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12명 구한 이태영 항해사, 국제해사기구 ‘용감한 선원상’ 선정

우리나라 이태영 일등 항해사가 국제해사기구(IMO)의 용감한 선원상을 받는다. IMO는 올해 용감한 선원상(IMO Award for Exceptional Bravery at Sea) 수상자로 이태영 항해사를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태영 항해사는 지난해 11월8일 제주도 비양도 인근 해상에서 전복된 어선 <135금성>호 선원 12명을 목숨을 걸고 구조한 영웅적인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자로 결정됐다. 

사고 당일 새벽 <135금성>호는 갑자기 선체가 기울면서 전복됐다. 선박이 뒤집어지자 일부 선원은 수면 위로 드러난 프로펠러에 매달린 채 구조를 기다렸고 나머지 선원은 강한 조류에 휩쓸려 해상에 표류했다. 

평소 수영을 잘했던 이태영 항해사는 생명을 무릅쓰고 바다에 뛰어들어 구조하러 온 어선에서 던져준 구명환을 물에 빠진 동료들에게 전달하며 구조 활동을 벌였다. 그는 선원들이 모두 구조 어선에 오를 때까지 현장을 지키다 추가 수색 과정에서 물에 떠 있는 심정지 상태의 선원 2명을 함께 구조한 뒤에야 마지막으로 선박에 올랐다.

구조 작업을 마친 그는 제주도 한림항으로 귀환한 뒤 간단한 치료를 받고, 사고 해역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이유로 다시 배를 타고 수색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사고 이후 심각한 심리적·육체적 충격을 겪은 그는 현재 심신을 다시 회복하고 어선에 승선해 조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항해사의 살신성인은 <금성>호 옆 줄잡이 배에 탑승했던 선원이 목격담을 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소식을 접한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선원노련)은 지난 2월 열린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전국선망선원노동조합 조합원인 이태영 항해사에게 공로상을 시상했다. 

연맹은 아울러 이 항해사의 활약상을 국제사회에 알리고자 국제운수노련(ITF)을 통해 IMO에 추천서를 제출했고 IMO는 지난 7월11일 열린 제134차 이사회에서 그를 용감한 선원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24개 회원국과 1개 비정부기구에서 추천한 총 60건의 후보 중 본상 수상자는 이 항해사가 유일하다. 

IMO 용감한 선원상은 2007년 제정된 이래, 매년 생명을 구하거나 해양환경 보호를 위해 특별한 용기를 발휘한 개인 또는 단체에 수여되고 있다. 2011년에는 아덴만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에서 보여준 용기 있는 행동을 인정받아 석해균 선장이 이 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영국 런던에 위치한 IMO 본부에서 열릴 예정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