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릿수로 고꾸라졌던 남미서안향 운임이 한 달 만에 네 자릿수로 반등하는데 성공했다. 부진했던 수요가 소폭 회복됐고, 선사들이 자발적으로 선복 감축에 나선 덕분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15일 현재 한국발 남미서안향 운임은 TEU(20피트 컨테이너)당 1000달러 중반대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발 물량이 쏟아지는 가운데, CMA-CGM APL 코스코 에버그린이 컨소시엄을 맺고 있는 ‘ACSA’가 블랭크세일링(임시결항)에 나서면서 공급이 부족해지자 운임이 강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남미서안향 운임은 400~500달러대까지 폭락했었다.
한 선사 관계자는 “이번 달 중순에 남미서안향 서비스 한 항차가 임시결항에 나서면서 공급이 크게 줄어든 데다, 멕시코향 자동차물량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면서 선박 가득 화물이 실리고 있다”며 시황 개선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해운업계는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에 대응해 EBS(긴급유류할증료) 카드를 꺼내들었다. 선사들은 화주들에게 수취하는 BAF(유류할증료)와는 별개로, TEU당 50~60달러의 긴급유류할증료를 걷고 있다. 일부 선사는 7월부터 유류할증료를 수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소석률(화물적재율)은 100%를 기록하고 있다.
카리브향 서비스도 공급 줄이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발 카리브향 운임은 2000달러선을 넘나들고 있다. CMA CGM과 머스크라인이 카리브향에 한 항차씩 임시결항에 나선 효과로 운임이 높게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공급 줄이기에 힘입어 화물적재율은 100%를 달성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남미동안 지역은 전월과 비슷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6월8일자 상하이발 브라질 산투스향 운임은 TEU당 199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2100달러대와 1600달러대를 오르내린 이 항로 운임은 이달 들어 선사들의 잇따른 인상 노력으로 2000달러선을 중심으로 등락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경기 불안으로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중국발 선복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발 남미동안향 운임은 1600~190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남미동안도 긴급유류할증료 걷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유류할증료 규모는 서안과 동일하다.
화물적재율은 100%를 이루고 있지만 선사들은 만족하지 못한 모습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적재율이 100%를 기록하고 있지만 예전 같지 않다. 지난해에는 선적할 공간이 부족해 선적예약을 이월시키는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올해는 선적을 미룰 필요가 없어졌다. 선복부족에 대한 압박감이 덜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해 아시아-남미동안 항로가 상당한 수익을 거두면서, 싱가포르계 선사 PIL은 지난 2월부터 남미동안에 4000TEU급 미만의 클래식파나막스급 선박 5척을 격주로 배선하는 신규 서비스 ‘SSA’를 개시했다.
영국 해운분석기관 드류리는 PIL의 시장 진출로, 3월 아시아발 선복량은 전년 동월 대비 3%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드류리는 “지난해 남미동안지역의 수요가 상당했지만 이 노선에 서비스 중인 11개 선사는 2년 동안 3개의 공동운항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쳤다”며 “PIL의 신규서비스를 긍정적으로 전망한다”고 평가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