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가 만사”란 말이 있다. 좋은 인재를 잘 선택해 적재적소에 배치해 일하게 하는 것이 모든 일을 잘 풀리게 하는 순리라는 뜻이다. 모든 지도자들이 인사를 두고 가장 큰 고민을 하는 이유다. 이번 윤진숙 장관의 경질은 인사가 만사란 말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었다.
윤 장관은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와도 같았다. 해양수산부 부활을 앞둔 지난해 2월 윤 장관이 내정됐을 당시 해양산업계 관계자들은 뜻밖의 인사에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해수부가 성공적으로 부활하기 위해 해운을 비롯해 해양, 수산분야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정치적 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무게감 있는 인물이 장관으로 선임되기를 기대한 까닭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양본부장 출신의 윤 장관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기에 믿을 만한 인물인지, 잘 한 인사인지 의구심을 나타낸 것은 물론이다.
우려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더욱 커졌다. 의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윤 장관의 모습에서 해양산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윤 장관 스스로도 인사청문회 때 불거진 자질 논란에 발목을 잡혀 해양부처 수장으로서의 운신에 어려움을 겪었다. 장관 취임 이후 언론에 노출되는 걸 꺼린다는 얘기가 해수부 안팎에서 회자됐다. 각종 언론에서 칠한 윤 장관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해수부에까지 덧칠해져 각종 정책 추진을 어렵게 했다. 선박금융공사나 해운보증기금 설립 등 해운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지원대책들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해수부 부활 이후 지난 10개월간 결과물이 없었던 건 아니다. 공교롭게도 윤 장관 퇴임식 날 준공된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와 지난해 성공한 북극항로 시범운항은 해양통합부처의 존재가치를 입증하기에 충분한 성과였다. ‘수산물 유통구조개선 종합대책’을 통해 수산업의 위상을 한 단계 발전시킨 점도 평가할 만 하다. 윤 장관이 부활한 해수부 초대 장관으로서 나름의 리더십을 보여준 사례지만 부정적인 이미지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했다.
윤 장관 후임으로 4선 관록의 이주영 의원이 내정됐다. 윤 장관이 퇴임식을 마친 지 4시간 만에 이뤄진 신속한 인선이었다. 전문가형 장관 인선 전략으로 큰 실패를 맛 본 박 대통령이 180도 방향을 틀어 새누리당 내에서 원내대표 후보로 나설 만큼 중량감 있는 정치인을 해수부 수장으로 앉힌 것이다. 해양산업계의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한 인사로 볼 수 있다.
이주영 내정자는 해양수산 경력이 전무한 정치인 출신 장관이라는 선입견을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바다에서 미래 비전과 국부를 창출하는 정책을 개발하고 이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탁월한 정치력과 행정력을 발휘하는 것이 기대에 부응하는 유일한 해답이다. 이를 위해선 해운과 해양산업에 대한 깊은애정과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많은 해수부 장관 출신 인사들이 모여 해양통합부처 부활에 한 목소리를 냈다. 퇴직 후에도 해수부 장관 출신이었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우리나라 해양산업 발전에 헌신하겠다는 신념을 가졌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판사 출신 정치인인 이 내정자도 바다에 대한 애정과 관심, 해양산업에 대한 거시적인 안목과 통찰력을 갖추고 장관직에 임할 때 비전문가의 한계를 극복하고 산적한 해수부의 정책 현안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해운계는 국내 해운사들의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 지원에 정책 초점을 맞춰 줄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해운보증기금 설립을 비롯해 영구채 발행 등 금융당국의 협조를 끌어 내야 하는 각종 해운 지원 정책 추진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후임 장관이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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