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26 09:19:56.0

칼럼/ 이불변 응만변(以不變應萬變)…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생존법

린로지스틱스컨설팅(주) 김쾌남 대표컨설턴트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한 4차 산업혁명의 질주 속에서 ‘한국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차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새해를 맞아 가슴에 담은 경구”라며 연초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이불변 응만변(이하, 以不變應萬變)’을 보고 몇 가지 드는 생각이 있어 적어봤다. 

본디 ‘以不變應萬變’은 불교의 화두로 회자되던 것이 김구 선생이 1945년 광복을 맞아 임시정부 요인들과 함께 환국하던 전날 밤에 이후 어떻게 혼란한 정세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독립된 조국의 미래를 열어갈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쓴 유묵의 문장으로, 또 하나는 베트남 독립의 아버지인 호치민(胡志明, 1890~ 1969)의 유명한 행동원칙이자 정치철학으로 대변되면서 세상에 알려진 ‘변화하지 않고 타협할 수 없는 단 한가지의 원칙을 기반으로 수만 가지의 모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구 선생도 그렇고 호치민도 그렇고 모두 격량의 세계 정세 속에서 힘없이 갈팡질팡하던 제3세계 민족의 자주독립과 번영을 위해 노심초사하던 분들의 행동철학으로 이만한 문장이 없었을 것 같다. 물론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변화하지 않고 타협할 수 없는 단 한가지의 원칙”일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4차 산업혁명은 그 격량의 규모, 범위, 강도, 파급효과 면에서 지금까지의 지구 역사에서 벌어진 그 어떤 사건보다 클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지구 역사에서 가장 큰 사건으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종의 폭발이 일어난 캄브리아기를 든다. 이 시기에 척추동물을 제외한 지구상의 모든 동물들이 출현했다고 한다. 그래서 다들 작금의 4차산업혁명을 ‘디지털 캄브리아기의 도래’로 부르는데 주저함이 없다. 캄브리아기의 특징은 다양성의 폭발이다. 다양해지면 복잡해지고 그 결과 생존과 번영을 위한 경쟁은 더욱 더 치열해진다. 쉽게 표현하면 모든 종의 삶이 더욱 고달파진다는 것이다. 종의 폭발 이후 이들이 대멸종하는 시기도 수차례가 있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그 고달픔의 정도를 상상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지구 전체적으로 보면 진화라는 경쟁의 결과로 생명활동이 더욱 왕성해지고 개체들의 총량이 증가한다. 

역사적 증거가 앞으로도 작동한다면 4차 산업혁명도 분명 이러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에도 한가지 문제가 있다. 이전의 캄브리아기와 디지털 캄브리아기의 차이점은 캄브리아기의 주도세력은 아직 실체가 불분명하지만, 디지털 캄브리아기는 주도세력이 ‘호모 사피엔스’로 명확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런 생각도 든다. 캄브리아기의 본연의 특징인 다양성 폭증의 선순환적 작동원리가 디지털 캄브리아기에도 과연 같이 작동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잘못 대응하면 그 반대로 작동할 가능성은 없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의 역사적 주범은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하고, 지질학적 분류로 보면 지금은 인류세이고 그 지층적 특징이 전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지역에서 닭뼈가 공통적으로 출토되는 것이며, 지난 산업혁명의 결과 하나로 연결된 지구는 결국 다양성을 소멸시키는 결과를 초래했고 등등등… 그래서 지적 탐구자들 사이에서 아주 열심히 논의되고 있는 것이 대멸종에 대한 주제인지도 모르겠다. 이와 연관 짓는 것이 다소 성급하거나 무리가 있기는 하지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심정으로 최근 들어 한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가상화폐와 관련해서 생각해볼 것이 생겼다.

가상화폐 유감

주요 선진국들은 4차 산업혁명의 실용화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가상화폐로 나라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이름도 낯선 새로운 화폐들을 통해 새로운 부의 기회를 차지하려는 사람들로 도박장 아닌 도박장이 되어버렸다.  2018년판 바다이야기 같다. 한국의 이러한 특이한 상황을 가지고 전세계적으로 “김치 프리미엄” 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물론 용어 조차 아직은 의심스럽다. 

한국에서 가상화폐라고 불리는 비트코인 같은 것들은 실제는 프로그램이나 데이터를 의미한다. 가령, 비트코인을 ‘가상의 존재’ 라고 하면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인데, 실제로는 인터넷뱅킹 통장에 표시되는 계좌 잔액이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동전이나 화폐는 아니지만, 그 잔액을 표시하는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맞게 표시되는 것처럼 비트코인은 데이터다. 데이터라는 건 실존하고 있고 데이터가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즉, 데이터는 가상이 아닌 실존하는 것이고 크고 작은 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1MB, 1GB 이런 식으로 양의 단위로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가상화폐란 말 대신에 외국처럼 크립토커런시(Cryptocurrency) 즉, 암호통화나 암호화폐 등으로 쓰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여튼 개념도 정립 안된 이 괴물과도 같은 것이 한국의 금융시장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가상화폐를 이해하려면 먼저 블록체인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실제 4차 산업혁명의 최대의 난관은 바로 보안문제라는데 이견이 없다.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급격히 발전해온 것이 바로 해킹기술이다. 마치 창과 방패와도 같이 디지털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이에 못지않게 진화해 온 것이 바로 해킹기술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사물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고 인공지능과 클라우드에 의해 모든 것들이 운용되기 시작하면 보안문제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될 것이므로 이에 대응한 보안기술이 필수적이라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그래서 등장한 최신의 보안개념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이란 전자거래나 이벤트 내역을 관리하는 일종의 보안기술이다. 하나의 거래기록(Transaction) 또는 이벤트(Event)를 블록(block)이라고 하는데 매순간 새로운 블록이 생성되어 바로 전 시간에 생성된 블록과 체인(chain)처럼 연결되어 끊임 없이 늘어나는 기록들이 모두 연결되어 하나의 블록체인을 이루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블록체인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분산형 처리기술 때문이다. 

금융거래를 예로 들면 일반적으로 금융거래가 이루어지면 하나의 중앙관리시스템이 모든 거래기록을 저장하고 관리하는데, 만약 중앙관리시스템이 해킹되면 거래 전체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기존의 ‘중앙집중형’이 아닌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관계자들에게 거래기록을 분산하여 실시간으로 저장하는 ‘분산형’ 성격을 띈다. 따라서 특정 중앙관리시스템 관계자가 아닌 모든 관계자들에게 해당 거래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점 때문에 기록의 임의 수정이 불가능하고, 그만큼 해킹의 가능성도 차단되어 더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을 기존 화폐에 적용하면 결국 은행을 비롯한 기존의 인프라 없이도 전 세계에서 안전하고 저렴하게 금융거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야말로 4차 산업혁명이 지향하는 초연결성의 생생한 실질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기형적인 가상화폐에 대한 투기광풍 현상과 그에 대한 잘못된 대응책이 결과적으로 블록체인 기술과 발전과 확산을 가로막는 일이 생긴다면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한국은 개인정보 유출분야에서도 전세계적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전세계 10대 개인정보 유출사건에서 이미 한국사례가 1등을 차지하고 있고 10대 사건중에 3~4건이 한국에서 발생했다. 비슷한 경험을 우리는 이미 수없이 해왔다. 줄기세포가 그랬고 빅데이터가 그랬다. 그래서 그 주도권들이 전부 다른 선진국들에 넘어간다면 한국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열등생으로 전락하는 위기가 올 수도 있다. 

불변의 원칙 - 믿음과 신용  

또 한가지 의문은 기존의 화폐와 연관된 금융시스템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다. 기존의 화폐를 이러한 가상화폐가 대체하게 되면 당연히 기존의 금융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되므로 전세계의 금융시장은 한마디로 지각변동을 겪게 된다. 그 파급효과는 2016년의 알파고가 줬던 충격과는 비교할 수 조차 없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물론 중앙집중적이면서 파워에 기반한 대단히 정치적인 현재의 금융시스템은 표면적으로는 안정된 거래수단으로 보이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메가톤급 시한폭탄처럼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으면 언제라도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파국으로 몰아갈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 이유는 원래 거래를 포함한 관계의 기본은 “믿음과 신용” 인데 언제부턴가 우리는 이 말 자체를 잊어버리고 살기 시작했고,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것이 기본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불신과 의심”을 전제로 모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이제는 너무도 당연해졌다. 바이러스나 피싱, 최근에는 스미싱까지 이런 해킹행위에 대한 방어 소프트웨어가 작동 안되는 스마트폰이나 PC를 사용할 자신이 과연 있는지 우리들은…

무엇이 바람직한 방향일까? 그래서 ‘以不變應萬變’ 이라는 경구가 새삼스럽게 여겨진다. 작금의 가상화폐 파동에도 불구하고 이미 4차 산업혁명의 물꼬가 트이고 이제 레이스에 돌입한 이상 그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디지털의 최대의 약점이었던 보안문제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써 아울러 방대한 초연결성을 경제적으로 안전하게 보장해줄 블록체인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응용영역들이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스마트폰이나 SNS가 그동안 우리에게 미쳤던 영향을 훨씬 더 넘어서서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기술이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 발전하더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변화하지 않고 타협할 수 없는 단 한가지의 원칙”이 무엇인지 상시 유념하고 그에 맞추어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시대의 생존법이 아닐까 한다. 

끝으로 ‘以不變應萬變’를 강조한 호치민이 혁명을 할 때 자신에게 한 다짐을 소개하고자 한다. 파란이 이는 세상의 변화에 기업들이 자신을 가다듬는 좋은 가르침이 되었으면 한다.  

혁명은 우선 가슴으로 해야 한다.
사회를 개조하려면 우선 자기 자신을 주의 깊게 개조해야 한다.
자신의 깊은 속마음을 엄숙하게 검열해야 한다.
자신에 대한 비판을 스스로 해야 한다.
우선 자기 자신을 갈고 닦아야
그 다음에 조직 내부의 교화가 이루어지고
그 다음에 대중을 감화시킬 수 있다.  
- 호치민 - 

< 물류와 경영 >

맨위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