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8 14:02:00.0

기획/ ‘화물차 안전운임제’ 해운물류기업 불만 고조

ITT 인상요율 놓고 선사·화물연대 평행선 달려
포워더, 안전운임제·환경규제·코로나 ‘삼중고’


올해 1월1일부터 안전운임제가 시행됐다. 이 제도의 법적근거를 담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지 10개월 만이다. 

안전운임제는 문재인 정부가 내건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화물차 운전자의 과로·과적·과속을 금지하기 위해 화물차주에 적정운임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2년 출범 이래 이 제도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화물연대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해운물류업계는 안전운임제가 차주를 제외한 모두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행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이해 당사자들이 논의 대상에서 제외된 채 제도가 시행됨으로써 비용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전운임제로 차주 권리보장·국민 안전 지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최대과제였던 표준운임제가 이름을 바꿔 올해 1월1일 안전운임제로 출발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12일 열린 ‘화물차 안전운임위원회’ 회의에서 2020년도 안전위탁운임·안전운송운임을 컨테이너는 km당 평균 2033원·2277원, 시멘트는 km당 평균 899원·957원으로 의결한 데 이어 같은 달 30일 고시했다. 

 


안전운송운임은 화주가 운수사업자 또는 화물차주에게, 안전위탁운임은 운수사업자가 화물차주에게 지급해야 할 운임으로 고시된 요율을 지키지 않을 경우 1건당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일몰제로 운영되며 화물차주·운수사업자·화주가 적용 대상이다.

화물연대는 최저입찰제와 다단계 하청구조 등의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고 과속·과적 및 살인적인 노동시간 등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8년 동안 안전운임제 도입을 요구해 왔다. 운임이 적정 수준으로 오르면 차주의 생활 수준이 향상될 뿐 아니라 과로·과속·과적 등도 크게 줄어 교통 안전이 제고될 거란 입장이다. 

화물연대는 향후 안전운임제를 전 차종 전 품목으로 확대하는 한편 일몰제 폐지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화물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제도로 안착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비용 50~60% 상승 부산항 환적화물 타격 우려

화물연대의 숙원이 현실화됐지만 이를 바라보는 해운물류업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컨테이너선사들은 안전운임제가 부산신항 내 터미널 간 운송(ITT) 화물에 적용되면서 비용 상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부산신항 3부두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HJNC)과 1부두 부산신항국제터미널(PNIT)을 나눠 기항하는 머스크 MSC는 터미널 간 운송 화물이 가장 많아 비용 상승도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선사들의 운송비용은 종전보다 50~60%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글로벌선사들은 부산에서 환적 물량을 축소하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 관계자는 “타부두 환적이 많아지면서 비용부담이 커지고 있었는데 이번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부산항의 경쟁력이 한층 떨어지는 상황이 됐다”며 “부산항을 기항 노선에서 아예 뺄 순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환적화물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선사들이 줄줄이 물량을 줄이게 되면 부산항의 위상은 흔들릴 수 있다. 지난해 부산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해 2195만TEU를 기록하며 세계 6위 자리를 차지했다. 부산항을 거쳐 일본 중국 미국 등 제3국으로 향하는 환적화물은 지난해 1162만TEU로 2004년 425만TEU 대비 173.4%나 증가했다. 환적비중도 40.8%에서 52.9%로 12.1%포인트 늘어나며 세계 2위 환적허브로 자리매김했다. 부가가치 역시 2004년 5015억원에서 2019년 1조7430억원으로 247.6% 폭증했다. 

특히 선사들의 환적화물이 줄어들면 부두운영사뿐만 아니라 그 외 항만 관련 업계들의 피해도 연쇄적으로 터질 수 있다. 부산항 부두운영사들은 안전운임제 도입으로 환적물량 약 61만TEU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더불어 부산항에서 화물고정업, 줄잡이, 검수·검정·검량업 등을 벌이고 있는 기업들도 피해 범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결국 해양수산부와 국토교통부, 화물연대, 선주협회, 국제해운대리점협회 등 이해 주체는 안전운임제 시행에 따른 요율 문제와 관련해 이달 들어 26일까지 부산에서 세 차례 모임을 가졌지만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선사 측은 한꺼번에 적용된 50~60%의 인상률을 2022년까지 매년 단계별로 나눠 부과하는 안을 내놨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운송요율이 10여년 동안 제자리였던 만큼 한꺼번에 끌어올려도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전체 환적화물 중 약 8% 해당하는 물량만 안전운임에 적용되는 데다 선사들이 주장하고 있는 50~60%의 인상률도 부풀려진 수치라고 지적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그동안 적자 상황에서 어렵게 참고 일해왔는데 무조건 양보하라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인상 요율을 다 받아도 배고픈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두운영사와 1~2군 운송사, 부산항만공사, 선사 등이 비용을 각각 분담하는 방법을 놓고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사들은 이 정도로 운임 상승폭이 클 거라곤 예측하지 못했다고 토로하며 단계적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올 상반기 새롭게 구성되는 안전운임위원회의 대표위원으로 참여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안전운임 논의기구인 안전운임위원회는 4명의 공익 대표위원과 화주·운수사업자·화물차주 대표위원 3명씩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운송사대표와 화주대표 일부는 운수사업자의 입장은 배제된 채 화물연대 입장에서 논의가 진행된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회의에 불참하기도 했다.

포워더 “국제물류주선업자 지위 개정돼야”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와 중소운송사들도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저유황유 할증료(LSS)에 안전운임제 시행,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발생하면서 삼중고를 겪고 있다는 게 국제물류시장의 전언이다. 

특히 포워더를 화주 지위로 규정한 것도 하루빨리 개정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안전운임을 준수해야 하는 수출입기업의 범위에 포워더를 포함해 법적인 오해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워더는 화주의 의뢰를 받아 공장에서 인수한 화물을 목적지까지 약속한 기한 내에 운송하는 것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더불어 선하증권(BL), 항공운송장(AWB)을 화주에게 발행하고 국내운송·국제운송·통관·보관·집하 등을 연계하고 있다. 화주가 여러 군데 각기 요청해야 할 물류 업무를 일괄적으로 수행하는 셈이다. 

안전운임제 비용처리를 두고 실화주와 포워더의 갈등도 불거지는 모습이다. 포워더들은 안전운임제 시행에 관한 홍보가 덜 된 탓에 일부 실화주들이 급등한 운송비를 자신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하소연 한다. 고객과의 거래를 지속하고자 포워더로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급등한 비용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포워더 관계자는 “우리를 화주 지위로 못을 박아버린 건 중간 운송주선업자의 지위를 부정하는 것이다. 포워더를 모르고 한 일방적이고 졸속적인 결정”이라고 일갈했다.

운송 단가가 공개적으로 드러난다는 점도 포워더와 운송사들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운영·관리비를 얹어 받아야 할 상황에 그렇지 못해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포워더들은 화주 지위로 인정되면서 육상운송과 관련한 직접이익이 전무하고 추가 부담이 발생해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컨테이너 운송사들 역시 얼마 되지 않는 이익에서 부대비용과 판매비 관리비를 제외하면서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졌다고 토로했다. 

운송사들은 국토교통부의 운영지침에 따라 각종 관리비를 차주로부터 받을 수 없게 됐다. 기존 차주에게 매출의 평균 6~7%의 업무대행 수수료를 관리비 명목으로 징수·운영했지만 관리비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되며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차주에게 지급되는 운임은 높아지는데 컨테이너 상하차 비용과 사무실 운영비 등 차주 관리비용을 내면 적자가 발생해 중소운송사들이 줄도산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운송사 관계자는 “운송사들은 거미줄처럼 형성돼 있는 물류시장에서 컨테이너박스를 픽업하고 제시간에 운송하는 등 많은 일을 한다. 운송사 네트워크가 마비되면 모든 물류가 올스톱된다”며 “운송사들이 도산하면 결국 차주들도 정기적으로 일감을 받지 못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물류시장 “하루빨리 개선안 마련돼야”

안전운임제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면서 급기야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제기됐다. 

지난 22일 “화물운송 안전운임제가 화물운송 물류업계의 안전과 경제적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원을 올린 게시자는 ▲안전운임제의 계도기간과 유예기간을 6월 말까지 연장 ▲국제물류주선업자를 화주가 아닌 복합운송인으로 지위를 개정해 안전운임제 운송사업자 범위에 포함 ▲화물차주의 안전위탁운임 6% 이내 관리비 자율 협의 ▲선주협회·화물차주대표·항만물류협회·환적화물운송사협의회 등을 안전운임위원으로 구성 ▲안전운임 위반 과태료 현실화 등을 요구했다. 

그는 “안전운임제는 3년은 고사하고 올해부터 국제물류주선업과 관련 업계의 파산(폐업)을 불러오고 모든 물류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해운물류업계의 상생과 시장 민주주의 복원을 위해 다시 한번 안전운임제 제고 및 개선을 간곡히 간청드린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운송사단체도 배차 중단을 선언해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갈등은 더욱 첨예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컨테이너운송사협의회는 최근 집회에서 화주와 화물차 기사 사이에 있는 중소운송업체 모두가 운임이 급격히 올랐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운송사협의회는 빠른 시일 내에 개선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배차를 중단하는 등 대응 강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수출입기업·차주가 ‘피해자’

지금 당장은 화주 지위에 있는 선사와 포워더가 피해를 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수출입기업과 차주에게 후폭풍이 닥칠 거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간이 지나 안전운임제가 자리를 잡게 되면 물류비 증가로 수출입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될 거란 분석이다. 

더불어 어려운 경영환경으로 중소운송사들의 도산이 현실화되면 차주들은 일감 찾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실화주 입장에서는 평균적으로 10~15%를 차지했던 물류비가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20%를 웃돌면서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저유황유 할증료와 코로나에 따른 비용까지 더하면 기업들의 상황이 더욱 팍팍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태료 적용도 논란거리다. 국토교통부는 1~2월 두 달간의 계도기간 내 고시된 운임보다 적은 운임을 지급한 경우 3월에 위반사례를 확인하고 소급해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12월 말에 운임이 고시되고 제도가 1월1일 시행된 데 이어 건당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다 보니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제도가 시행되다 보니 여러 군데서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관측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2월 말까지를 계도기간으로 정해놓고도 이 기간에 발생한 위반사항에 대해 추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건 기업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지침”이라며 “1월1일부터 2월29일까지 과태료를 면제하고 제도 정착을 위한 유예기간을 상반기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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