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04 18:04:51.0

생생취재/ 베네치아…배로 모든 것을 옮긴다

지형에 맞는 특별한 물류시스템 선봬

베네치아는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해상 도시이다.  베네치아는 6세기 경 훈족의 습격에 바닷가까지 밀려난 이탈리아본토 사람들이 습지에 개척을 시작하면서 만들어졌다. 이 곳에서 4km에 달하는 운하를 따라 118개의 섬을 만나볼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섬들은 400여 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하나의 도시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지형적인 특징 덕분에 베네치아는 다른 곳과는 다른 신비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면서 관광도시로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베네치아는 풍경이 아름다운 도시일 뿐만 아니라 한 때 무역과 물류로 찬란히 꽃피웠던 도시이다. ‘베니스의 상인’ 이라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도 알 수 있듯 베네치아는 과거에 지중해 무역의 중심지로서 크게 번성했었다. 수 차례 십자군 전쟁이 일어나는 동안 베네치아는 군수 물자들을 배를 이용하여 운송하며 어마어마한 재산을 축적할 수 있었다. 그 후 막대한 재산을 기반으로 베네치아는 동 지중해를 장악하며 활발하게 무역을 전개할 수 있었다. 

필자는 베네치아에 방문해 운하를 따라 걸으며 현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물살의 속도에 맞추어 걷다 보니 과거 베네치아 상인들의 생활을 조금이나마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베네치아에는 자동차도 다니지 않고 철로도 연결되어있지 않다. 두 명이 겨우 지나갈 만큼 골목길이 좁은 탓에 오토바이도 찾아보기 힘들다. 골목길마저 복잡하게 얽혀있고 길의 이름도 제대로 표기되어 있지 않은 까닭에 육로로 운송하는 것이 어렵다. 따라서 이 곳에서는 자연스레 모든 것이 배를 통해 옮겨지게 된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분주히 배에 물건을 싣고 나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시간을 거슬러 중세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와 같이 베네치아는 배와 가장 친한 도시라고 부를 만 하다. 하지만 도시를 드나드는 선박들의 모습은 상업항에서 볼 수 있는 배와는 다르다. 베네치아 항만은 배후도시에 크게 의존하여 배후도시의 물류를 주로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도시를 지나는 운하의 폭이 작고, 대규모 물자 이동이 아닌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소량으로 이동하므로 배의 크기가 전반적으로 작은 편이다. 지금은 관광수단으로만 쓰이고 있는 곤돌라가 한때는 유용한 교통 수단이었던 이유도 섬과 섬 사이를 자유롭게 다니기에 큰 배는 불편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곤돌라 외에도 수상 버스, 수상 택시, 개인 보트 등을 찾아볼 수 있다. 


베네치아에서 배로 옮기지 못하는 것은 없다. 사람뿐 만이 아니라 파렛트, 택배, 포대자루, 의자들도 차곡차곡 쌓아 이동된다. 심지어 배 위에 과일을 진열해놓고 가게를 열기도 한다. 가게에서 나오는 폐지는 바로 옆에 한 척의 작은 배를 더 연결하여 따로 모은 후 처리한다. 도시를 보수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공업 장비들은 아예 배에 고정되어있어 이동하며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경찰차와 구급차도 좁은 운하를 신속하게 다닐 수 있도록 작게 만들어졌다. 자동차의 공백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배가 모든 교통 수단을 대신해 그 역할을 완전히 수행하고 있다. 자동차의 경적 소리 대신에 뱃고동 소리가 기분 좋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러나 자동차가 없어서 불편한 점이 하나 있다면 관광객들이 무거운 짐을 지고 숙소를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복잡한 길을 따라 이어진 다리를 따라 오르고 내려오기를 반복하다 보면 금세 지치기 마련이다. 그래서 관광객의 짐을 손수레에 싣고 숙소까지 실어다 주는 서비스가 등장하게 되었다. 역 주변과 광장 앞에서 이런 손수레를 곁에 두고 서있는 사람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지는 못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체계가 없이 개인 대 개인의 거래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과연 서비스가 안전한지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체계를 갖추어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다면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베네치아만의 특별한 물류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택배 상자는 높은 습도로 인해 물건이 망가지지 않도록 비닐로 꽁꽁 싸매고 보트 위에 두꺼운 비닐을 씌웠다. 또 일렁이는 파도에 물건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차곡차곡 쌓고 쇼링과 래싱도 단단히 했다. 하지만 온ㆍ습도 조절, 무진동 차량 등 요즘 물류에서 신경 쓰고 있는 첨단 시스템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이 베네치아를 더욱 매력적인 도시로 만든다. 크레인과 컨테이너, 대형 선박으로 가득 찬 다른 국제 물류 항만에서 느껴지는 웅장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베네치아는 그 어느 항구보다 생활 속에 가까이 들어와 있는 모습이었다. 

배를 타고 한시간 가량 더 나아가면 부라노ㆍ무라노 등 조그만 섬들이 곳곳에 위치해 있다. 이 곳에서는 어업을 주 생계수단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섬에 일찍 도착하면 배를 근처 운하 말뚝에 묶어두고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떼어 양동이에 넣어 바로 식당에 공급하는 어부들의 풍경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공급망이 짧은 까닭에 이 도시에서 오고 가는 물건에는 모두 사람 냄새가 베어있었다. 

베네치아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조금씩 물이 차오르고 있다. 지금도 겨울이 되면 수면이 높아지게 되면서 일부 지역이 침수되는 아쿠아알타(ACQUA ALTA)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안전한 배송을 추구하는 물류에 있어서도 위기이다. 

하지만 물류업계에서 위기는 곧 기회이다. 갯벌에 말뚝을 박아 새로이 거주지를 만들었던 베네치아 선조들처럼 앞으로 베네치아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 임수민 대학생기자 lsm0305@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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