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15살짜리 선박으로 500억 벌어” 중고컨선 가격도 천장 뚫렸다
컨테이너 운임이 미증유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컨테이너선 가격도 천장 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베셀즈밸류에 따르면 그리스 선주사 키프로스시라인은 지난 7월 20피트 컨테이너(TEU) 5060개를 실어나를 수 있는 15살짜리 중고 컨테이너선 <에스산티아고>(S SANTIAGO)를 싱가포르 OM마리타임에 5800만달러(약 680억원)를 받고 매각했다. 1996년 5월 한진중공업에서 건조된 이 선박은 현재 마셜제도공화국에 국적을 두고 있다. 그리스 선주는 이 선박을 2015년 7월 1780만달러(약 210억원)에 매입했다. 중고선을 사서 6년 동안 사용하고도 470억원에 이르는 시세차익을 거둔 셈이다. 이 금액은 비슷한 크기의 선박을 중국에서 새로 짓는 가격과 비슷하다. 지난해 7월까지 600만달러대였던 이 선박의 가격은 8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10월 1000만달러, 올해 3월 2000만달러를 잇따라 돌파한 뒤 4월엔 3000만달러도 가뿐히 뛰어넘었다. 6월 4000만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7월엔 6000만달러 선 턱 밑까지 치솟았다. <에스산티아고>호는 중고 컨테이너선 가격이 최근 얼마나 빠르게 인상됐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내후년 신조선 인도 200만TEU 돌파 베셀즈밸류 박홍범 한국지사장은 컨테이너선 가격 상승세가 2022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유 중 하나는 단기간에 선박 공급의 급격한 증가로 시장이 하락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올해와 내년 인도되는 신조선은 116만TEU 정도로 파악된다. 2008~2020년 평균인 126만TEU보다 10만TEU가량 적은 수치다. 2008년 151만TEU를 찍었던 신조선 인도량은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109만TEU로 감소했다.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2010년 138만TEU, 2011년 122만TEU, 2012년 127만TEU, 2013년 137만TEU, 2014년 151만TEU, 2015년 168만TEU의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한진해운 사태가 일어난 이듬해 다시 91만TEU대로 고꾸라졌다. 2017년과 2018년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주다 지난해 다시 86만TEU까지 곤두박질 쳤다. 사상 초유의 호황기인 올해 발주한 선박들이 2023년 이후 대거 쏟아지며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발생 이후 낮아진 하역 생산성으로 항만 적체 현상이 지속되는 점도 컨테이너선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북미항로 호황의 도화선이 된 미국 로스앤젤레스(LA)항 적체는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까지 0에 수렴하던 LA항의 선박 대기시간은 올해 하반기 들어 200시간을 돌파했다. 특히 지난 7월 중순엔 사상 최고치인 282시간을 찍었다. 항만 적체는 공급 부족 현상을 부채질하는 주범이다. 체선으로 선복난이 심해지면서 운임이나 용선료 선가가 동반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컨테이너선 수요를 나타내는 지표인 톤마일도 상승 추세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의 톤마일 합계는 작년 동기간 대비 약 8% 상승했다. 박홍범 지사장은 컨테이너선 수요도 시장을 매우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