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3 16:00

더 세월(4)

저자 성용경 / 그림 하현
4. 긴박한 순간들(1)


#선교 오전 8시 50분

배는 이미 선원들이 이동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기울었다. 배의 사령탑인 선교는 긴박한 상황. 새벽당직을 마치고 침실에서 쉬고 있던 한 조타수는 선교로 달려갔다. 선장과 출입문 앞에서 마주쳤다. 선장은 선교 옆에 붙어 있는 침실에 있다가 배에 이상이 생기자 선교로 온 참이었다. 문이 잘 열리지 않았다. 그는 겨우 선장을 선교 안으로 들여보내고 자신도 따라 들어갔다. 선교에는 선장과 1항사 2명, 2항사, 3항사, 조타수 3명, 기관장 등 9명이 모였다.

“배가 기울었으니 모두 잡을 수 있는 것을 잡고 버텨라.”

선장이 말했다. 이어서 “구조를 요청하라.” 2항사에게 지시했다. 

2항사는 VHF 채널12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대신에 제주VTS와 세 번째 시도 끝에 구조요청을 했다.

2항사 : 본선이 위험합니다. 지금 배 넘어갑니다.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빨리 좀 와주십시오.

제주VTS : 귀선 어디십니까?

세월호 : 지금 병풍도 옆인데 빨리 와주십시오. 

제주VTS : 예, 알겠습니다. 해경에 연락하겠습니다.

조금 지나서 제주해경 상황실과 세월호 간에 교신이 이뤄졌다.

제주해경 : 세월호, 현재 상황이 어떻습니까?

세월호 : 현재 선체가 좌현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컨테이너도 넘어가고.

제주해경 : 네, 인명 피해는 없습니까?

세월호 : 현재 확인 불가합니다. 선체가 기울어져 이동 불가합니다.

제주해경 : 네, 알겠습니다. 인명들 구명조끼 착용하시고 퇴선할지도 모르니까 준비 좀 해주십시오.

세월호 : 사람들 이동이 힘듭니다.

#선교 오전 8시 55분

구조 요청 직후 선장은, “힐링을 잡으라” 지시했다. 힐링펌프는 스위치를 누르면 자동으로 배 좌우측 물탱크의 물을 이동시켜 배의 균형을 조절한다. 다른 조타수가 스위치를 눌렀으나 이미 배는 크게 기운 상태라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선장은 1항사에게,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대기시키라”고 지시를 내렸다. 객실에 안내방송이 울러 퍼졌다.

“현재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안전사고에 대비해 주십시오.”

선장은 이어 “구명정을 터뜨리라”는 지시를 내렸다. 1항사 B(세월호에는 1항사가 2명 승선)와 다른 조타수가 좌현 미닫이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구명정에 접근하려 했지만 배는 이미 심하게 기울어져 두 사람은 펜스를 넘지 못했다. 겨우 펜스를 붙들고 섰으나 구명정을 펴지도, 선교로 돌아오지도 못한 채 그들은 구조대를 기다렸다.

한편 선교에서는 1항사가 핸드폰으로 회사와 통화를 시도했다. 선장은 초점 잃은 시선을 한 채 옆에 서 있다. 부리나케 입은 근무복은 단추 몇 개가 어긋나 끼어 있다. 

“조난신호 어떻게 할까요, 선장님?”

1항사가 물었다.

“회사와 통화해봐.”

맥없는 선장의 목소리.

“조난신호 SOS를 칠까요? MAYDAY 방송을 채널16으로 보낼까요?”

1항사는 마음이 급했다.

“회사의 지시를 받아보자구.” 

갈피를 잡지 못하는 선장의 얼굴에 불안이 깔렸다. 강한 조류의 위험한 수로에서 여성 3항사에게 맡기고 선교에 있지 않았던 것이 죄책으로 다가온다.

“퇴선해야겠습니다.” 1항사는 선장의 명령을 기다렸다.

“회사와 연락될 때까지만 좀 더 기다려.”

선장은 시종 수동적이다.

1항사는 기관장과 상의하려 했다. 사실 이 배에서는 선장보다 기관장이 더 실세다. 회사의 중역과 사장과도 통하는 사람이다. 기관장은 퇴선명령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다만 선교의 직통전화로 기관실에 전화를 걸었다. 기관원들에게 탈출 지시를 내렸다.

제주해경과 전화가 끝난 1항해사는 휴대전화로 청해진해운에 사고를 보고했다. 선장과 승무원은 이후 7차례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해무부장은 선박사고가 외부에 알려질까 봐 퇴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선사 고의일 경우 보험금이 나오지 않는 것도 알고 있다. 선장 위에 선주가 있다. 선주의 지시가 없으면 죽는 것도 마음대로 못 하는 신세다. 이 불쌍한 캡틴.

#선교 오전 8시 58분

승무원 한 명이 목포해경에 사고신고를 했다. 목포해경은 목포항공대 기지에 ‘헬기를 이용해 수중구조작업에 탁월한 특공대를 현장에 급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이미 목포항공대 헬기 B511은 항공구조사 2명만을 태우고 사고해역으로 떠난 뒤였다. 나머지 2대의 헬기 중 1대 카모프는 수리 중이었고, 또 다른 헬기 B512는 3009함에 탑재되어 있었다. 3009함은 중국어선의 불법어업을 단속하기 위해 가거도 해상으로 출동한 상황이었다.

#선교 오전 9시 정각

기관사들이 모두 기관실을 빠져 나와 선교로 모였다. 배의 제일 밑층에서 근무하는 선원이 사고 10분이 안 돼 선교로 올라온 셈이다. 식당칸에서 조리사 L(56·여)은 다른 남자 조리사와 함께 다쳐 쓰러졌지만 다른 선박직 선원들이 이들을 외면한 채 탈출했다. 6개월 전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배를 탔다가 이런 변을 당한 것이다. 
 
#선교 오전 9시 5분

제주VTS에서 진도VTS와 연락이 된다고 통보해 왔다. 진도VTS가 세월호와 교신을 시도했으나 즉시 대답이 없자 부근을 지나던 배, 둘라에이스(Doola Ace)로 교신을 보냈다. 육안으로 확인되는지 묻자, 우현 쪽에 세월호가 확인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진도VTS : 세월호, 세월호, 여기 진도VTS, 귀선 침몰 중입니까?

세월호 : 예, 그렇습니다. 해경 빨리 좀 부탁드립니다.

진도VTS : 둘라에이스, 여기 진도VTS, 귀선 우현 전방 2.1마일에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 중에 있습니다. 귀선 구조 협조 부탁드립니다. 그쪽으로 가주세요.

둘라에이스 : 예, 일단 이동하겠습니다.

침몰 시작 후 줄곧 제주VTS와 교신을 해온 세월호는 이후 진도VTS와 31분 동안 11차례 교신한다.

#3층 식당 통로 오전 8시 52분

개교 9년이 된 단원고는 매년 비행기로 수학여행을 가다가 작년부터 배로 교통편을 바꾸었다. 나흘간의 제주도 수학여행 길에 오른 2학년생들은 거의 교복과 테니스화 차림이다. 처음 큰 여객선을 타보는 그들은 호기심에 가득 차 있다. 

그런데 호기심은 잠깐. 식당 통로를 걷고 있다가 배가 기울자 위험을 느낀 6반 C군은 119로 전화를 걸었다. 세월호에서 외부로 나간 첫 조난신고였다. 먼저 전남소방본부로 연결됐고. 이어 목포해양경찰서로 전달됐다. 그들의 통화 내용이다.

C군 : 살려주세요. 배가 기울고 있어요.

전남소방 : 배 이름이 뭐예요? 제가 해경으로 바로 연결해드릴게요.

C군 : 세월호요.

전남소방 : 목포해경, 지금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신고가 왔는데요.

목포해경 : 침몰하고 있다고요? 배 위치는요?

전남소방 : 서거차도리로 지금 뜨고 있거든요. 신고자 전화번호 드릴게요.

목포해경 : 여보세요. 여기 목포해경 상황실입니다. 지금 침몰 중이라는데 위치가 어디에요?

C군 : 위치를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여기가….

목포해경 : 위치를 잘 모르시겠다고요? 거기 GPS 경위도 안 나오나요? 경도와 위도.

C군 : 어, 어제 출항했어요.

목포해경 : 어제 몇 시 출항하셨어요?

C군 : 어제 8시 출발한 것 같아요.

목포해경 : 배 이름이 뭡니까? 배 이름.

C군 : 세월호요. 세월호.

목포해경 : 세월호. 이게 상선인가요, 뭔가요?

C군 : 네?

목포해경 : 배 종류가 뭐예요? 여객선 아니면 어선인가요?

C군 : 여객선.

C군이 최초로 침몰 신고를 한 시각은 8시 52분이었으나 목포해경이 정식으로 사고를 접수한 시각은 8시 58분이었다. 배를 모르는 학생에게 선종(船種)과 경위도(經緯度) 등을 묻는 바람에 6분이나 소비된 것이다.


<이 작품은 세월호 사고의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한 창작물이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기업 지명 등은 실제와 관련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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