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29 09:21

여울목/ ‘컨’ 하역료 인가제 신중한 접근 필요하다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서용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일명 ‘컨테이너 하역료 인가제’ 법(항만운송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해 12월30일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했으며 현재 법사위 상정을 앞두고 있다. 터미널운영사들은 인가제가 도입될 경우 부산항의 컨테이너 하역료가 현재보다 2만~3만원가량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 북항의 하역요금은 6만5천원에서 7만원대까지 인상될 전망이다.

컨테이너 하역료 인가제 전환을 두고 사용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국내 외항선사단체인 한국선주협회는 인가제 전환에 대한 대응을 올해 사업계획에 포함시켰다. 1월 중순께 국내 컨테이너선사 사장단이 긴급 회동해 인가제 전환 문제를 집중 숙의한 것에서 사안의 중대성을 엿볼 수 있다.

선사들은 하역료 인가제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우선 인가제가 시장경제체제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가제가 도입될 경우 자유경쟁을 제한하게 돼 완전경쟁시장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해운사들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자유경쟁 도입을 위해 지난 1999년 인가제였던 하역료 체계를 신고제로 전환한 바 있다.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사들의 부담이 늘어나고 수출입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선사들은 ‘벼랑 끝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국내 양대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막대한 재정난으로 신음하고 있으며, 근해선사들도 지난해 동남아항로의 운임 붕괴로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반면 인가제 전환으로 이득을 보게 될 항만물류기업들은 대부분 매년 흑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2년 기준으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부산항에서 157만개와 130만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했다. 하역료가 2만원씩만 오르더라도 300억원 안팎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부산항에서 100만개 75만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고려해운과 흥아해운은 각각 200억원 150억원의 비용을 새롭게 떠안아야 한다. 화주들에게 비용을 떠넘길 경우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인가제가 전국 컨테이너부두에서 일괄적으로 적용되기에 선사나 화주들이 느낄 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환적화물 감소도 인가제 전환 이후 걱정해야 한다. 그동안 부산항은 동북아허브항 정책을 기반으로 환적화물 유치에 명운을 걸어왔다. 지난해 부산항에서 처리한 컨테이너 1767만TEU 중 환적화물은 절반인 875만TEU에 이른다. 인가제 도입으로 외국적선사들이 환적 거점을 다른 항구로 옮길 경우 부산항의 실적이 크게 악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발의 목소리는 제도 도입과 함께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시장경쟁체제에 역행하는 제도인 만큼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인가제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일몰제를 도입해 인가제의 적정성을 주기적으로 검토하는 장치를 확보한다든지, 서비스공급자와 사용자 정부가 함께 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요율 산정에 공정성을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가제 전환은 법안을 대표 발의한 서용교 의원을 비롯해 김무성 서병수 의원 등 부산 지역 정치인들에 의해 주도됐다. 전체 물류시장 발전보다는 지역구 챙기기 차원에서 제도 도입이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하역료 덤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은 부산 북항과 광양항 뿐이다. 이들 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항만에 인가제를 도입하는 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쓴소리에 정부와 정치권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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