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3 16:15

송년특집 기획/ 불황 여파 들불처럼 번지는 M&A 열기


올 한 해 해운시장은 사상 최악의 불황이 지속됐다. 벌크선과 컨테이선 운임 모두 종전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벌크선운임지수인 BDI는 올해 평균 666을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치인 717보다 40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상하이컨테이너선지수는 지난해 평균 724에서 올해 평균 640으로 하락했다.

유럽항로 운임은 지난해에 이어 바닥 수준인 670달러대를 이어갔고 미서안항로 운임은 1482달러에서 1250달러로 떨어졌다. 미동안항로는 3131달러에서 2055달러로 폭락했다. 동남아항로 운임은 185달러에서 68달러로 3분의 1토막 났다.

시황 하락으로 선사들의 상황도 악화일로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법정관리(회생절차)를 신청하는 해운기업들이 줄을 이었다. 지난 4월 중견 벌크선사인 창명해운을 시작으로 9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행렬에 동참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은 한국해운호를 절체절명의 위기로 내몰았다. 15조 규모의 화물이 물 위에서 발이 묶이면서 전 세계적인 물류대란을 야기했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한국해운의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밖에 국내 4위선사인 SK해운이 올 들어 다시 적자로 돌아섰고 흥아해운도 동남아항로 운임하락에 발목이 잡히며 손실을 신고했다. 장금상선 폴라리스쉬핑 KSS해운 등 견실한 실적을 내왔던 선사들도 올해만큼은 이익 폭이 크게 감소해 불황의 강도를 실감케 했다. 그 결과 국내 해운사들의 신용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달 2일자로 흥아해운의 신용등급을 BBB-(안정적)에서 투자부적격등급인 BB+(안정적)으로 강등하는 한편 SK해운과 장금상선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급기야 SK해운은 지난달 케이프와 수프라막스 등 벌크선 8척을 일괄 매각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벌크선 부문 매각을 현실화한 것이다.

선박 해체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12월 중순까지 벌크선 425척, 컨테이너선 190척이 폐선돼 지난해의 407척 92척을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컨테이너선은 전 세계 선박량의 3%인 60만TEU 정도가 올 한 해 고철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 개선의 시점은 불명확하다. 현재의 불황이 수요 둔화와 공급과잉, 과열경쟁으로 촉발된 것이어서 획기적인 공급조절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에도 불황을 벗어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유년 새해 해운기업들의 불황 타개 전략에 관심이 모아진다. 근해선사들은 31년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온 고려해운마저 손익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운임회복에 나서며 시황 반전을 꾀하고 있다. 이들은 10월 말 태국 베트남항로에 이어 11월 인도네시아항로에서 100달러 이상의 운임인상을 시도해 성과를 냈다. 운임 안정화와 수익 개선을 위한 선사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그 어느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처럼 역사적인 불황은 해운물류조선시장 구조조정을 촉발시켰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정기선 위기에 구조조정 M&A 활발
 
초대형컨테이너선 발주로 촉발된 정기선 시장 출혈경쟁은 선사들을 생사의 기로에 세웠다. 공급과잉에 저조한 운임이 지속되자 선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손실을 떠안았고 사업존폐의 위기에 처했다. 수급불균형에 시달리던 정기선시장 위기는 M&A 열풍을 일으켰다. 각 선사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구조조정이 추진됐지만 극복하지 못한 선사들은 매물로 시장에 나왔다. 선복량 상위 선사들은 위기를 느끼며 적극적인 인수에 나섰다.

중국 정부 주도로 진행된 코스코와 차이나쉬핑의 M&A를 제외하면 모두 합병으로 선복량을 키워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다. CMA CGM은 북미항로에 강세를 보이고 있던 APL을 인수하면서 부족했던 북미항로 입지를 강화했고 8%대의 시장점유율을 11%대까지 끌어올렸다. 선복량 순위는 변함없이 3위를 기록했지만 뒤를 바짝 쫓아오던 선사들과의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었다.

하파그로이드는 범아랍선사 UASC와 컨테이너 부문을 합병했다. 선복량 세계 6위인 하파그로이드는 10위 UASC를 인수하면서 세계 5위 선사로 등극했다. 하파그로이드는 초대형컨테이너선을 확보하고 있는 UASC를 흡수해 뒤처졌던 초대형컨테이너선 투자 압박에서 벗어났다.

선복량 10위권 밖에 머물던 일본 해운3사 NYK, MOL, 케이라인도 정기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뭉쳤다. 3사는 내년 7월1일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합의하고 원양항로 사업철수 대신 규모의 경제 실현을 택했다.

머스크라인은 함부르크수드 인수로 중남미 시장 강화를 꾀했다. 선복량 세계 7위, 남북항로 강자를 품에 안은 머스크라인의 선복량은 대폭 늘어나 전 세계 선복의 18.6%를 차지하게 됐다. 컨테이너 선복량 부동의 1위를 지켜왔던 머스크라인은 2위 MSC와의 선복량 격차도 더욱 벌렸다.

초대형컨테이너선 발주의 선두주자인 머스크라인마저 공개적으로 선박투자에서 기업인수로 방향을 틀고 함부르크수드를 인수하게 되면서 정기선업계의 M&A는 이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엇나간 구조조정, 국내 1위 선사 ‘역사속으로’

글로벌 선사들이 위기일발의 상황을 M&A로 헤쳐나갈 때 양대 국적선사들은 씁쓸한 행보를 보였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주력사업부문인 원양 컨테이너부문의 경쟁력이 글로벌 선사 대비 지속적으로 약화되면서 부실화됐다. 미흡한 선박투자와 구조조정으로 인한 수익 사업의 매각 등은 몇 년간 지속된 시황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으로 끌고 갔다.

글로벌 선사들은 정기선 침체에 사업다각화로 위기를 버텨왔지만 양대 국적선사는 지속적인 구조조정으로 인해 환경 변화 대응력이 경쟁사 대비 크게 떨어졌다. 현대상선은 2000년대 초반 국내 컨테이너터미널을 매각하는 한편 고정거래처(현대자동차그룹)를 확보하고 있는 자동차운송부문을 매각했다. 채산성이 양호한 LNG 및 벌크 전용선부문도 매각했다.

한진해운도 2009년 분할 당시 안정적인 사업인 부동산임대, IT서비스, 선박관리사업 등이 제외됐으며 2014년 중 벌크 전용선 사업을 한앤컴퍼니측에 매각했다. 2015년 이후에는 계열사에 항만관련 자산 및 아시아 역내항로 사업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양대 국적선사들은 구조조정이 지속되면서 컨테이너부문에 대한 사업의존도가 높아졌지만 채산성이 높은 사업을 양도하면서 상위기업들이 주도하는 원양 컨테이너 시장의 가격경쟁에 대한 대응능력이 약화됐다.

두 선사 모두 자구계획을 이행했지만 정부의 외면으로 결국 국내 1위,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국책은행은 지원이 절실한 시점에서 최대주주가 순수 민간 기업이라는 점을 들어 추가지원에 손사레를 쳤다.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진해운은 9월1일 법정관리절차에 들어갔고 물류대란이 촉발됐다.

한진해운의 공백은 바로 해상운임 인상으로 이어졌다. 운임하락세를 보이던 동서항로는 2배 가까이 운임이 치솟았다. 미주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던 한진해운을 대체하기 위해 경쟁 선사들은 앞 다퉈 서비스를 늘렸다.

홀로남은 현대상선 ‘글로벌 5위 선사로 키우기’

한진해운이 청산 절차를 밟을 동안 현대상선은 겨우 살아남았지만 재무불안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물동량을 흡수했지만 전 세계 시장점유율 2.2%수준으로 13위에 머물러 있다.

정부에서는 하나 남은 원양선사를 키우기 위해 현대상선을 세계 5위 선사로 키우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2M얼라이언스 가입도 선복공유협정(VSA) 형태가 아닌 선복교환 선복매입으로 진행되면서 불완전한 가입에 머물게 돼 원양항로에서의 입지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내년 4월1일부터 3년간 아시아-미서안/동안, 아시아-북유럽/지중해 노선에서 2M+H 전략적 제휴로 머스크라인, MSC와 선복교환 선복매입을 진행하게 된다.

현대상선은 자체적으로 글로벌 선도 해운사로 도약하기 위해 아시아-미주 시장 경쟁력 다지기에 집중하고, 2021년까지 시장점유율 5%, 영업이익률 5% 달성을 전략 목표로 설정했다. 현대상선은 단기적으로는 규모 경쟁을 지양하고 선대개편 및 터미널 인수를 통해 원가절감 등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2018년 이후부터 사업 확장 및 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서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현재의 고객기반과 보유 선대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향후 성장성이 높고, 경쟁력을 보유한 아시아-미주 시장에 집중하면서, 단계적으로 선대확충을 추진해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사업구조를 컨테이너 중심으로 재편하고, 컨테이너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8년 말까지는 무리한 선대 확장을 지양하면서 선대개편 및 터미널 인수를 통한 원가경쟁력 제고에 집중할 계획이다.

2018년까지 전 방위 노력을 통해 ‘영업이익 창출’, ‘부채비율 400% 이하 고수’ 등 생존을 위한 체력확보에 집중하고, 향후 본격적인 확장 및 경쟁력 강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제는 생존수단’ 물류업계 M&A 바람 ‘솔솔’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경기침체와 환율변동, 유가하락은 글로벌물류기업들의 매출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지난해 글로벌 물류기업 50곳 중 전년 대비 매출 성장을 일군 기업은 15곳에 불과했다. DHL로지스틱스 퀴네앤드나겔 DB쉥커 DSV 닥서 판알피나 등은 전년 대비 크게 감소한 매출실적을 내놓았다.

역풍을 맞은 기업들이 선택한 건 M&A였다. 물류기업들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보완하거나 변형하기 위해 운송 및 물류분야에서 M&A를 활발히 진행했다.

M&A 소식은 연초부터 잇따라 날아들었다. 유럽연합(EU)은 1월 초 미국 페덱스가 네덜란드 항공특송기업인 TNT익스프레스를 인수하는 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EU는 지난해 7월부터 양사의 합병에 대한 심층 조사를 진행해온 결과 경쟁 침해의 우려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수가는 44억유로(한화 약 5조4606억원)에 달한다. 페덱스는 TNT가 유럽에서 강점으로 갖고 있던 물류 네트워크를 흡수하며 항공 특송 역량을 강화하게 됐다.

덴마크 포워더 DSV의 미국 UTI월드 인수도 M&A 이슈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1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은 DSV의 UTI 인수합병을 최종 승인했다. 이번 승인으로 DSV는 모든 경쟁당국으로부터 합병에 대한 허가를 마무리했다. DSV는 M&A 효과에 힘입어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쌍끌이 성장을 일궜다. 이 회사의 1~9월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1% 18% 증가한 510억3천만덴마크크로네(DKK·8조5184억원) 25억4600만DKK(4250억원)를 기록했다.

미국 굴지의 기업인 CH로빈슨도 M&A 대열에 합류했다. CH로빈슨은 올해 9월 호주 APC로지스틱스를 약 2억2600만달러(약 2699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APC는 호주시장에서 약 10%의 물동량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포워더다. CH로빈슨은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포워딩부문 글로벌 사업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밖에 케리로지스틱스는 미국 아펙스마리타임을 인수하며 아시아-미국 노선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CJ대한통운, 중국·동남아 물류시장 공략

국내 기업들도 M&A로 눈을 돌리며 변화의 바람에 몸을 실었다. M&A와 전략적 제휴를 가장 활발히 진행한 물류기업은 CJ대한통운이다. CJ그룹으로 편입된 이후 글로벌경영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은 해외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8월 중국 TCL그룹과 물류 합작법인 ‘CJ Speedex(스피덱스)’를 세운데 이어, 9월 말레이시아 종합물류기업 센추리로지스틱스를 471억원에 인수했다.

CJ대한통운은 이번 인수를 통해 중국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물류사업 역량 강화는 물론, 범 인도차이나 반도 물류 네트워크 조기 구축과 동남아시아 물류시장 공략에 가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이밖에 CJ대한통운은 필리핀 TDG그룹과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동남아시장 물류 네트워크를 확대했다.

현대로지스틱스도 새해를 앞두고 롯데그룹에 완전히 편입됐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30일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인수를 마무리했다. 롯데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를 직접 지배하기 위해 올해 5월부터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한 바 있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인수가액은 약 5000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현대로지스틱스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롯데글로벌로지스로 바꾸며 새 출발을 알렸다.

이번 인수로 롯데그룹은 택배뿐만 아니라 3자물류, 항만 등의 부문에서 물류 경쟁력을 끌어올리게 됐다. 롯데그룹으로 편입된 현대로지스틱스의 신용등급은 사상 처음으로 ‘A등급’으로 올라섰다. 한국기업평가는 롯데그룹 물량증가에 따른 사업기반 확충을 반영해 현대로지스틱스의 신용등급을 ‘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동부익스프레스도 새로운 주인을 맞게 됐다. 최근 동원산업은 디벡스홀딩스로부터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100%를 42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동부익스프레스 인수를 통해 동원그룹은 수산, 식품, 포장재에 이어 물류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이밖에 지난해 5월 LG상사에 인수된 범한판토스는 올해 LG전자 물류 자회사 하이로지스틱스를 인수했다. 범한판토스는 합병으로 하이로지스틱스의 육상 운송 노하우와 물류 네트워크를 단숨에 확보했다. 물류센터 규모도 하이로지스틱스의 101곳을 추가해 총 192개의 물류거점을 마련하게 됐다. 올해 회사의 매출 규모도 기존 2조원대에서 3조원대로 웃돌 것으로 예상돼 물류사업 부문 영향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류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기업들의 M&A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서플라이체인247에 따르면 지난해 완료된 M&A 거래 총액은 3년 연속 증가해 총 740억달러의 규모를 기록했다. 올해 M&A 규모 역시 약 730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기업들은 대부분 기존 사업모델을 확대하거나 변형하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M&A가 성장을 넘어 생존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는 더 큰 규모의 인수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도 규모 키우기 대열 합류

해운물류업계의 M&A 흐름은 터미널 운영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몇 년 동안 터미널 운영사들 간의 M&A가 활발히 진행됐다. 선박 대형화로 대형 항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투자은행(IB)과 연기금 인프라펀드들이 신규 먹거리 발굴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은 무역량이 급증하고 있어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GTO)들이 이 지역 터미널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GTO와 기업들이 M&A에 적극 나서는 배경에는 리스크가 작고 저렴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항만 터미널 M&A가 일반적으로 기업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보다 약 8~12배 저렴하게 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터미널 산업이 고수익을 보장하는 점도 M&A가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다. APM터미널 PSA인터내셔널 DP월드와 같은 GTO들은 과거보다 M&A를 통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DP월드는 부산신항 PNC터미널의 지분 매입을 추진 중이다. 현재 PNC터미널의 지분 29.6%를 소유한 DP월드는 삼성물산의 PNC지분 23.9%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분 매입이 이뤄지면 부산항에서 DP월드의 입지는 더 강화된다.

APM터미널은 스페인 터미널을 인수했다. APM터미널은 지난해 9월 스페인의 그룹TCB 지분 100%를 10억달러에 인수해 스페인지역 네트워크 확대에 나섰다. 그룹TCB는 11개의 부두와 터미널 네트워크를 갖고 있으며, 430만TEU를 처리할 수 있는 하역능력을 갖추고 있다.

M&A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모두에서 일어났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동남아시아와 중동지역이 두드러졌다. 동남아시아는 무역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고, 중동지역 항만은 지난해 세계 최고수준의 성장세를 거뒀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의 터미널 운영사인 걸프테이너는 2013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에 위치한 걸프스티브도어링컨트랙팅컴퍼니(GSCCO)의 지분 51%를 매수해 현지 터미널 3개를 운영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터미널 운영사인 일포트는 올해 6월 터키 최대의 액체화물 터미널인 솔벤타스의 지분 전량을 매수했다.

중국은 코스코그룹의 터미널 운영사인 코스코퍼시픽과 항만 터미널 IT기업인 차이나머천트홀딩스인터내셔널(CMHIT)이 지난해 11월 터키 암발리에 위치한 쿰포트 터미널의 지분을 26%씩 각각 매수했다. 국부펀드인 차이나인베스트먼트코퍼레이션도 13%의 지분을 사들였다. 쿰포트터미널의 물동량 처리능력은 184만TEU로 향후 260만TEU까지 공급을 늘릴 예정이다.

선진국은 터미널 운영사 M&A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됐다. 미국 버지니아 노퍽에 위치한 APM터미널은 2014년 매물로 나와 터미널 자동화시설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투자펀드사인 알린다캐피털파트너스(ACP)와 유니버시티슈퍼애뉴에이션스킴(USS)은 APM터미널이 자동화시설로 인건비를 줄인 점과, 인수가가 저렴해 이를 인수했다. 이 터미널은 현재 버지니아인터내셔널게이트웨이로 불리고 있다.

세계 항만업계는 미국 터미널 인수가 향후 최대 수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채산성 악화 선사, 터미널 지분 매각

정기선사들의 터미널 매각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선사들은 실적 악화로 자금압박에 내몰리면서 대대적인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비주력 사업을 줄이고 핵심 사업에 집중함으로써 비용 절감을 노리는 것이다. 특히 전략적제휴그룹(얼라이언스)이 재편하면서, 기항 선사가 수시로 바뀌거나 이탈할 수도 있어 장밋빛 전망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터미널 운영사 입장에서는 얼라이언스 재편이 계속 될수록 고정수입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대상선이 소유하고 있던 부산신항의 현대부산신항만(HPNT)도 마찬가지다. 2M에 합류하기 전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현대상선은 싱가포르 GTO인 PSA 인터내셔널에 HPNT 주식 160만1주를 800억원에 처분했다. 현재 G6 얼라이언스가 HPNT를 기항해 처리실적은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내년 4월부터는 얼라이언스 재편에 따라 현대상선이 2M 얼라이언스와 한 배를 타기 때문에 HPNT는 얼라이언스 유치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영국 해운분석업체인 드류리는 “아무도 2017년에 출범하는 신규 얼라이언스의 향배를 알 수 없어, 터미널 업계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단기·장기적으로 볼 때 신규 터미널 건설과 하역 처리시설 강화에 대한 결정은 어렵다”고 전했다.

덧붙여 “오션, THE, 2M(現 2M+H) 얼라이언스가 2017년에 출범하지만, 얼라이언스는 특정한 사안이 생기면 언제나 재편할 수 있다”며 “터미널 운영사는 얼라이언스로부터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선사들의 터미널 M&A 매물이 내년에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감절벽 ‘한·중·일’ 조선, 대응법 제각각

올해 전 세계 조선업은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운업 불황과 경기침체에 따른 수주량 급감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의 조선 강국들은 변화를 택해야만 했다. 세 국가가 꺼내든 대응책은 모두 달랐다. 우리나라는 조선사들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중국은 합병을 통한 비용절감을, 일본은 기술 노하우 공유로 조선업을 각각 살리기 위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자회사 매각과 설비 감축 등을 잇따라 실시하며 위기대응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은 내년 2개 독(Dock) 가동을 중단하며, 삼성중공업 역시 부유식 독과 해상크레인 각각 1기씩 설비를 감축하기로 했다. 대우조선은 인력감축 규모를 5만5000명으로 확대하고 그 시기를 2018년으로 앞당겼다.

정부 역시 ‘일감절벽’으로 위기에 처한 조선사들 돕기 위해 공공선박 발주를 앞당긴다. 정부는 11조2000억원을 투입, 2020년까지 250척 이상의 선박 발주를 추진하는 ‘조선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조선사들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인력 감축도 두드러지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상반기에만 약 3000여명의 직원들이 대형 조선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에서 각각 1100명 1500명 500명이 퇴사했다.

지속된 구조조정으로 인해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인력도 2010년 이후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에 따르면 지난해 조선·해양 분야에서 근무한 인력은 20만3282명으로 2014년 20만4635명에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2005년 10만4704명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었지만,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로 증가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상선 건조인력이 1만2천여명 감소한 탓에 전체 인원도 쪼그라들었다.
 

조선소 통·폐합 본격화

중국은 구조조정보다는 뭉치기 전략을 택하며 조선업 살리기에 나섰다. 합병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양대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CSSC)와 중국선박중공업(CSIC)을 합병시킨데 이어, 코스코와 차이나쉬핑은 산하 조선소를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은 전 세계 신규 선박의 절반 가량을 건조하는 조선 강국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조선사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탓에 조선소들의 통폐합과 폐쇄소식이 잇따랐다. 올해 순천선박이 파산했으며, 중천중공, 중선중공장비, 저우산욱화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조선사들은 모두 조선업 호황인 2008년에 설립됐다.

이밖에 양자강선창은 비용절감을 위해 자회사를 청산하며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미 수주한 신조선이 대부분 취소되고 일감잔고가 바닥을 드러내며 기업들의 줄도산이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상반기 경쟁력 있는 조선사들만 선정해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화이트리스트’를 발표했다.

1년 동안 신조선 수주, 건조, 인도 등이 없었던 조선소, 2년 이내에 상선을 1척도 인도하지 않은 조선소, 경영 파탄한 조선소 등을 리스트에서 제외된다. 중국 조선의 화이트리스트에는 2014년 9월 51개사가 선정됐으며, 2016년 1월 71개사로 확대됐다.

일본 조선업 상황은 한국 중국에 비교하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일본의 주요 조선소들은 대부분 3~4년분의 일감잔고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이 되면 대부분의 일감이 사라지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주요 조선소들에 비해 수주잔량이 많다.

자국기업의 발주가 잇따르면서 일본 조선사들은 숨통을 틔울 수 있었다. 일본의 나무라조선소와 나이카이조선, 기타니혼조선, 오노미치조선, 오시마조선소, 재팬마린유나이티드는 벌크선 탱커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수주하며 2019~2020년까지의 일감을 확보하게 됐다.

일본은 한국 중국과 달리 각 조선사의 기술 노하우를 한데 모아 경쟁력을 강화한다. 대형조선사인 이마마리조선 오시마조선소 나무라조선소 등이 협력해 한국과 중국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전 세계 수주잔량과 선박 발주량은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1~10월 전 세계 선박발주량은 962만CGT(수정환산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 발주량 3331만CGT의 29% 수준에 그쳤다. 수주잔량 역시 9135만CGT로 11년 만에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일감절벽이 현실화되면서 내년 전 세계 조선사들은 M&A와 구조조정 등에 사활을 걸 계획이다. 이제 조선업계에서도 M&A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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