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10 15:44:21.0

팬데믹, 이코노믹 패닉

기고/김광석 연구실장



WHO(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을 선언했다. 팬데믹은 전염병의 대유행을 뜻한다. 인류 역사상 팬데믹에 속한 질병은 14세기 흑사병(페스트), 1918년 스페인 독감, 1968년 홍콩 독감, 2009년 신종플루에 이어 코로나19가 다섯 번째다. 1948년 WHO가 설립된 이래로는 이번이 세 번째다. 흔히 있는 일이 아닌 만큼,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코로나19와 불확실성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약 13만명에 달한다. 하루 새 수천명씩 확진자가 늘어나니 통계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특히, 이탈리아를 비롯한 주요 유럽 국가들과 미국에까지 확산하고 있는 모습은 상당한 공포감을 주고 있다. 

이제 남의 나라 일도 아니고, 남의 일도 아니며, 나의 일이 되었다. 2018~2019년 동안 미중 무역분쟁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군림했다면, 2020년에는 코로나19라는 더 큰 물음표가 등장했다. 사실 미중 무역분쟁은 코로나19에 비하면 ‘아기’였다. 미중 무역분쟁은 경제적 충격을 주었지만, 나의 안전과 생명에까지 영향을 주진 않았기 때문이다.

더블 딥 현실화

더블 딥(double-dip)이 현실화되고 있다. 경기침체 후 회복기에 접어들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을 말한다. 2019년 저점을 기록한 후 회복되는가 싶었는데, 기대도 잠시 다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어려웠던 2019년에 이어서 2020년 더 어려워지고 있다. IMF는 2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2020년 중국경제성장률 0.4%p, 세계 경제성장률 0.1%p 하향조정 한 바 있다. 3월 들어 IMF 총재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파급영향이 가중되었다고 진단하고,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2019년의 2.9% 수준 아래로 저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를 통해 경제성장률을 수정하여 발표해오던 모습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긴급 조정’이다. 
 

이코노믹 패닉(경제적 공포)이 증폭되고 있다. 3월 1~10일까지의 일평균 수출액이 2.5% 감소했다. 중국을 비롯한 각국의 수요가 줄고, 입국 제한 조치 등으로 수출계약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경기실사지수 증감률 추이도 업황전망, 매출전망, 채산성전망 모든 면에서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곤두박질치는 모습이다. 이러한 모습들은 고스란히 고용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코로나19로 일시휴직자가 30% 급증했다. 2월 도소매업 취업자가 전년동월대비 10만 2천명 감소하는 등 서비스업 고용이 침체되고 있다. 더 큰 이코노믹 패닉은 이러한 지표들이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이 채 본격화되기도 전의 상황이라는 점이다.

주요 지표들이 정말 흉악하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Volatility Index) 지수는 현재 54.5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한 달간 주가가 54.5%의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우지수를 비롯한 국내 코스피 지수까지 주식시장의 낙폭은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글로벌 수요가 부진한데다 산유국들의 원유 증산 경쟁까지 가해져 국제유가도 급락하고 있다. 실물시장에서는 생필품을 사재기하듯, 투자시장에서는 안전자산으로 쏠리는 ‘머니무브’가 일어나고 있다. 안전자산의 대표 격인 정기예금과 머니마켓펀드(MMF)로 자금이 집중되고 있고, 금, 달러, 엔화 등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금 시세는 최고치를 경신하고 달러화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세계적 경기부양책

이례적인 일들은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에도 나타나고 있다. 2020년 3월 2일 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컨퍼런스 콜 회의가 개최되었다. G7 국가에는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이 포함되어 있다. 회의 후 발표한 공동 성명서(joint statement)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정책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3월 4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0.5%p 인하했다. 0.25%p씩 금리를 조정하는 일명 ‘그린스펀의 베이비스텝’ 원칙에서 벗어난 ‘0.5%p 빅컷’이다. 더욱이 3월 17일 정례회의를 2주 남겨 놓고 단행한 긴급 조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로 처음있는 일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적극 단행하고 있다. 

통화정책과 함께 코로나19 조기 진압과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들을 마련하고 있다. 각국은 세금인하, 기본소득 제공, 대규모 인프라 투자, 금융지원 등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듯하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2020년 도로와 수로 건설 등 교통망 사업에 1조8000억위안(약 309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는 주민들에게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18세 이상 영주권자, 약 700만명 모두에게 1만 홍콩달러를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지역 소비를 활성화함으로써, 지역 기업들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조기에 막고, 경제적 영향을 차단하는데 집중할 전망이다. 미국 정부, 코로나19 긴급대책 비용으로 의회에 10억 달러(약 1조2190억 원)를 요청했다.
 

우리의 대응

필자는 『더블 딥 시나리오 : 긴급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2020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2.2%에서 1.9%로 하향조정했다. 이는 3월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을 찍고, 4월 중에는 완화된다는 가정하에서다. 만일 모두가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코로나19가 더 확산된다면, 경제적 충격은 그 이상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을 얼마나 빨리 통제하는지에 따라 우리에게 돌아오는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각자의 희생과 정부 복구대책에 동조하는 선진화된 의식이 발휘되어 1분기 안으로 확산을 막아야만 한다. 한국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카드가 시행되어야 한다. 입국제한을 실시하는 나라들과 외교적 협상을 통해 교류의 벽을 완화해야 한다. 가능한 모든 수단들이 동원되어야 한다.

기업들은 경기부양책들을 활용하는 사업전략들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들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초저금리를 유지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단행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을 육성하고, 자영업 경영여건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경기부양책들을 이행해 나갈 것이다. 제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유턴(U-tern) 기업 지원정책에 대한 실효성을 높이고, 유망산업에 대한 투자를 진흥하기 위해 산업보조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정부의 지원정책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경기부양책들을 활용하는 사업전략들을 강구해야 한다. 추경편성과 2020년 정부의 예산을 정밀하게 검토하는 일도 필요하다. 예산안 편성을 기초로 정책지원이 집중될 분야를 확인하고, 공적자금을 활용한 투자계획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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