적절한 차간 거리를 유지하게 되며, 가속이나 감속 타이밍 역시 이런 통신 과정을 거쳐 실행될 예정이다. 다임러는 자율주행 트럭의 안전한 운행을 하고 있다. 향후 수백만 마일의 시범 주행 과정을 거쳐, 눈이나 비가 내리는 환경은 물론 극서와 극한의 기온조건을 지닌 다양한 도로 현장에서도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자율주행 트럭은 교통사고 방지와 차량 안전 측면에서 상당한 개선 효과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운전자 과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2012년 한 해 동안 총 33만대의 대형 트럭이 충돌사고에 연루됐다. 이로 인해 약 4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고의 90%는 운전자의 과실이다. 이에 따라 대형 화물수송 업체들은 최근 수년간 차로제어 시스템과 자동제어 장치 등 차량 안전강화를 위한 기능과 장비들을 강화해왔다.
 
교통 및 물류분야 전문가인 노엘 페리(Noel Perry) 이코노미스트는 “안전주행을 위해 이처럼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온 회사들이 한발 더 나아가 자율주행 기능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전망했다.
 
자율주행 트럭의 또 다른 장점은 대형 트럭 운전자 부족에 따른 고질적인 인력난과 화물수송 용량의 제약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교통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격을 갖춘 트럭 운전자 부족으로 인한 ‘화물 수송용량의 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트럭협회 역시 오는 2020년까지 24만명의 트럭 운전자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트럭 운전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이유는 장거리 운전 자체가 쉽지 않은 업무이고, 화물차 운전면허 획득을 위해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노엘 페리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더불어 규정 속도 준수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인해 향후 수년간 트럭의 단위 시간당 화물수송용량에 제약이 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운송업체가 시행하는 운전자 마약 및 음주 테스트 결과를 국가가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하게 되면, 한번 문제를 일으켰던 운전자들의 재취업이 어려워지고 이는 인력난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화물차에 장착되는 속도제한기(speed limiter)가 트럭의 주행속도를 64mph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으며, 운전시간 전자기록계는 규정 시간 이외의 초과 주행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들은 안전운행의 관점에서는 매우 바람직하지만 운송업계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율주행 트럭은 안전성과 그에 따른 수송 효율성 측면에서도 명확한 장점을 지닌다. 사람과 달리 기계는 피로나 감정의 영향을 받지 않고, 특히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자율주행 트럭의 경우 보행자와 자전거 등이 뒤얽힌 복잡한 도심 도로보다 장애물이 적어 더욱 안전한 운행이 가능하다. 자율주행 트럭의 안전성이 증대될수록 적재 용량이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결국 수송의 효율성 제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화물 트럭의 경우 여러 대가 일정 거리를 두고 줄을 지어 동시에 이동하는 군집주행을 한다는 점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통해 연료와 인력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하는 것도 가능하다. 자동차산업 컨설팅 업체 칼라일 앤 컴퍼니는 운전자가 탑승한 트럭 한 대가 총 일곱대의 트럭을 이끌고 주행하는 경우 공동 주행에 따른 공기저항 약화로 연료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율주행 트럭이 완전한 무인 시스템으로 운행하지 못하는 경우라도 해도, 차량과 인력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운전자 부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일례로 자율주행 차량이라도 고속도로를 벗어나면 반드시 운전자가 직접 운전해야하기 때문에 일단 무인으로 운전을 마친 트럭이 고속도로 끝지점의 일정 구역에 자동으로 주차를 한다. 이후 구간부터는 운전자가 직접 운행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인력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밖에도 자율주행 트럭의 경우 기존 트럭에 비해 업무가 수월하기 때문에 인력유입 확대도 예상된다.
 
하지만 트럭 운전자들은 자율주행차량이 숙련된 사람의 능력을 넘어설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소비자들은 자율주행 기술 자체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고속도로를 달리는 대형 화물차량에 대해서는 일반 승용차와 달리 불안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트럭이 조만간 운전자 없이 스스로 주행할 수 있게 된다 해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당분간은 사람이 운전석을 지킬 것으로 전망했다.
 
다임러의 트럭 개발 부문 책임자인 스티브 에르네스트는 “자율주행차량에서 운전자를 완전히 배제할 의도는 없다”면서 운전자들의 삶을 더 쉽고 편리하게 하는 것이 기술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맨위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