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2 09:26

아몬드는 되고, 커피는 안 되는 부가가치 물류

기고/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이성우 본부장


얼마 전 재미있는 기사 한편을 읽었다. 요즘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가는 상품 중에 하나가 인삼도 김치도 아닌 아몬드 가공품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도 안 되는 아몬드가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잘 팔리는 상품이라니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다. 그러나 이 기사를 따라 아몬드의 물류, 유통, 가공단계 등 전체 공급수요사슬 체계를 따라 가 보니 왜 이런 결과를 나았는지 알게 됐다.

한미간 FTA 체결로 유예기간이 끝난 아몬드의 경우 무관세로 최근 우리나라에 상당량 수입이 되고 있다. 수입된 아몬드는 저장 후 보관되다가 필요에 따라 로스팅과 함께 다양한 가공처리 과정을 통해서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건강식품이나 기호식품이 돼 각종 매장에서 판매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특유의 까다로운 입맛과 수요자 맞춤형 기술들이 접목이 돼 허니버터, 들기름 등 다양한 맛의 아몬드 상품들이 나오고 이 맛을 본 외국인 특히, 중국, 홍콩, 일본인들이 대량으로 아몬드 가공품들을 사가거나 수입하면서 기사화가 된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나라가 원재료인 아몬드를 미국, 호주 등에서 수입해서 가공한 아몬드를 수출하는 아몬드 제품의 가공 수출국이 된 것이다. 원재료인 아몬드는 현 시점 기준 수입단계에서 kg당 9천원 선에 수입이 된다. 그런데 가공된 후에는 상품의 형태, 회사별로 차이가 나지만 1만 3천~1만 5천원 전후에 판매가 된다. 부가가치가 20~40%이상 발생한다는 것이다.

아몬드 유통량이 많아 진 것은 사람들의 선호 변화도 있지만 생산량 증가, 물류기술 발전, FTA 확대 등을 통한 유통과 물류에서 비용 인하효과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아몬드처럼 생산지, 가공지, 소비지가 분리돼 있는 농산물이 커피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등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커피 역시 같은 형태인 유통과 물류기술의 발전으로 크게 성장해 오고 있다. 물류와 유통기술 발전은 커피의 이동을 용이하게 했고 저렴해진 커피를 전세계 여러 곳의 소비자들이 마시면서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이와 함께 커피생산 기법 역시 동시에 발전하게 된 것이다. 1980년대에는 커피 1파운드당 생산원가가 120센트였는데 2000년 초반에 이르러서는 파운드당 40센트까지 떨어지면서 대중들의 기호식품으로 더욱 확대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 아몬드는 전세계 시장 수출입 규모가 2018년 기준 1만2893 백만 달러로 2014년 이후 연평균 0.36% 성장하고 있으며 동북아 시장 역시 성장하고 있다. 커피는 전세계 시장 수출입 규모가 동기간 6만2410 백만 달러로 0.27% 정도 감소했으나 동북아는 일본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 중국의 증가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표-1> 참고). 특히 커피는 아몬드에 비해 5배 이상의 세계 유통규모를 가지고 있고 동북아 유통규모는 아몬드의 20배 이상이 될 만큼 중요한 상품이다. 그러나 유통규모와 가치 측면에서 월등히 큰 커피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공돼 수출이 되고 있으나 아몬드에 비해 가공을 통해 부가가치 창출에 큰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아몬드와 커피의 우리나라 수출입 통계를 살펴보면 커피 수출 이외 모든 항목이 두 자리수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출량은 미미하지만 아몬드의 수출이 동기간 81% 증가한 부분과 커피 수출이 동기간 25% 감소한 부분이 확연한 차이가 난다. 아몬드 수출 증가세는 아직 수출금액이 미미해 그 증가세가 높다고 해도 통계적으로 크게 의미가 없을 수 있으나 지속적인 성장세는 분명해 보인다. 반면 커피의 경우 수입금액은 급증하고 있는 반면 수출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표-2> 참고). 과연 커피 수출 금액이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커피는 전세계인이 하루에 16억잔을 마시고 있는 엄청난 상품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몬드보다 훨씬 교역 규모가 큰 커피가 수출상품으로 크게 기여를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커피는 교통물류혁명과 농업기술 발전으로 생산량이 크게 늘어났고 가격도 떨어졌으며 낮아진 가격으로 인해 소비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고 다시 수요가 올라가면서 생산을 촉진하게 되는 선순환의 공급과 수급의 원리로 시장자체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특히 커피는 원재료, 가공방식 등에 따라 상품화되는데 가격의 편차가 매우 큰 상품이다. 따라서 항만, 공항 배후의 자유무역지역 같은 곳에서 고급 원료를 수입해 고급인력이 첨단기술을 접목시켜 판매할 경우 부가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는 상품이다. 유명한 글로벌 커피메이커인 스타벅스는 전 세계 4개의 공장만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3곳(시애틀 등), 유럽 1곳(암스테르담항 배후) 등에서 전세계 생두를 수입해 가공 후 다시 전세계로 수출하는 형태이다.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으로 인해 1년 물류비가 1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글로벌 커피기업이자 유통물류기업이기도 하다. 이 대목에서 커피는 수입 후 가공을 거쳐 수출되는 전형적인 고부가가치 가공무역상품이다. 그런데 가공무역의 국가 경제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가공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지정된 자유무역지역에서 가공 후 수출이 될 수 없는 상품이라면 많은 분들이 놀랄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이유가 지금 통계상으로 우리나라 커피의 수출액이 낮고 또한 감소하고 있는 현상의 일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항만 배후에 있는 자유무역지역은 화물들이 들어오고 나가면서 관세법에 의거해 손모율이라는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손모율이란 화물이 들어와서 다시 수출되거나 국내로 반입될 때 밀수, 탈세 등을 방지하기 위해 들어올 때와 나갈 때 동일한 중량이 유지돼야 한다는 규정에 의해 상품이 들어올 때와 나갈 때 그 차이를 지칭하는 비율이다. 커피의 예를 들면 커피 생두를 수입해 보관 후 원두로 가공해서 나갈 경우 일반적으로 6개월~1년 동안 보관하면 1~2% 중량 감소, 로스팅할 경우 12~14% 정도 중량이 감소한다. 이 경우 자유무역지역에서 수입할 때 100kg이었던 커피가 1년 후 보관, 가공 후 나갈 때 중량이 80kg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 자유무역지역 입주 기업이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할 경우 매번 수입 후 가공해서 수출할 때 손실분 20%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 정도의 세금을 부가해도 입주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있을 수 있는데 관세당국은 각 상품별 표준화된 손모율 기준을 만드는 시간, 비용 그리고 인력 부족 등으로 해당 제도 개선을 아직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는 우리나라 녹차 농가들의 피해를 언급하면서 커피 가공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그림-1> 참고). 결국 이런 상황으로 인해서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고 고급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커피 가공업이 우리나라에서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우리나라 자유무역지역 입주업종에 없었던 커피빈 가공업체 등을 허용하는 개정법 안을 상정해 두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공항만배후 자유무역지역에 다양한 가공무역업이 활성화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 판단된다. 이제 관세당국에서도 우리나라의 저성장 경제기조와 고용대란을 전환시키는 노력의 일환으로 공항만과 산업단지형 자유무역지역 입주가 가능한 다양한 가공활동에 맞는 표준 손모율 등을 도입해 보다 적극적인 부가가치 가공무역활동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때라고 생각된다.

한편, 커피와 관련된 우리나라 관련 공기업, 민간기업들은 주요 원두 생산국에서 수입 후, 로스팅 및 포장을 거쳐 전 세계 소비자에게 수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특히 지리적으로 근접한 국가인 중국, 일본, 동남아의 경우 커피의 신선도, 맛 유지 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예를 들면 우리나라가 커피 가공허브로 전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판매하겠다는 차원에서 ‘거대 확산 모델(Vast Web)’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해당 모델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양질의 원두를 생산하는 다양한 국가로부터 원두를 수입해야 한다. 그 다음 공항만 자유무역지역내 로스팅 시설, 신선도 유지를 위한 스마트 냉장·냉동 창고, 이와 관련된 기술을 보유한 숙련공을 모집해야 한다. 본 모델의 주요 수익원은 커피 완제품을 전 세계 소비자 및 유통기업에 판매한 판매 수익뿐 아니라, 로스팅, 브랜딩, 포장, 라벨링, 보관, 전시 및 도소매 등의 활동을 수행하면서 발생한 부가가치도 기대할 수 있다. 고객의 브랜드 로얄티, 러브마크 유지 및 장기적인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서는 맛의 다양화, 브랜드화, 신선도 유지 등의 활동이 중요할 것이다.

이제 정부는 상품은 상품, 물류는 물류로 구분하지 말고 각 상품별로 물류와 결합돼 부가가치 가공이 창출될 수 있는 효과를 제대로 이해하고 법제도 등에 반영해 나가면 그 속에 숨어 있는 돈과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커피와 유사한 대량의 유통이 이루어지고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군들을 전세계 시장 조사를 통해서 발굴해 상품별 글로벌 유통물류 가공과정을 제대로 분석해 보면 우리나라에서 공항만 자유무역지역을 활용해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자유무역지역 지정 유효성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자유무역지역의 특성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중계가공형 상품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조사 미흡, 법제도 부족, 글로벌 유통물류체계 이해 부족, 거버넌스 체계 미흡 등으로 인해서 큰 이익을 놓치고 있는 경우가 있는 듯하다. 아몬드는 되고 커피는 안 되는 상황이 아니라 관세 포탈이나 국내 농축수산업계에 해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전략 상품군들을 찾아서 부가가치 가공물류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우리나라 자유무역지역법, 관세법 등 관련 법제도 개선과 관련 정부기관들의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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