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올해 4월, 2020년 적용 화물자동차 안전운임고시(이하 ‘이 사건 고시’)상 “환적 컨테이너”가 모법인 화물자동차법 제5조의4 제2항(이하 ‘모법 규정’)의 “수출입 컨테이너”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판단하여, 제2심인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불복한 국토교통부의 상고를 최종 기각 판결한 바 있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두61079 판결).
그리고 국토교통부는 2022. 7. 1. 위 대법원 판결에 따라 2022년 환적 컨테이너의 운임을 안전운임에서 삭제하였다.
실제 운송거래에서 환적 컨테이너 처리량은 수출입 컨테이너의 처리량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위 판결은 해운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고에서는 독자들에게 법원의 위 판단에 대한 이유를 소개드리고자 한다. 화물자동차법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건전하게 육성하여 화물의 원활한 운송을 도모함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화물운송시장에서 낮은 운송운임이 고착화되어 화물차주가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하는 현상이 생기자, 화물차주 등으로 구성된 화물연대는 대규모 집회를 하고 집단적으로 운송을 거부하는 등 사회적 관심이 커졌고, 여러 논의 끝에 국회에서 화물자동차법 제5조의2 내지 8을 신설하여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를 도입하였다.
구체적으로 모법 규정은 피고가 매년 10. 31.까지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다음연도에 적용할 안전운임을 공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항은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의 공표 방법 및 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였다. 같은 법 시행령 제4조의7 제2항은 피고가 안전운임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을 관보에 고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 문제가 된 이 사건 고시에 특수자동차로 운송되는 수출입 컨테이너 품목 안전운임 항목으로 “환적 컨테이너” 운송에 대한 안전운임이 규정되어 있어 이 사실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였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것이다.
특정 고시가 위임의 한계를 준수하고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법률 규정의 입법 목적과 규정 내용, 규정의 체계, 다른 규정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고, 법률의 위임 규정 자체가 의미 내용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여 위임의 한계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도 고시에서 문언적 의미의 한계를 벗어났다든지, 위임 규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의 의미를 넘어 범위를 확장하거나 축소함으로써 위임 내용을 구체화하는 단계를 벗어나 새로운 입법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이는 위임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5두51132 판결 참조).
우선, 법원은 입법자가 정부의 자의를 배제하기 위하여 그 적용대상인 운송품목을 법률로서 엄격하게 제한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해당 판단의 근거로 제시하였다.
그리고 법원은 모법 규정은 국토교통부가 안전운임의 액수를 결정하여 공표할 수 있도록 그 권한을 위임하고 있을 뿐이고 국토교통부가 운송품목인 수출입 컨테이너의 의미에 관하여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지 않은 점, 수출입 컨테이너는 수출이나 수입을 위하여 국내에서 국외로 또는 국외에서 국내로 운송되는 컨테이너를 의미하는 데 반하여, 환적 컨테이너는 입국 또는 입항하는 운송수단에서 출국 또는 출항하는 운송수단으로 물품을 옮겨 싣기 위하여 운송되는 컨테이너를 의미한다는 점, 관세법, 해운법, 대외무역법, 지방세법 시행령 등 다른 법령 규정에서 수출과 수입, 환적을 다른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는 점 등도 상고 기각 판단의 근거로 제시하였다.
모법 규정이 입법되는 과정에서 화물차주의 이익과 화물업계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된 만큼 운임제의 대상인 운송품목에 대하여는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하여 직접 규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사료되며, 모법 규정에서 “수출입 컨테이너”로 입법된 이상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할 것이 아니라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다른 운송품목을 고시로 규정하는 것은 위임의 한계를 일탈한 새로운 입법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필자는 법원의 위 판결에 동조한다. 나아가 이번 법원 판결을 계기로, 수출입 컨테이너 등 안전운임제의 적용 여하에 따라 해운업계의 운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사실이 직간접적으로 확인되었으므로, 국토교통부도 다시 해운업계의 의견을 새로이 청취할 수 있는 안전운임제에 관한 논의의 장과 개선책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사견이다.
▲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 경험을 쌓았다. 배에서 내린 뒤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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