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2 09:07:00.0

친환경 플라스틱 인증 이대로 괜찮나





요즘 환경문제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비닐, 아이스팩, 용기 등 다양한 제품들이 친환경 타이틀로 홍보되고 있다. 하지만 개중엔 친환경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제품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바이오 플라스틱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 이유와 개선해야 할 부분을 취재했다.

환경부 친환경 인증 EL724 그리고 EL727

우리나라 친환경 플라스틱 인증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진행한다. 환경부로부터 환경표지 인증업무를 위탁받은 이곳은 생분해 플라스틱을 EL724,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을 EL727로 각각 구분해 인증한 뒤 똑같은 친환경 마크를 부여한다. 환경부의 친환경 인증이 일반 국민들의 인식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EL 724

생분해성 수지 제품(생분해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생분해란 매립 등 퇴비화 조건에서 자연계에 존재하는 미생물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완전히 분해되는 플라스틱 제품을 일컫는다.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분해 속도가 매우 빠르다. 불에 태우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이 타 플라스틱에 비해 매우 적다.

 
 
EL 727

바이오매스 합성수지 제품(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식물 등에서 추출한 물질인 바이오매스를 20% 이상 섞어 석유 사용량을 줄인 제품이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기존 석유계 플라스틱보다 상대적으로 적어 친환경 요소가 있다고 판단하지만 완전하게 분해되지 않고 소각처리할 경우 생분해 플라스틱에 비해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생각하는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은 생분해성 수지 제품인 EL724이다. 일반 플라스틱과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과는 다르게 일정 조건에서 땅 속에 묻으면 완전 분해가 가능하고 소각하면 유해물질이 가장 적게 발생한다. 하지만 정부는 합성수지가 최대 80%가량 들어간 EL727까지 친환경 제품으로 분류해 혼란을 빚고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는 그 이유를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탄소와 유독성 가스 배출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생분해 플라스틱과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 모두 친환경 요소가 있어서 친환경 마크를 부여한다는 설명이다. 모두 친환경 요소가 있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같은 친환경 마크로 묶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100% 분해되는 제품과 20% 혹은 30% 분해되는 제품에 똑같은 마크를 부여하는 것은 친환경 인증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떨어트릴 수 있다.

환경마크제도는 제품의 생산 소비 배출 모든 단계에 걸쳐 에너지 및 자원의 소비를 줄이고 오염 물질의 발생을 최소화하는 녹색제품을 선별해 로고와 설명을 표시토록 하는 인증제도라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설명한다. 하지만 현재 친환경 인증제도는 정부의 친환경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엔 부적합하다. 같은 친환경 마크가 있는 두 제품이 하나는 가격이 비싼 생분해 플라스틱이고 다른 하나는 가격이 저렴한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이라면 일반 소비자들은 어떤 것을 선택할까. 당연히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일 것이다. 친환경 마크만 봐서는 둘의 차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은 절반도 분해되지 않는 무늬만 친환경인 제품을 안심하고 쓰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판매자는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지만 구매자는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어서 일어나는 시장교란 현상이라는 점에서 흔히 레몬시장으로 비유되는 중고차시장과 유사하다. 현재의 친환경 인증제도가 결과적으로 진정한 친환경 제품인 생분해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를 위축시키고 나아가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도 걸림돌이 될 것은 분명하다. 국내 바이오 플라스틱 분야의 전문가들은 생분해 플라스틱을 친환경 제품이라 하고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은 ‘일부분 친환경제품’이라고 하거나 ‘규정상 친환경제품’이라고 한다.

그 이유로 친환경의 기준은 썩거나 재활용될 수 있어야 하는데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은 바이오매스만 분해되고 플라스틱은 그대로 남으며 재활용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재활용이 어려운 이유는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 제품마다 사용하는 바이오매스 성분과 비율이 다르고 소재가 두 가지 이상 섞여있기 때문이다.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을 규정상 친환경으로 분류하더라도 생분해 플라스틱과는 구별이 돼야한다. 소비자에게 생분해 플라스틱과 똑같은 마크로 보이게 하는 것은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친환경 플라스틱 연구와 생산에 골몰하고 있는 (주)팩로지스 김대우 대표는 “올바른 친환경 제품이 아니면 친환경 마크를 줘선 안 된다”며 “올바른 친환경 제품이 아니면서 친환경 제품인 것처럼 소비자를 속여 판매하는 그린워싱 업체를 양산하는 애매모호한 친환경 인증마크 제도를 개선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친환경 플라스틱 업체들이 전반적으로 기술력을 더욱 보완해 바이오매스 20%, 30%가 아닌 99.9% 제품을 개발하는 데 전념하길 원한다”며 “제도 개선을 통해 그린워싱 업체들도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왜 바이오메스를 바이오메스로 부르지 못하나


물류와경영 7월호에 실린 친환경 포장 기획 기사에서 생분해 플라스틱만 친환경 마크를 사용하게 하고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에는 탄소저감 마크를 사용하게 해야한다는 친환경 업계의 주장을 다뤘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친환경 인증 담당자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까.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탄소저감 마크가 따로 있으며 이는 탄소저감이라는 단일 목적으로 사용되는 마크라고 답했다.

탄소저감 및 유독물질 저감이라는 다목적의 친환경 마크와는 구별된다는 설명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탄소저감 마크의 용도가 따로 있기에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에 ‘탄소저감 마크’를 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해법을 찾기 위해 친환경 플라스틱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환경부의 친환경 마크 제도의 목적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어떤 부분이 친환경인지 정확하게 알리는 문구를 삽입하는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예를 들어 친환경 마크의 중간 부분에 문구를 넣어 생분해 플라스틱이면 ‘생분해’로 표기하고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은 ‘바이오 베이스’로 표기하자는 의견이다.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도 ‘바이오매스 20%’ ‘바이오매스 50%’처럼 각 제품의 바이오매스 함유량을 친환경 마크에 적시하면 모두 친환경 인증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사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친환경 정책은 정부 기업 소비자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할 때 달성 가능하다. 정부 당국과 인증 받는 업체만 내용을 알 수 있고 소비자들은 알 수 없는 친환경 인증 제도를 개선해야만 하는 이유다.

친환경 마크 인증 규정 5년째 그대로

친환경 플라스틱 시장은 현재의 정보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야 더 성장할 수 있다. 친환경 마크의 변화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투입될 비용을 넘어선다면 개선하는 것이 맞다. 현재 우리나라 친환경 플라스틱 인증 규정은 2016년 7월 한 차례 개정된 뒤 몇 년째 똑같이 유지되고 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기후 변화와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 문제 그리고 미세플라스틱 발생 문제들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해 개발된 친환경 플라스틱 기술들이 있는 그대로 소비자에게 알려지고 선택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수정하고 개선하는 작업이 시급해 보인다. 
 

< 이주섭 기자  js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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