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14 17:27

여권법 위반 해외취업선원 무죄 판결

항소심, 외항선박 특수성 인정
▲전국선박관리선원노조 박성용 위원장(왼쪽)과 해외취업선원 이재호씨

지난 2일 부산지방법원 354호 재판장, 오랜 세월을 성실하게 바다에서 일해 온 한 선원이 초조한 기색으로 앉아 있었다. 이어서 들려온 판사의 한마디, “피고인의 무죄를 선고한다.” 약 2년 가까이 선원을 괴롭혀온 억울한 누명이 벗겨지는 순간이었다.

사건의 당사자는 싱가포르 선주의 선박에 승선해 일하던 중 해당 선박이 외교부에서 지정한 여행금지국가인 예멘에 입항했다는 이유로 여권법 위반으로 고발됐던 해외취업선원 이재호씨 이야기다.

우리나라 여권법에 따르면 외교통상부 장관은 천재지변·전쟁·내란·폭동·테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국외 위난상황(危難狀況)으로 인해 국민의 생명·신체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국민이 특정 국가나 지역을 방문하거나 체류하는 것을 중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기간을 정해 해당 국가나 지역에서의 여권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방문·체류를 금지할 수 있다.

다만 영주(永住), 취재·보도, 긴급한 인도적 사유, 공무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목적의 여행으로서 외교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여권의 사용과 방문·체류를 허가할 수 있다. 현재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이라크,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예멘, 시리아 등이다.

문제는 선원의 경우 화물의 이동 경로와 목적에 따라 전 세계를 이동하기 때문에 사전에 방문국을 예측하기 힘들고 한번 해상근무를 시작하면 정보를 취득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만약 예멘을 방문할 것을 사전에 알았고 예멘이 외교부가 고시한 여행금지국가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더라도 해상근무 기간 중에 여행허가서를 신청하고 발급받는 데에는 현실적 문제가 따를 수밖에 없다.

이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국내 선박관리회사가 관리하는 싱가포르 선주의 선박에서 근무하던 중 지난 2012년 12월10일 화물의 하역작업을 위해 선주의 지시에 따라 예멘 아덴항에 입항했다. 하역기간 중에는 선박을 벗어나 예멘 땅에 단 한 발자국도 내딛은 적이 없지만 선박의 입출항 절차상 입국처리가 됐다. 예멘 법무부에서 승선해 여권에 입·출항을 확인 날인한 것이다. 물론 예멘이 여행금지국가이고 사전에 정부로부터 여행허가서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정당한 허가절차를 받지 아니하고 방문해 체류함으로써 여권의 사용제한을 위반했다”는 사유로 2013년 11월 13일, 부산지방법원으로부터 100만원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씨는 “해당국가로의 방문은 업무상 어쩔 수 없이 갔던 것뿐이지 개인적인 여행을 갔던 것이 아니었다.”며 국선변호인을 통하여 부산지방법원에서 1심 공판을 받았으나 벌금 50만원으로 감형되는데 그쳐 이 억울함을 해결하고자 소속된 전국선박관리선원노조를 찾았다.

이씨의 억울한 사정을 알게 된 노조는 먼저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린 부산지방법원에 이 씨의 무죄를 주장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고발 업무를 시행한 외교통상부를 상대로 고발취하요구서 등을 제출하며 수차례 항의방문을 했다. 이어 해당 법령의 개정을 위하여 국회 및 해양수산부 등을 수차례 방문하여 조합원의 억울함과 선원의 특수한 상황에 대하여 소명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후 1년여가 지나고 이미 1심 판결이 정해진 상황에서 모든 것을 처음으로 돌리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었다. 노조는 먼저 조합원이 경제 활동을 위해 다시 승선할 수 있도록 지원한 뒤 조합원의 억울함을 해결할 증거를 모으며 새로 선임된 국선변호사와의 정보교류를 통해 새로운 관점의 탄원서 등을 추가로 제출하기 시작했다.

그 꾸준한 노력의 결과로 사건 발생 2년여 만인 지난 2일 조합원 이씨의 억울함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이날 약식명령 및 1심과는 달리 무죄를 선고한 부산지방법원 형사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은 선박이 예멘 아덴항에 입항할 때 예멘이 방문 및 체류가 금지된 국가나 지역으로 고시됐음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또, 피고인이 이를 인식했다고 하더라도 선박의 기관사로 근무하고 있던 피고인에게 항해 중 관계법령에 따라 여권사용에 관해 정당한 허가절차를 받거나 예멘 아덴항으로의 입항을 거부하고 중도에 하선할 것을 기대할 수 없고, 비록 입항 시 여권이 사용됐으나 선박이 예멘에 머무는 약 3일 동안 피고인에게 상륙허가증이 발급되거나 피고인이 선박에서 하선해 예멘을 방문하거나 체류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한다” 고 했다.

이재호씨는 항소심 판결 후 선박관리선원노조 사무실을 찾아 “처음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날에는 지금까지 그저 성실히 배를 탔던 사실밖에 없는데 그 결과로 전과자가 되었다는 생각에 너무 억울했었다. 하지만 감정만이 앞섰을 뿐 나를 이해하고, 나의 편에서 함께해 줄 사람이 없어서 너무 막막했다. 그래도 늦게나마 조합을 만나고, 조합의 적극적인 대처 덕분에 이 억울한 누명을 벗게 돼 너무나도 고맙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사건을 해결한 선박관리선원노조 박성용 위원장은  “선원은 선박에 한번 승선하면 화물의 이동에 따라 전 세계를 가야 하는데 어디를 갈지 미리 예상하기도 힘들고 본인의 의사로 바꿀 수도 없는 점, 육상의 각종 정보를 바로 받아볼 수 없는 점 등 선박근무의 특성을 고려해 현행 여권법은 개정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가 개선되기 전까지는, 우리 선원이 불필요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선주 및 관리회사가 선원 관련 업무 시 각별히 신경 써 주시기 바란다. 또, 우리나라가 세계 5위의 해운국이 되고, 우리나라 선원 출신이 국제해사기구(IMO)의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국가 위상을 고려할 때, 선원직업에 대한 몰이해로 선원을 범죄자 취급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 노동조합은 꾸준히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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