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1 09:12:12.0

"컨설팅 30년, 비결은 실력과 신뢰"

인터뷰/ KR컨설팅 이강락 대표

▲지난달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KR컨설팅을 찾아, 이강락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과거의 영광에 빠져 늑장을 부리다 변화하는 미래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인데,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은 실체가 없다”라는 볼멘소리만 내뱉으며, 익숙하고 편한 방식을 택하기 일쑤다. 그러다보면 혁신으로 무장한 ‘스타트업’에 차츰 자리를 내주기 마련이고, 서서히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진다. 급변하는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 중 하나는 ‘컨설팅’이다. 컨설팅은 그 어느 업종보다도 변화에 가장 민감하고 트렌드를 분석하는 지식기반의 전문적인 서비스업이다. 컨설턴트로 30년의 삶을 살아온 KR컨설팅 이강락 대표를 만나, 컨설턴트의 삶을 들어봤다.

Q. KR컨설팅은 어떤 회사인가?

대학에서 기계설계를 전공하고, 1982년 대우정밀공업주식회사에 취업해 10년간 엔지니어로 일했다. 대기업에서 10년쯤 일하다보니 관리자 위치에서 관리기술을 배웠다. 마침 이 무렵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앞으로 컨설팅 업종이 유망할 것으로 생각돼 이직을 결정했다. 제조업 출신이라, 초반에는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에 관련된 컨설팅을 주로 맡았다.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인 QCD(품질, 원가, 납기)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1993년 일본에서 TPS(도요타생산시스템) 연수를 받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TPS와 린(lean) 방식에 근간해 컨설팅을 해오고 있다.

물류와 인연은 1993년부터 1995년까지 3년 정도 현대자동차의 물류컨설팅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일본의 하시모트 컨설턴트를 보조하면서 조달물류와 생산물류를 3년간 접하면서 현대자동차의 통합물류에 대한 전반적인 체계를 잡았고,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물류분야에 컨설팅을 해오고 있다. 

그러다 1997년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을 퇴사하고, 1998년 1월 KR컨설팅을 창립했다. 초창기 멤버는 10여명 정도였다. 현재 직원은 20여명 정도다. 해외에는 이집트, 영국, 중국, 일본에 컨설팅과 관계된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KR컨설팅은 주로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에 전문적인 컨설팅을 해오고 있으며, 자동차·전자·중공업·조선·유통분야에 전문적인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Q. 1992년부터 30년 가까운 세월을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일화도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 공작기계를 만드는 회사가 있었는데, 일본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에 애로사항을 겪었던 적이 있다. 당시 이 회사에서 1년 6개월 동안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에 컨설팅을 참여했다. 컨설팅을 받고 난 뒤로 품질이 좋아졌고, 매출액은 무려 10배 상승했다. 자칫 회사가 어려움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컨설팅을 받고 나서 많은 부분이 좋아졌다. 이 기업은 지금도 잘 운영되고 있다. KR컨설팅의 주요 고객사는 대부분 10~20년 동안 오랫동안 관계를 맺은 곳들이 많다. 가령 1995년에 컨설팅을 했던 매출액 500억원 규모의 자동차 부품회사에 지금까지 컨설팅을 지속하고 있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이제 5조원이 넘는다.  

Q. 고객사와 오랜 기간 신뢰를 형성하는 비결이 있나?

컨설팅의 중요한 가치 세 가지가 있다. 먼저 컨설턴트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재계약이 어렵다. 다음은 인재양성이다. 컨설팅이 진행되면 TF(태스크포스)팀이 꾸려진다. 컨설팅이 끝나고 난 이후에도 성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내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사내전문가를 양성하지 못하면 컨설팅을 받더라도 성과를 유지하기 어렵고, 지속성이 낮다. 마지막은 성실성이다. 컨설팅을 의뢰하는 기업에서도 컨설턴트의 자세를 보면 대충 시간을 때우려고 온 건지, 성과를 내려고 노력하는지 다 안다. 최선을 다해서 성실하게 노력했다면, 설사 목표가 조금 미달되더라도 좋은 평가를 내린다. 컨설팅업계에서 재계약 성과지표가 있다. KR컨설팅은 이 지표가 높은 편이다. 저희는 평생고객을 만난다는 생각으로 컨설팅에 임한다. 

Q. 국내만 해도 다양한 종류의 컨설팅 기업이 있다. KR컨설팅의 차별화된 강점이라면?

원가혁신, TOC, 린 이 세 분야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과 견줘도 뒤지지 않을 만큼 경험과 실적이 많다. 대다수 제조기업은 가격경쟁력을 갖기 위해 제조원가를 낮추고 싶어 한다. 제조원가를 낮추려면 재료비나 가공비를 낮춰야 한다. 가공비를 낮추려면 생산성 향상과 효율성이 이뤄져야 한다. KR컨설팅은 부분이 아닌, 전체효율화의 관점에서 그간 쌓아온 경험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잘 낸다.  


▲이강락 대표는 로봇이나 IT를 막연하게 우려할 게 아니라 
우선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Q.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많은 기업들이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준비해 나가야 할까?

4차 산업혁명을 막연하게 두려워하는 이유는 IT의 메커니즘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사용자 입장에서 IT를 이용할 때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시대로 바뀌면서 IT가 중요한 사업의 기반이 됐다. IT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에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이에 따른 애로사항을 느끼는 듯하다. 

IT를 통해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도구도 나오면서 이제는 컴퓨터가 데이터를 분석해서 답을 준다. 빅데이터 활용능력에 따른 비즈니스 활용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생긴 셈이다. 여기다 IT가 가상(사이버)세계와 현실세상을 매칭하는 연구도 일어나고 있다. 즉 IoT(사물인터넷)이 발달하게 된 것이다. IT의 발달로 로봇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제 공장은 무인으로 운영될 수 있고, 물류시스템도 무인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사람은 시간과 능력에 한계가 있지만, 로봇은 분석만 잘하면 사람보다 더 높은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 이제는 자동차나 전자산업도 불량률을 허용하지 않는 추세인데, 사람의 힘으로 불량률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핵심은 IT나 로봇을 사람이 만들고 설계한다는 점이다. 통제는 사람에 의해 명령어에 따라 이뤄진다. 한마디로 IT나 로봇은 수단이지, 목적이 되지 않는다.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고 막연하게 우려하는 것보다 좋은 수단이 나오면 3D 업종을 비롯해 우선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 

Q. 컨설팅 업계에 발을 들인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컨설턴트는 고유기술이 아니라 관리기술이다. 누구라도 공부해서 입문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 관리기술은 배우면 된다. 책으로 배울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컨설팅 회사에 입사하면 각 회사마다 방법론과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 매뉴얼에 따라 실전을 경험하다보면 조금씩 컨설팅이 익숙해질 거다. 컨설턴트는 안목과 분석력이 중요하다. 기업이 컨설팅을 의뢰하는 건 문제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활로가 열린다. 또한 TF팀이 꾸려지면 애정과 관심을 갖고 사람들을 대해야 한다. 단순하게 ‘일’로 엮인 관계가 아니라, 팀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성장하도록 돕는 것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컨설팅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TF팀에 참여한 멤버의 맨파워가 2~3배 더 향상되면 결과는 더 좋아진다. 장사도 사람을 남긴다고 하지 않나. 컨설턴트도 마찬가지로 인재양성을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는 것이란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Q. 경영철학이 궁금하다.

실력이 있다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기계나 로봇으로 개선할 수 있는 범위가 2~4배라면, 사람에 투자해서 인재를 양성하면 10배 이상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인풋과 아웃풋의 과정을 보면, 기계나 설비에 투자하는 것보다, 사람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인재양성과 실력향상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저는 직원들이 남을 위해서 일하면 만족도가 낮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위해서 일해야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앞으로 미래는 지식자본의 시대라고 한다. 직원들이 역량을 갖춰서 독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돕고자 한다. 한 회사에 종속되는 것보다 자신의 조직을 만들어 잘 구축해 나가길 희망한다.

Q. 직원들이 각자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뜻인가?

그렇다. 이미 KR컨설팅을 떠나 사업을 하는 친구들도 많다. 컨설팅이라는 게 작은 프로젝트도 있지만, 큰 프로젝트도 있다. 프로젝트가 작으면 소수의 인원으로 진행하면 되지만, 큰 프로젝트를 할 때는 상황에 따라서 상호 네트워킹이 중요하다. KR컨설팅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컨설팅 기업이 많고, 필요에 따라 상호 협력해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Q. 사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목표가 있다면?

후진양성이다. 지금은 저도 대표이사를 맡고 있지만, 앞으로 10년 뒤에는 세대교체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 컨설팅 일을 하려는 후학들이 조금 더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과 여건을 마련하는 책임이 제게 있다고 생각한다. 저를 포함한 이 업계를 리더들이 생각해야 할 소명과 사명감이 아닐까. 다음세대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특별히 하고 싶은 말.

글로벌 세계화 네트워크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지구촌 시대라고 하지 않나. 한국사람이라고 해서 한국에만 머물고, 한국어만 할 게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고 다국적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 국제적인 역량을 키워고 리더십과 안목을 갖춰야 한다. 우리나라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이 되려면 스케일을 크게 가져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중국이 한국기업에 많이 배웠다. 그래서 관계가 좋았다. 그런데 중국기업이 성장하면서 이제는 한국기업을 경쟁상대로 생각한다. 존경받는 기업이 되려면 기술과 실력을 연마해 리딩기업이 되어야 한다. 존경받는 기업이 되고, 세계 최고의 전문가로 성장해야 한다. 과거가 아닌 미래지향적으로 미래를 위해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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