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8 09:06

판례/ 크레인 추락사고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6.14일자에 이어>

사건의 내용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은 광양항 컨테이너 부두의 관리자 겸 크레인 소유자인데 2011년에 청산됐다. 피고 여수광양항만공사(“항만공사”)는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의 권리의무를 승계했다. 피고보조참가인 중국 회사 대련중공기중은 피고 항만공사에게 크레인 8대를 449억원에 납품했다. 피고 씨▣이대◑통운(‘하역사’)은 피고 항만공사로부터 컨테이너부두를 전대 받고 크레인을 임차해 사용했다.

덴마크 해운회사인 원고 머◑◑(‘선사’)는 2005년에 하역사와 터미널이용계약(준거법은 영국법)을 체결했다. 원고 선사가 용선한 선박은 2007년 10월 20일 광양항에 입항했고, 하역사는 컨테이너 양륙작업을 마쳤다. 같은 날 하역사 소속 운전기사는 선박이 출항하도록 양륙작업에 사용한 크레인 3대의 붐대를 원위치로 들어올리다가 붐대가 선박 위로 추락했다.

붐대 와이어로프 이탈장치 간의 간극이 5밀리여야 하는데 실제는 16밀리였다. 그 결과 와이어로프가 튀어올라 지속적 손상을 입고 끊어졌다. 그리고 한 쪽의 와이어로프가 끊어졌을 때 다른 쪽 와이어로프를 고정시켜 붐 추락을 방지하는 균형 클램프에도 하자가 있었다. 게다가 와이어로프 처짐 센서가 작동했더라면 와이어로프가 끊어지는 사고를 막을 수 있었는데 작동하지 않았다.

원고 선사는 자신이 운항하던 다른 선박 3척에 컨테이너를 환적해 화물 운송을 마쳤다.

원고 선사의 주장
피고 하역사는 터미널이용계약에 따라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 항만공사는 크레인 관리의무를 소홀히 한 불법행위책임이 있다. 피고 하역사와 피고 항만공사의 채무는 부진정연대채무다.

서울고법 판결의 내용
1. 와이어로프 이탈장치와 균형 클램프의 하자는 크레인 자체의 하자이고, 로프처짐 센서의 하자에 대해는 하역사가 관리소홀로 인한 과실책임을 진다.
크레인을 시운전한 2007년 6월 1일에는 로프처짐 센서가 정상 작동했다.
2. 피고 하역사의 책임 
(1) 피고 하역사는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선주인 원고 선사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하역사는 크레인의 하자가 있었으므로 하역사의 책임은 30% 정도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터미널 이용계약 제4조는 “하역사는 원고 선사의 동의 하에 종속계약(하도급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하역사는 종속계약을 근거로 이 계약 하에서의 의무를 면하지 아니한다” 라고 규정한다.
하역사가 피고 항만공사와 크레인 임대차를 포함해 전용부두 전대계약을 체결한 것은 터미널이용계약을 이행하기 위한 종속계약이다. 터미널 이용계약 제4조에 따라 하역사는 항만공사의 과실을 이유로 원고에게 책임 감면을 주장하지 못한다.
(2) 피고 하역사의 손해배상 범위는 다음과 같다. 
1) 용선료: 사고가 발생한 2007년 10월 20일부터 수리가 완료된 11월 13일 (실제 출항일은 11월 23일이었음)까지 24일간 선박을 사용하지 못했으므로 24일 x 일 용선료 23,000불 = 57만불.
2) 선체 수리비: 36만불 
3) 컨테이너 손상: 전손된 컨테이너 7대의 자산가치 6만불 + 파손된 컨테이너 5대의 수리비 6천불 = 66,000불 
4) 수리기간 중 선박 연료비: 29만불 
5) 컨테이너 내 화물 폐기비용: 폐기물 처리비 1,870만원 - 고철 가격 210만원 = 1,660만원 
6) 선원들 초과수당 3,300불: 선박이 파손된 것은 비정상적 상황이고 선원들이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초과근무한 것은 합리적이어서 초과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있었다. 
7) 선박관리회사 수수료 15,000불: 선박관리회사는 선박 수리업체를 수배하고 수리작업의 적정성을 감독하며 수리완료 후 청구된 금액을 지급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8) 검정조사 비용: 상대방이 사고 원인을 다투는 경우 검정조사 비용은 손해배상 의 대상이다.
원고는 로이드 선급협회에 12,000불, 협성검정에 15,000불, 아ㅇ검정에 500만원을 지급했다. 
3. 피고 항만공사의 책임 
크레인 소유자인 항만공사는 크레인을 하역사에 임대하면서 크레인이 정상 작동하며 구조에 이상 없는지 등 하자 여부를 검사해 사고방지를 예방할 주의의무 가 있었는데 이를 다하지 않았다. 따라서 크레인이 추락한 사고로 인한 원고 선사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피고 항만공사는 ① 피고 항만공사에는 크레인을 조사할 인적 물적 조직이 없었다. ② 크레인 설치 후 한국선급엔지니어링의 검사를 받아 검사필증을 받았으므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하나, 그것만으로는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힘들다.
4. 피고 하역사와 피고 항만공사는 부진정연대채무를 진다. 
부진정연대채무의 경우, 여러 채무자가 동일한 내용의 채무에 관해 독립해 전부의 급부를 이행할 책임을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연대채무와 동일하다. 따라서 채무자 중 한 사람이 채무를 지급하면 모든 채무자의 채무가 소멸된다. 
그러나 채무자 사이에 주관적 관련성이 없으므로 채무자 중 한 사람에 대해 생긴 사유는 변제 등 채권의 목적을 달성하는 사유 이외에는 다른 채무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즉 채권자가 한 채무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받을 권리를 포기하거나 채무를 면제한다 해도 다른 채무자에게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평석
크레인이 선박 위에 추락해 생긴 사고에 대해 부두 관리자이며 크레인 소유자인 항만공사와, 부두 및 크레인의 임차인인 하역사가 선박회사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 사건이다. 사고의 근본적 원인은 크레인의 하자 때문이므로 선박회사의 손해를 배상한 후 항만공사와 하역사는 하자 있는 크레인을 공급한 대련중공기중에 대해 클레임을 제기해야 할 것이다. 불의의 추락 사고로 인해 컨테이너선과 적재돼 있던 컨테이너 화물이 손상돼 선박 수리를 한 경우, 선박회사가 귀책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손해의 종류와 범위를 자세히 설명한 점이 특기할 만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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