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04 09:07

푸드톡앤톡/속풀이 해장음식

비스트로 도마 우정호 셰프


 
해장에 가장 좋은 것은 ‘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믿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너무 맛있는 해장음식들이 세상에 너무 많기에… ‘선지해장국, 순대국, 설렁탕, 갈비탕, 대구탕, 복지리, 소머리국밥, 콩나물해장국 등등등’ 나 같은 애주가에게는 술 마시는 설레임도 크지만 음식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술 먹고 다음날 속풀이 할 해장국은 나에게 매력적인 요리 중 하나이다.

지인 중에는 다음날 주말 아침 외식으로 해장국을 먹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다. 필자가 가장 사랑하는 해장음식은 단순한 재료만으로 만드는 황태해장국이다. 해장국의 기원 자체는 숙취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도 설명된다. 해장국이 조선 후기 5일장 발달과 함께 새벽부터 일하던 노동자들이 일을 마친 뒤 허기를 채우기 위해 먹었던 국밥에서 시작되었던 것으로 본다. 일례로 대표적인 해장국인 콩나물국밥을 향토 음식으로 둔 전주에서는 ‘해장’이 ‘아침 식사 이전의 시간’을 뜻하는 말이며, 콩나물국밥은 새벽 경매 시장의 장꾼들이 새벽녘 해장에 먹는 간이음식이었다.

서울 청진동 해장국 골목의 형성 과정도 이와 유사하다. 조선 말기 청진동에는 나무를 사고파는 큰 땔감시장이 있었고, 이로 인해 청진동 일대에는 성안에 나무를 팔러 온 나무꾼들을 상대로 한 술국집이 들어섰다. 당시 메뉴는 술 한잔에 딸려오는 공짜 안주인 술국, 그리고 국밥 정도였는데, 나무꾼들은 이른 아침 성안에 도착하여 술 한잔에 술국을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종로 일대에 요정과 숙박업소가 생기면서 술국집에도 밤새 과음한 새벽의 술꾼 손님이 생기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과정에서 술국은 자연스레 해장국이라 불리게 되었으며 나이트클럽, 외식산업의 부흥과 함께 청진동 일대의 해장국 골목 또한 번성하였다.

<동의보감>에 ‘술은 석 잔을 넘기지 않는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 음주하거나, 음주 후 배부른 상태에서의 수면을 반드시 피한다. 취기가 올라오거나 수면 전에는 반드시 뜨거운 물로 양치한다.” 이 세 가지 중 마지막 원칙 빼고는 참 지키기 힘들다. 특히 첫번째는 ‘안 마시고 말지!’ 대부분의 해장음식은 맵고 짠맛이 강하기 때문에 위벽에 손상을 가할 수 있으며, 알코올을 분해해야 하는 간에 해장 음식에 첨가된 합성조미료가 위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때 해장국이 실질적인 해장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위에 자극이 없는 맑은 국의 형태를 띠어야 하며, 콩나물이나 북어같이 알코올 분해를 돕는 재료를 선택하여야 한다. 실제로 콩나물에는 아스파라긴산, 북어에는 간의 해독을 도와주는 메티오닌이 함유되어 있어 숙취 해소를 돕는다. 맥주나 막걸리처럼 속이 더부룩해지기 쉬운, 즉 소화를 지연시키는 ‘이체증’을 일으키는 술을 마신 후에는 속을 풀어주는 콩나물국이나 맑은 소고기 무국을 소주나 양주, 고량주와 같은 독주는 선짓국이나 설렁탕을 추천한다. 

해장술의 경우에도 실제로 해장을 목적으로 먹으면 체내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간에 무리를 준다. 즉, 해장을 위해 해장국과 함께 약간의 술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술을 깬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나, 혈중 알코올 농도를 높이고 뇌의 중추신경을 마비시켜 잠시 숙취의 고통을 덜 느끼게 할 뿐 근본적으로 숙취를 해소하여 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모주는 당분과 한약의 성분이 숙취에는 도움이 되지만 약간이나마 알코올이 들어있어 많이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그밖에 기름진 음식도 오히려 소화가 힘들어 위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간 해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해장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이다. 물은 알코올로 체내에서 과도하게 빠져나간 수분을 보충하고, 알코올을 희석하는 역할을 한다.

오늘 소개할 요리는 모든 술꾼들도 간단히 만들 수 있는 황태해장국 만드는 법을 소개코자 한다. 재료는 질 좋은 황태포, 무, 대파, 국간장, 마늘, 참기름, 소금이면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계란을 풀면 황태의 맛을 해지는 것 같아 피하는 편이다. 어떤 음식이든 과한 재료를 넣고 서로의 맛을 상쇄한다면 없느니만 못하니까! 먼저 황태포를 물에 불려둔다. 무는 채썰어 준비해 둔다.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소금을 살짝 넣어 무를 볶아 주는데 여기서 90%이상의 황태해장국 맛을 좌우한다. 비법은 무에서 뽀얀물이 충분히 나오도록 볶아 주는 것이다. 무육수가 충분히 나오면 황태포와 마늘, 정수물을 넣고 끓인 후 국간장으로 간을 하고 대파를 넣어서 마무리한다. 언제 먹어도 가장 담백하고 맛있는 해장국이다. 

문화는 틀리지만 세계 여러나라의 해장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리스의 경우는 버터로 위벽의 손상을 막아주고 이탈리아는 진한 에스프레소나 토마토로 프랑스에서는 따끈한 어니언 스프로 덴마크와 네덜란드는 한국과 비슷하게 해장술의 개념으로 맥주를… 북미의 미국과 캐나다는 햄버거, 스페인은 달콤한 츄러스로 일본은 녹차와 우메보시로 속을 달랜다. 

해장음식이 아무리 맛이 있어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술은 나를 삼키고 건강과 생활, 가정까지 위협하기에 늘 조심해야 한다. 애주가로서 술 한 잔이 늘 즐겁고 유쾌한 추억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이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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