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9 17:58:24.0

물류기업, 풀필먼트 지을 때 ‘경제성과 입지’ 가장 고려

물류업 종사자 설문조사 “단순 수익률만 따지면 실패 위험 커”



물류기업들이 물류창고를 건립할 때 경제성과 입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기병 순천향대 국제통상학과 박사(제1저자)와 노태우 순천향대 교수(교신저자)가 최근 발표한 ‘풀필먼트 투자요인의 중요도 산정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세방 인터지스 롯데글로벌로지스 용마로지스 등 물류기업 담당직원 설문조사 결과 물류센터에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로 경제성을 꼽았다.

입지선정 교통인프라 등도 중요한 체크포인트로 조사됐다. 물동량은 12개 조사항목 중 9번째에 머물러 물류창고 건립 시 물동량은 큰 고려사항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이기병 박사는 논문에서 “풀필먼트센터 건설은 구조상 지출이 초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반면 편익은 준공 후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기 때문에 투자의 타당성과 수익성을 고려한 종합적인 경제성 분석이 제일 중요한 요인”이라고 풀이했다. 

풀필먼트센터는 주문·배송·정보통신기술(ICT) 등 부가가치물류 기능이 적용된 물류창고를 의미한다. 지난 1999년 미국의 전자상거래기업인 아마존이 자사 물류창고를 풀필먼트센터라고 부른 게 시초다. 물류창고는 전자상거래 성장과 물류 혁신을 꾀하는 기업들 전략과 맞물려 단순 보관 기능 이외에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상황이 됐다. 

아마존등 전자상거래 기업, 물류로 승부수

가장 대표적인 풀필먼트서비스 기업은 미국의 아마존이다. 시애틀 작은 창고에서 시작한 이 기업은 물류창고를 풀필먼트센터로 진화시킨 장본인이다. 소매·유통·물류시스템의 초점을 기존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전자상거래에 부합한 비정형적 다품종 소량 상품으로 전환해 세계적인 전자상거래기업으로 성장했다. 수많은 상품 재고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온라인상에서 고객이 주문한 데이터와 개별 배송을 연결하는 전자상거래 풀필먼트가 이 회사의 가장 큰 무기다. 아마존은 제품을 판매해 얻는 수익보다 풀필먼트 물류를 활용해 얻는 이익이 더 많다. 미국 정부에 자사 업종을 물류기업으로 신고했다. 

일본에선 아마존과 라쿠텐이 경쟁 구도를 펼치며 풀필먼트와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아마존이 상품을 직접 판매한다면 라쿠텐은 인터넷 공간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을 한다. 라쿠텐은 인터넷이라는 장소를 대여만 하기 때문에 별도의 물류망을 가질 필요가 없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은 고객들에게 저렴한 판매 가격을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라쿠텐은 물류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풀필먼트센터를 2개에서 6개로 늘리고 자체 배송을 확대해 물류 가능 지역을 일본 인구의 2% 수준에서 60%까지 확대했다. 

중국에선 알리바바와 징둥닷컴(JD.com)이 양강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내 1~2선 도시에서는 알리바바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소비력이 늘고 있는 중소규모의 3~4선 도시에선 징둥닷컴의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다. 알리바바는 자회사 차이냐오(菜鳥)를 물류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택배사들과 연계해 물품을 배송하지만 징둥닷컴은 징둥물류(京東物流)를 통해 직접 물류를 실현한다. 징둥물류는 풀필먼트 운영과 장·단거리 배송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며 주문을 처리하는 물류 내재화가 이뤄져 알리바바와 대비된다. 세계 최초의 전 과정 무인 풀필먼트 운영과 물류 인프라 구축, 빅데이터를 활용한 물류 처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인 풀필먼트 업체는 네덜란드 엑티브앤츠다. 온라인에서 소비자가 주문한 제품을 자체 물류 시스템으로 보관하고 자동화된 풀필먼트에서 처리한다. 최고 수준의 로봇공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자 주문 처리 기능과 신속한 물류 피킹으로 유럽 인근 지역에 당일 배송 서비스를 진행한다. 최근엔 유럽을 뛰어넘어 전 세계로 배송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동남아에선 라자다가 아마존으로 불린다. 통합물류시스템 라자다글로벌쉬핑솔루션(LGS)을 구축하고 동남아시아에 130개의 물류센터 네트워크를 조성하는 등 물류기업 전문성을 자사 플랫폼으로 흡수해 비용과 속도의 효율성을 향상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풀필먼트 기업은 쿠팡이다. 공격적인 경영으로 그 가치가 10조원대를 돌파했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축구장 151개 넓이의 물류센터 면적을 확보했고 2019년엔 244만6000㎡(74만평)으로 시설 규모를 늘렸다. 쿠팡이 공격적으로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이유는 바로 빠른 배송이다. 직매입한 상품들을 보관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로켓배송하려면 대규모의 물류 인프라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쿠팡은 사업 초기부터 유통과 물류를 결합한 3자 물류와 풀필먼트를 성장 동력으로 삼고 기존 경쟁 업체들과 달리 적극적으로 물류 인프라 투자에 앞장서 왔다. 


국내창고 매출 2조8000억 도달

이 박사는 “국제물류와 국내 창고·운송 관련 서비스업 매출이 가파른 성장 추이를 보이고 있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가 사무실 등 상업용 부동산에 치중하던 부동산 펀드·투자운용사들이 대체투자와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고 풀필먼트센터로 눈을 돌리고 있고 전자상거래업체들도 생존을 위해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창고업 매출은 2017년 2조6180억원에서 2018년 2조7930억원으로 늘어나며 6.7%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의 1000㎡ 이상 물류센터는 연평균 16.9% 증가했고 거래 규모는 2조6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박사는 “물류기업들이 풀필먼트센터 투자에서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자가 운영, 임대사업, 건설 후 매각차익을 고려한 사용 목적과 업무 특성 파악이 중요하다”며 “재무적 측면의 사업성 분석과 인력 수급, 신선식품 수요에 대응한 냉동·냉장 시설 구축,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시설 첨단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풀필먼트센터 인허가 여부, 주변 민원, 도로망, 대중교통, 인프라 부문을 아우르는 면밀한 입지 선정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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