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28 19:13:33.0

“포스코 해운물류생태계 파괴행위 멈춰라”

해운항만물류업계,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 반대’ 한목소리

 
 
국내 해운항만물류업계가 국내 최대 화주기업인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에 한 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는 28일 청와대와 정부 국회에 포스코의 물류주선자회사 설립을 비판하는 내용의 ‘해양·해운·항만·물류산업 50만 해양가족 청원서’를 제출하고 국민기업인 포스코와 물류전문기업이 서로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포스코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터미날 등으로 흩어져 있는 물류업무를 일원화하는 물류자회사를 7월까지 설립해 그룹 물류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최근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제철 시절인 1990년 대주상선(거양해운으로 사명 변경) 설립 이후 30년 만에 해운물류시장 진출을 다시 꾀하는 것이다. 당시 포스코는 전문성 부족으로 5년 만에 거양해운을 한진해운에 매각하고 관련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총연합회는 청원서에서 “2000년대 이후 재벌기업이 물류비 절감이라는 명분을 들어 설립한 물류자회사들은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급속도로 성장한 뒤 물류전문기업의 성장 토양인 제3자물류 시장을 대거 침범해 황폐화시켰다”며 “온 국민이 수십년 동안 피땀 흘려 만들어온 국민기업 포스코마저 물류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건 코로나19 위기에 맞서서 해운재건의 의지를 다지고 있는 해양산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다른 재벌기업처럼 물류비 절감이라는 미명 하에 설립한 포스코 물류자회사도 결국 통행세만을 취할 뿐 전문적인 국제 물류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는 제한적이란 지적이다. 
 
특히 지난 4월23일 HMM(옛 현대상선)의 세계 최대 제1호 컨테이너선 명명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해운산업은 전방과 후방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기간산업으로서 해운산업의 재도약이라는 국정과제를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음에도 포스코 측이 물류주선시장에 진출하려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하며 포스코그룹이 물류자회사를 설립할 게 아니라 선화주 상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해운물류업계는 포스코가 30년 전 해운업에 진출했다가 고배를 마시면서 국민경제에 피해를 끼친 뒤 또 다시 해운물류업에 뛰어들어 우리나라 해운물류생태계 파괴에 앞장서려 한다고 주장했다.
 
연간 제철원료 8000만t을 수입하고 2000만t의 철제품을 수출하는 세계적인 제철기업이자 국민기업이 물류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재벌기업의 물류자회사 문제로 시름을 앓고 있는 전문물류시장이 더 심하게 훼손될 거란 우려다.
 
총연합회는 물류정책기본법에 ‘국토교통부장관은 해양수산부장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협의해 화주기업과 물류기업의 제3자물류 촉진을 위한 시책을 수립 시행하고 지원해야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점을 들어 “국가 정책에 따라 자가물류나 제2자물류를 제3자물류로 전환해도 모자랄 판에 제2자물류기업을 세워 본격적으로 제3자물류시장을 휘젓는 행위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포스코그룹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 계획을 힐난했다.
 
총연합회 김영무 사무총장은 “이번 포스코의 물류주선자회사 설립추진은 정부의 제3자물류기업 육성정책과도 전면 배치되는 것으로 물류주선업 진출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HMM 초대형 컨테이너선 명명식에서 천명한 대로 포스코와 해운물류전문기업이 서로 상생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양산업총연합회는 세계 5대 해운강국 도약 등 해양산업의 발전을 통해 국가경제에 기여하고자 2008년 11월 결성한 해양산업 연합단체다. 선주협회를 비롯해 해양재단 항만물류협회 선원노련 등 55개 해운해양단체가 가입해 있다.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은 골목상권 침탈
 
항만물류업계도 독자적으로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을 비판하는 입장을 밝혔다. 항만물류협회는 이날 성명서에서 “포스코의 작년 물류비 6조6700억원은 항만하역 창고보관 육상운송 부문 물류기업 수십개사 매출액을 합한 규모”라며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은 항만물류산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물류시장 진출은 억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화주기업이 이미 부두를 직접 보유 운영하면서 독점적 시장지위를 확보했음에도 별도로 물류자회사를 설립하려는 건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행위와 같다고 비난했다. 포스코가 남은 일감마저 빼앗아 갈 경우 기반이 약한 중소 물류사업자는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협회는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의 선례처럼 포스코가 설립하는 물류자회사도 항만하역 운송 보관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는 않고 가격인하에 주력할 것이 확실시 된다”며 수많은 항만물류기업의 도산을 촉진하고 항만물류산업계의 질서를 깨뜨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대기업 물류자회사는 일감몰아주기, 월등히 우월한 지위를 활용한 부당한 가격인하와 갑질 등의 악습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며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도 이 같은 공평성과 정당성의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협회 관계자는 “포스코는 철강제품 등 생산에 전념하고 해운항만과 육상운송 등 물류는 그동안 오랜기간 노하우와 인프라를 충분히 축적하고 있는 물류전문업체인 3자물류기업에 맡겨 이들 기업이 전 세계로 진출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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