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6 09:32:12.0

칼럼/ 항만건설산업의 활로…글로벌 항만시장 진출에 달려

김학소 편집위원(청운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화려하고도 장엄했던 개막식을 필두로 시작된 19회 평창 동계올림픽 대회가 성황리에 종료됐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필자가 가장 큰 감동을 받은 성과는 스켈레톤 경기에서 윤성빈 선수가 올린 기록이었다. 비단 금메달을 획득했기 때문이 아니다. 윤선수 본인이 얼음과 인연이 거의 없는 남해출신이라는 점과 국내에 스켈레톤 연습장 하나 없는 악조건을 극복하고  불굴의 투지로 불과 5년만에 세계 최고의 선수로 등극하며 꿈이 없는 젊은이에서 올림픽스타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얼어붙은 국가경제와 정치적 갈등으로 의기소침해진 국민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주기에 충분한 쾌거였다. 누구나 가슴이 울컥하면서 콧마루가 시큰해지는 감동을 느꼈을 것으로 믿는다. 다시 한번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고 누구든지 하면 된다는 신념을 새롭게 느끼게 해준 윤성빈선수에게 갈채를 보낸다. 세계는 지금 우리나라에 대해 열광하고 있다. 곳곳에 대한민국 한류팬들이 형성되고 있고 속속 국내로 모여들고 있다. 케이팝과 케이콘텐츠의 힘이 세계에 넘치는 나라이자 삼성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탄생한 나라가  한국이다. 대한민국의 창의성과 열정이 세계 최고수준에 올라갈 수 있다는 확신을 주고 있다. 

이러한 축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최근 항만엔지니어링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항만건설업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때 항만시설의 부족으로 수출입무역과 물류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던 국내 항만시설의 확충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항만건설업계가 항만시설 개발수요가 주춤하면서 일감부족으로 최악의 불황에 빠져 있는 것이다. 특히 항만엔지니어링 업계는 지난 50년간 우리나라 항만개발 및 운영을 위한 기술개발에 앞장섬으로써 우리나라의 항만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격상시키는 동시에 우리나라의 무역신장을 사이드에서 지원해운 세계적인 수준의 산업이다. 그러나 국내 항만개발시장의 축소와 해외사업진출의 부진으로 인해 자본축적은 물론 전문인력양성도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항만 엔지니어링 업체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다보니 항만개발사업 수주를 위한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됐고 저가수주가 만연됨으로써 업계전체가 새로운 활로를 찾지 못하고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2016년 세계건설시장의 규모는 9.6조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에 가면 12조 달러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제3국의 건설업체가 접근 가능한 시장 규모는 6천억 달러에서 1조 달러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에서 우리가 집중해야할 글로벌 항만건설시장은 약 330억 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2020년에 가면 4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항만엔지니어링 시장은 17억 달러 시장이며 2020년에 가서는 21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6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해외건설시장의 순위는 중국, 스페인, 미국,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계 5위에서 6위를 점하고 있으며 금액으로는 6%수준인 400억달러에서 600억달러 사이를 점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글로벌 항만건설시장의 진출실적이 너무나 저조하다는 것이다. 세계 항만건설시장의 규모는 33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에 이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올린 매출액 실적은 불과 2% 정도인 7억 달러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구나 항만엔지니어링 실적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항만엔지니어링 업계를 포함해 항만건설업계가 살아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글로벌 항만건설시장에서 승부를 내는 것이다. 심기일전해 그 동안 큰 성과를 올리지 못했던 글로벌 항만건설 시장의 악조건을 극복할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한다. 여기에 정부와 민간이 혼연일체가 돼 중국, 미국, 싱가폴, 독일 등 선진 경쟁국들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환골탈퇴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해외항만건설시장의 진출이 저조한 사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설계경쟁력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분석한 세계건설시장 경쟁력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설업계의 경우 시공경쟁력과 가격경쟁력은 각각 7위, 4위로 비교적 높은 편이나 설계경쟁력은 19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해외건설수주가 개발투자형이 아닌 단순도급형공사 수주비중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해외건설시장 수주실적을 살펴보면 88%가 일반도급형이고 투자개발형은 2.3%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러한 단순도급형공사는 설계능력과 기술개발을 저해하게 되며 해외건설시장의 점유율 저하는 물론 항만엔지니어링 업계의 고사를 가져온다. 실제로 우리나라 항만엔지니어링산업은 지속적으로 왜축돼 왔으며 심한 경영악화를 겪고있다.

지금 글로벌 항만물류시장은 다시 활황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의 영향으로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유럽, 오세아니아, 남태평양 지역의 항만개발사업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100대 항만 중 14개 항만이 두 자리 이상의 물동량 신장세를 보였으며 세계 각국에서 항만개발계획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악의 불황에 시달려온  우리나라의 항만건설산업은 이제 일치단결해 글로벌 항만물류산업에서 그 활로를 찾아야   한다. 글로벌 항만물류산업에서 한국의 혼을 살려 국부를 창출하는 동시에 스스로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기적에 가까운 성과를 올려 민족의 긍지를 감명깊게 심어준 윤성빈 선수의 스켈리턴 금메달 획득과 같은 성과를 올려야 한다.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내 항만건설업체들에게 만연돼 있는 세계최고를 향한 도전정신의 부재가 오늘날 우리나라의 항만건설산업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메이드 인코리아의 저력이 세계 어느 곳에서든 통하듯이 항만건설 엔지니어링 기술이 세계에서 통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없는 길도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한류문화 컨텐츠의 강력한 힘인 것처럼 글로벌 항만건설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이를 위한 업계 스스로의 반성과 새로운 결단이 필요하며 업계를 과감하게 지원할 수 있는 국가적 지원시스템의 확립이 시급하다. 첫째, 업계는 이제 더 이상의 단순도급형 시공사업을 지양하고 투자개발형으로 전환, 변화하는 해외항만건설사업에 진출해야 한다. 대형건설기업은 항만엔지니어링의 참여를 통한 사업개발, 지분투자, 금융조달, 제품구매, 항만운영 등 전사업과정을 아우르는 투자개발형 사업에 집중, 설계경쟁력으로 승부를 내야 한다. 당사국의 투자유치정책을 활용해 항만인프라, 항만배후단지, 경제특구 등을 아우르는 선진적인 PF(Project Financing)과 항만운영능력을 겸비한 개발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민간기업과 항만공기업의 공동진출을 강화해야 한다. 싱가폴항, 로테르담항, 상하이항의 항만공사들은 해외항만개발 및 운영사업에 참여해 세계적인 항만네트워크의 확보와 수입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항만공사도 항만건설기업, 항만운영기업, 엔지니어링사 등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해외항만개발 사업을 발굴할 수 있도록 과감한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항만공사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를 통해 단순한 항만시설 임대관리 주체가 아닌 항만터미널의 관리운영과 해외항만개발의 당사자가 될 수 있도록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셋째, 글로벌차원의 해외항만개발지원 금융정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설립예정인 한국해양진흥공사, 각종 해외투자 펀드 등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경쟁국가인 싱가폴, 중국, 일본, 독일 등은 이미 정책금융을 통한 신용대출, 간접금융, 신용보증 등 민간기업의 해외항만투자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세계항만의 조류를 벗어나 항만시설의 외관과 미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해 항만설계능력을 오히려 저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지적을 받아온 한국형 턴키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 항만개발 기술 및 노우하우 축적을 저해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검토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 물류와 경영 >

맨위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