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01 10:12:08.0

미래 물류의 키워드! 감성기반 정보 플랫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이성우 본부장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4차 산업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4차 산업기술이 큰 화두이자 정부정책에서 빠지면 안 되는 중요한 국정방향 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4차 산업기술의 시작점인 유럽에서는 이렇게 요란하게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지 않은 것 같다. 4차 산업기술은 기존에 존재하던 기술들이 진화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나왔으며 3차 산업기술에서 한 단계 발전에 대한 호칭의 변화이자 소비자 중심 공급사슬 변화에 대응으로 인지가 되고 있다. 4차 산업기술은 2016년 세계 경제 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에서 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이 ‘4차 산업혁명(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이라는 용어를 언급하면서 본격적인 조명을 받게 되었다. 이때부터 3차 산업기술이라 지칭하는 정보통신 기술(ICT) 기반의 새로운 산업 시대를 대표하는 용어가 되었다. 실질적으로 컴퓨터,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3차 산업기술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기술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4차 산업기술을 진화 과정이 아니라 완전한 새로운 개념의 등장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해당 용어의 본질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물론 4차 산업기술의 적용이 가장 빈번한 물류산업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단순히 4차 산업기술로 언급되는 인공 지능(AI), 사물 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자율주행 기능, 빅데이터 등 지능정보기술을 물류산업에 물리적으로 접목시키는데 초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최근 4차 산업기술을 장착한 IT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그림-1>에서 보듯이 2006년 세계 시가총액 상위 5위 기업들과 2017년 대상 기업들의 구성을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2006년 세계 시가총액 상위기업들은 에너지, 제조, 금융기업들이었으나 2017년은 IT기업들이 대부분이고 이중 대다수가 고객들의 감성에 기반한 IT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금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4차 산업기술과 고객의 정보를 감성적인 관점에서 연결·가공·활용하는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들은 뇌에 해당하는 정보, 심장에 해당하는 감성 그리고 근육에 해당하는 장비를 조합해서 진화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과거 단품종, 대량생산에 치중해 있던 화주중심의 생산체계가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의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면서 소비자의 니즈에 맞추기 위해 기존 정보기술과 감성요인이 합쳐지면서 성장한 기업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과거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에 치중했던 것처럼 현재도 기술과 장비 개발에 집중하고 정보와 연결된 감성요인에 대한 접근이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4차 산업기술 접목을 통한 사업화 속도가 빠른 유통·물류시장과 같은 실물시장에서 이러한 이유로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한 예로 한때 세계 모바일 폰 시장을 주름잡았던 노키아, 컴퓨터 장비의 1인자 HP는 이제 과거 기업으로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다. 이 기업들의 실패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정보기술로 대표되는 뇌 기능의 문제보다 소비자의 니즈를 못 읽은 심장 기능의 문제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아마도 다음은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이 길을 걸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스러운 전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한 예로 <그림-2>처럼 삼성과 애플의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삼성이 우위에 있으나 매출액 대비 수익 점유율을 보면 애플의 확실한 우위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양사의 기술차이보다 감성 정보에 대한 접근에서 애플이 앞서고 있기 때문이라 해석할 수 있다. 애플은 자체 생산공장이 없는 공급사슬체계를 통해 생산단계에서 저비용 구조를 유지하는 대신 투자비의 상당부분을 디자인 등 고객의 감성 전략에 투자를 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의 심장 즉 감성에 초점을 두고 상품을 만들어 간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기업들은 정보 플랫폼 기업이다. 아마존, 알리바바로 대표되는 정보 플랫폼 기업들과 이와 경계가 모호한 구글 그리고 페이스북은 고객들의 니즈, 즉 감성을 이해하기 위해 정보를 모으는 데 사업의 대부분을 쏟아 붇고 있다. 또한 공유 개념을 통해 성장해 나가고 있는 공유택시로 대표되는 우버(Uber), 세계에서 가장 큰 숙박 제공업체인 에이비앤비(Airbnb)는 기본사항인 차량이나 부동산 없이 수익의 대부분을 고객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감성정보 파악과 확보에 비즈니스 모델을 맞추고 있다. 결국 4차 산업기술은 감성연계 정보를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체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기술이 될 수 있어 최근 IT기업들은 정보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 초연결(hyperconnectivity)과 초지능(superintelligence) 기술을 접목시키고 있다. 이는 기존 산업혁명에 비해 더 넓은 범위(scope)에 더 빠른 속도(velocity)로 확산하고 성장하기 때문에 이 정보 플랫폼을 선점하는 기업이 주도권을 계속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대 물류산업이 추구하고 있는 소비자 맞춤형 전략은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추구해야 하는데 초연결과 초지능을 감성에 접목시킨 유통·물류 정보플랫폼 기업들이 승자독식 구조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대표기업인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구축한 정보 플랫폼은 이미 유통·물류시장을 장악하고 주변부 시장까지 수직 그리고 수평으로 통합 및 연계하고 있다. 두 기업은 이미 자체 정보 플랫폼을 활용해서 포워딩과 같은 물류서비스를 직접하고 선박 예약서비스 등을 수행하고 있다(<표-1> 참조). 고비용이 소요되는 선박이나 항공운항은 협력 기반의 플랫폼 연계 서비스를 통해서, 저비용이 소요되는 분야는 직접 참여하거나 플랫폼에 종속적 연계를 통해 상품들의 공급사슬관리를 주도하고 있다. 이미 아마존은 2014년 4월 운송비 절감을 위한 자체 물류서비스를 도입했고 2015년 약 10억 개의 자사 물품을 직접 배송했으며, 2019년 페덱스 보다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또한 2016년 1월에는 중-미간 해상포워더 등록까지 마치며 그들의 플랫폼을 이용한 다양한 연계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아마존은 2017년 6월 미국의 최대 콜드체인 유통업체인 홀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을 인수했다. 대부분 아마존의 경쟁업체인 오프라인의 강자 월마트(Walmart)를 견제하기 위해 부족한 콜드체인 유통망을 확보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콜드체인 분야에서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수했다는 설명도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즉 아마존은 15.5조원을 투자해서 고객들의 감성을 이해하기 위한 투자를 한 것이다. 최근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샵을 찾는 이유는 온라인 샵에서 찾을 수 없는 제품과 관련된 조언과 전문가적인 견해를 듣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입장에서 고객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아마존은 이렇게 소비자들의 생각을 읽기 위해서 통큰 투자를 한 것이다. 알리바바 역시 2013년 창업한 차이니아오(Cainiao) 물류회사를 통해 공급사슬 관리에 160억 달러를 투자했다. 2016년 알리바바는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Maersk)와 화주들의 선복예약서비스를 알리바바 플랫폼을 통해 가능하도록 협약을 했으며, 그해 12월 22일부터 알리바바 원터치 사이트를 통해 중국 화주의 유럽향과 아시아 역내 운송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 유통·물류산업에 이러한 정보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워딩 서비스를 주로 하는 국제물류주선업이 조만간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전문물류기업, 육상 및 해상물류기업, 항만운영사간의 갑을 관계에서 정보 플랫폼 회사들이 참여하면서 정보 플랫폼 회사, 전문물류기업, 육상 및 해상물류기업 그리고 항만운영사 등의 순으로 갑을 관계의 새로운 먹이사슬이 만들어 질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물류기업들이 주도해 왔던 기존 공급사슬관리 체계가 정보 플랫폼 유통회사의 비즈니스 모델 속으로 들어가면서 육상 및 해상, 항만 그리고 전문물류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고객의 니즈와 관련된 정보 수집은 그들의 플랫폼에서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 전문물류기업, 육상 및 해상물류기업, 항만, 국제물류주선업체들 모두 과거의 비즈니스 관행에서 벗어나 소비자 니즈 그리고 감성에 맞출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지 않으면 조만간 거대 정보 플랫폼 유통기업에게 종속되거나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 물류산업의 현실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세계는 정보 플랫폼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2자 물류기업의 3자물류 방지, 대기업의 3자물류전문기업 인수, 우리나라 물류공기업의 해외물류 진출 제한 등이 우리나라 물류산업의 주요 현안이라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공정한 경쟁 유지와 불법에 대한 규제 등은 필요하지만 급격하게 변화하는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정보 플랫폼 기업들에 대응하고 세계로 진출하기 위한 전략이 시급하다. 최근 산업부는 ‘유통 4.0시대’대비 플랫폼 산업 발전을 위한 5년간 R&D에 170억원 투자하기로 했다. <그림-3>에서처럼 유통·물류산업의 발전이 직거래에서 플랫폼 거래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으로 사료된다. 특히 ‘유통산업 융합얼라이언스’라는 정책을 통해 유통-정보통신기술 기업들간의 연계를 통해 상품정보 빅데이트 구축, 인공지능기반 맞춤형 상품 추천 등 10대 R&D 후보과제를 선정하여 추진 중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실질적으로 물류산업에서 글로벌 정보 플랫폼 기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 선정된 기술개발과 추가적인 감성정보 분석 및 확보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나라의 거버넌스 부분과 기업 부분에 감성기반 정보 플랫폼의 얼라이언스 구축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유통과 물류분야에서 산업부, 국토부, 해양부, 농업부, 보건부, 관세청 등으로 다원화된 거버넌스 체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물류기업들은 규모나 범위의 경제 관점에서 그 수준이 미흡하여 감성기반 정보 확보는 물론 기업간 기술과 정보연계가 단절되어 있는 상황이다. 현재 존재하는 우리나라 물류기업들의 정보를 모두 연계, 통합해도 글로벌 정보 플랫폼 기업에 대응이 곤란한 상황인데 거버넌스 기능부터 기업 차원까지 모두 단절되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R&D 사업 뿐만 아니라 정부 그리고 기업 차원에서의 감성정보기술 얼라이언스를 구축해야 미래 경쟁력이 보장될 것이다. 또한 최근 남북경협 재개의 기대감은 우리 물류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직 백지상태인 북한 나아가 중국의 동북지역과 극동러시아 지역을 포괄하는 감성기반 정보 플랫폼을 우리나라 물류기업들이 주도적으로 구축해 나간다면 현재의 열세 상황을 동등한 수준으로 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닌가 생각한다. 정부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시장을 읽는 정확한 눈, 특히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생각을 정보를 통해서 확보하고 읽을 수 있는 플랫폼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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