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한국선급 이영석 사업본부장, 김명식 경영기획본부장, 이형철 회장, 윤부근 검사본부장, 김연태 기술본부장, 김대헌 연구본부장 |
창립 62년 만에 등록톤수 8000만t(총톤)을 달성한 한국선급(KR)의 이형철 회장이 2025년까지 1억t을 달성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한국선급은 10일자로 HMM의 15만t급 초대형 유조선(VLCC) <지퓨처>(G. Future)호를 유치하면서 등록톤수 8012만t(총톤)을 기록, 올해 목표인 8000만t을 두 달 앞서 조기 달성했다. 1962년 4875t(2척)으로 출범한 뒤 62년 만에 등록톤수를 1만6400배 늘렸다.
이형철 회장은 8000만t 달성을 기념해 연 기자간담회에서 해외 선사들의 높은 신뢰가 목표 달성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 3년 만에 1200만t이 늘었다. 늘어난 선박의 55%인 650만t이 외국 선사 선박”이라며 “해외 선사들 사이에서 한국선급의 신뢰도가 높다는 걸 방증하기에 의미가 깊다”고 평가했다.
한국선급은 창립 25년째인 1987년 1000만t을 넘어선 뒤 2001년 2000만t, 2008년 3000만t을 잇따라 달성했다. 2012년엔 일류 선급의 가늠자로 평가받던 5000만t을 넘어선 데 이어 사상 최초로 1년 만에 1000만t을 유치하며 2013년 1월 6000만t을 돌파했다.
하지만 이후 정체기에 진입했다. 해운 불황이 장기화된 데다 2016년 최대 고객이었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심각한 선박 이탈을 경험했다. 6000만t에서 7000만t으로 나아가는 데 무려 7년이 걸린 이유다. 하지만 방황은 길지 않았다. 7000만t을 달성한 지 2년 반 만에 다시 8000만t을 신고했다.
이형철 회장 임기동안 7000만·8000만t 연속 돌파
이로써 2019년 12월 취임한 이형철 회장은 임기 동안 7000만t과 8000만t을 잇달아 달성한 토종 선급단체의 수장이 됐다. 그는 한진해운 사태 당시 어려웠던 상황을 회고했다.
“2016년 말 6900만t에서 2년 연속 등록선대가 줄었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등록 선대를 확충하려고 노력했지만 해운 불황기가 오면서 신조선 발주량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더욱이 가장 큰 고객인 한진해운이 도산하면서 이 선사 선박이 대거 해외로 매각됐다. 이탈을 막아보려고 애썼지만 결국 절반의 선박이 해외 선급으로 넘어갔다.”
이 회장은 임기 동안 등록톤수 확대가 가장 큰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제가 회장으로 취임한 뒤 등록톤수 1억t을 목표로 설정했다. 등록선박을 늘리지 않고선 KR가 성장할 수 없다. 규모를 키워야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검사수수료를 올려서 매출을 늘리는 건 불가능하다. 고객사의 환경도 어려워지고 선급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를 못올린 지 10년이 넘었다.
8000만t을 달성한 만큼 다음 목표인 1억t을 실현하고자 임직원과 더욱 열심히 뛰겠다.”
그는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당초 올해 목표를 7800만t으로 정하려고 했던 뒷얘기도 꺼냈다. 지난해 말 7600만t에서 올 한 해 200만t만 더 늘린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어려운 길을 선택한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직원들을 독려하고 해외 영업망을 활성화하는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10개월 사이에 400만t을 확장할 수 있었다.
“실무진에선 올해 목표를 7800만t으로 정하자고 했지만 내가 8000만t으로 과감하게 잡았다. 목표를 높게 정해야 직원들을 독려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았다. 등록톤수 확대는 신조선과 현존선을 유치하는 방법이 있는데 매년 가져오는 선박톤수와 이탈하는 선박을 더해 보면 100만t 정도 마이너스더라. 올해는 신조 잔량이 230만t밖에 되지 않아서 400만t을 늘리는 데 굉장히 어려움이 컸다.
그런데 높여 잡은 목표를 너무 빨리 달성해서 제 자신도 깜짝 놀랐다. 직원들이 한 걸음 더 움직이고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이 회장은 해외 선사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영업 전략을 소개했다. 주요 해운 거점에 영업 조직을 구축하는 한편 등록 선박이 팔리면 매입한 선사를 찾아가 맞춤 영업을 벌여 실적 이탈을 막았다.
“해외 선사 영업을 강화해야 한국선급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독일에서 영업인력을 채용했고 싱가포르에서도 현지 인력을 뽑아서 영업을 강화했다. 중국에선 전담팀을 만들었다. 해외 시장의 목표를 제시하고 신규 영업을 독려했다. 성과를 이뤄내야 한다고 계속 말했더니 실제로 좋은 결실을 맺었다.”
공직유관기관 지정으로 경쟁력 제고 어려워
이 회장은 등록톤수의 빠른 확대와 환율 효과에 힘입어 당초 1370억원을 목표로 정했던 매출액도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는 성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매출액이 환차익으로 1500억원을 훌쩍 넘을 거 같다. 제가 회장에 취임한 첫 해 1560억원이었는데 이 실적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25년 목표인 등록톤수 1억t과 매출액 2000억원 중 매출액 목표 달성은 힘들 것으로 봤다.
“등록톤수 1억t이면 매출액이 650억원 정도 된다. 여기에 350만~400만t의 신조선을 수주하면 450억원의 매출을 추가로 낼 수 있다. 이 밖에 연구소에서 200억원, 함정 ISO 등의 사업에서 100억원의 수입을 벌어들인다. 이들을 모두 더해도 1400억원 정도밖에 안 된다. 갈 길이 멀다.”
이 회장은 내년 시행되는 탄소 배출 규제에 대한 준비 상황을 묻자 “한국해운이 탄소 규제에 전혀 준비가 안 된 거처럼 보도되는 걸 보고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국내 해운사들이 탄소 규제에 엄청난 연구를 하고 준비를 하는 걸로 안다”며 “한국선급도 탈탄소 전담조직을 만들고 맥넷을 이용해서 웹세미나를 자주 열어서 선사들이 규제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국정감사 피감기관으로 지정된 데 대한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디지털 전환이나 경쟁력 있는 신입사원 채용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공직 유관단체로 지정되면서 직원 한 명을 뽑는 데도 모든 절차를 외부에 위탁해야 해 4개월이 걸린다.
한국선급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0%밖에 안 된다. 90%를 아무런 제약 없이 해외 선급에서 가져 간다. 국감에서도 우리가 해외 선급과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8000만t 달성 감사패를 받은 김규봉 HMM 해사총괄은 “저희 선박이 한국선급과 업무적으로 협력하면서 좋은 결실을 맺었다”며 한국선급의 성장을 축하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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