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항로/ 선사들 실링 모두 소화···운임 ‘꿈틀’

한일항로는 3월에 이어 순항 중이다. 대부분의 선사들이 선적상한선(실링)을 모두 소화했으며 운임은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시 한 번 선사들의 단단한 결속력이 시장상황을 반전시킨 셈이다.

한일항로 취항선사들은 3~4월 실링을 100%로 정했다. 직전 기간인 1~2월(94%)에 비해 6%포인트 상승한 것이지만 많은 선사들이 목표치 달성을 신고하고 있다. 지난 기간엔 고려해운과 장금상선을 제외하고 나머지 선사들은 모두 목표에 미달한 바 있다.

3~4월에 전통적인 한일항로 성수기라는 점이 시황반전의 일등공신이다. 특히 일본 회계연도가 마무리되는 3월은 일본 내 수출기업들의 실적 조절용 밀어내기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다. 일본 아베정권의 전략적인 엔저정책으로 수출화물이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수입항로 물동량의 호조가 시황상승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실링 초과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면서 일부 선사들의 외형 확장 정책에 제동이 걸린 점도 시황 반전에 힘을 보탰다. 제재 강화와 함께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실링을 큰 폭으로 높이지 않아 수급 상황이 빠듯해졌다고 선사들은 전했다.

연초 시나브로 20~30달러 하락했던 이 항로 운임은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항로 운임은 20피트(TEU) 기준으로 수출 200달러 이하, 수입 100달러 이하다. 과거 고점에 비해 200달러 가까이 떨어진 것이지만 하락세를 거듭했던 최근 상황에 비춰보면 고무적이다. 다만 수출항로는 물동량 약세를 배경으로 운임도 상승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선사들은 하락세를 멈췄다는 데 안도하는 분위기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실링 제도를 바짝 조인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물동량이 강세를 띠고 있는 수입항로에서 운임도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선사 관계자는 “우선 운임이 싼 볼륨카고(대량화물)들을 내보내고 나면 스폿화물들을 중심으로 운임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선사들의 서비스 강화도 눈에 띈다. 올해 신설항로 개설이 유난히 늘어난 모습이다. 특히 일본 지방항 개척이 활발해졌다. 이달 들어 흥아해운과 남성해운은 선복 맞교환 방식으로 부산-시부시항로를 주 2항차로 확대했다. 지난달엔 고려해운이 사카타항을, 흥아해운이 이요미시마 노선을 신설했다. 양 선사는 홋카이도 거점의 한중일 팬듈럼항로 노선도 강화했다.

남성해운은 기타큐슈 서비스를 시작하며 경쟁력을 강화했다. 남성해운은 한중일 팬듈럼(시계추) 항로에 1000TEU급 안팎의 컨테이너선 8척을 배선해 서비스 정시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차별화 전략도 내놨다.

한편 동진상선은 한신(오사카고베)항로에서 광양항을, 천경해운은 규슈·세토나이카이서비스에서 포항을 추가 기항하며 부산항 일변도의 항로 정책에서 탈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일본 취항항로를 36개항으로 늘렸던 장금상선은 올해는 서비스 안정화에 힘을 모으고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