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6 16:00

더 세월(3)

저자 성용경 / 그림 하현
3. 운명의 시간


2014년 4월 16일 8시 30분 배는 맹골수도에 진입했다. 제주도 도착시각이 예정보다 1시간 30분 지연된 낮 12시로 예상된다고 선내방송을 마친 3항사는 해도에서 변침점을 체크했다.

8시 45분 오른쪽에 병풍도(屛風島)를 보았다. 

“스타보드 5도!”

3항사는 선수를 5도 우현(starboard)으로 돌릴 것을 조타수에게 명령했다. 원래 침로(針路)에서 10도 우현으로 변침하면 충분했기에 작은 각도의 변침을 지시한 것이다.

“스타보드 5도, 숴!”

조타수는 복창했다. 키를 잡고 있던 조타수의 손이 순간 떨렸다.

“어, 억! 선수가 자꾸 돌아가네!!”

배는 갑자기 오른쪽으로 급하게 돌아가고 선체는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당황한 조타수는 반대방향으로 키를 돌렸다. 키는 듣지 않았다. 배는 의도한 10도를 넘어 오른쪽으로 45도나 변침하여 선수가 남서방향으로 향했다. 급변침 후 속도는 떨어져 17노트, 10노트, 5노트까지 내려갔다. 이윽고 엔진이 멈췄다.

8시 50분 선수를 남서쪽으로 향한 채 조류에 의해 북쪽으로 떠내려간 배는 진도군 병풍도 북쪽 3킬로미터 해상에서 선체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침몰하기 시작했다. 배는 15도, 20도… 점점 더 좌현으로 기울었다. 곧 30도를 넘었다. 우당탕, 쾅! 배 안의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바닥에 떨어지고 벽에 부딪혀 아수라장이다. 

5층 객실의 서정민은 굉음 소리에 놀라 잠이 깨었다. 정신이 희미한 상태에서 예감이 이상했다.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고는 잠시 추이를 기다렸다.

‘곧 방송이 있겠지.’

그러나 벽의 스피커는 벙어리처럼 조용했다. 

“이상하네.”

배가 급선회할 때 몸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그는 넘어졌다. 탁자 모서리에 부딪힌 정강이가 아팠다. 

문을 박차고 통로로 나왔다. 그는 본능적으로 핸드레일을 잡고 몸을 가누며 선교로 들어갔다. 승객의 선교 출입이 금지돼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상황파악의 최적지는 선교임을 그의 선장 경력은 잘 알고 있다. 선교 나침판 아래 쪼그리고 앉아 울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3항사였다. 서정민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당직사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녀요. 비상상황이요. 선장님께 보고 하세요.”

그래도 울기만 하는 3항사에게 한 마디를 더했다.

“퇴선을 준비해야 돼요!”

서정민은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한 곳으로 달려갈 준비를 했다. 이순애? 막 선교 출입문을 나설 때 기관장을 비롯한 선박직원들이 허겁지겁 선교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선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4층 객실로 달리고 있는 서정민.

머릿속에선 “이 실장, 이 실장 깨어 있어야 해!”를 수없이 부르짖고 있었다.

배가 갑자기 크게 우회전하더니 선 자리가 위로 올라가는 듯했다. 좌현이 기우니 우현이 올라간 거였다. 이때 방송이 들렸다.

“움직이면 위험하니 제자리를 지키세요!”

서정민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제기랄! 저 양반들, 제 정신이야? 아직도 배가 안전하다고 생각해? 탈출이 급한데 제자리에 있으라니? 이건 말도 안 돼. 선장은 뭐 하는 거야.”

그는 분통을 터뜨리며 4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고 있었다. 배가 기울어 있어 계단을 미끄러지듯 밟으며 핸드레일을 잡고 가야만 했다. 드디어 이순애의 방에 도달했을 때 그녀는 막 일어나 떨고 있었다. 서정민은 그녀를 한 번 힘껏 안아주고 서둘러 일으켰다.

“배가 기울고 있어요. 빨리 탈출해야 해요.”

속옷차림인 그녀에게 의자에 널려 있는 겉옷을 집어 걸쳐주고 구명조끼를 입혔다. 하얀 목덜미가 시선을 어지럽힐 겨를도 없이 그는 여자의 몸을 문 쪽으로 돌려 세웠다. 손을 잡고 통로를 나오는데 여기저기 아우성이다. 아직 객실에는 물이 차올라 오지 않았다. 실내등이 꺼지고 비상등만 켜진 선내는 온통 불안을 덮어쓰고 있다. 

9시 27분 암흑의 시작이다. 한 학생이 어린 아이를 안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있었는데 넘어지려고 한다. 이를 보자 이순애는 큰소리로 말했다.

“저 아이부터 구해줘요. 끝나면 저 데리러 오세요.”

서정민은 아이부터 구하라는 그녀의 말을 거절할 수 없었다.

“알았어요. 조심해서 올라와요. 옮겨놓고 바로 올게요.”

서정민은 아이를 받아 안았다. 아이를 갑판 위에 올려놓았을 때는 거의 탈진 상태였다. 배는 더 기울었다. 배 안은 더 이상 오르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내려줄 밧줄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통로의 소화호스를 꺼내 선내로 내리기 시작했다. 몇몇 학생들이 호스를 잡고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이순애는 맨 아래에서 호스를 잡는 데 성공했다.  

“순애 씨 호스 놓치면 안 돼요!”

서정민은 힘껏 소리쳤다.


<이 작품은 세월호 사고의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한 창작물이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기업 지명 등은 실제와 관련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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