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6 09:10

알기 쉬운 해상법 산책/ 선박 가압류 후 어느 국가에 소송 제기해야 하나

법무법인 세경 최기민 변호사


선박 가압류(Ship Arrest). 해운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본 단어일 것이다. 특히 선박을 소유하고 있거나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공포스러운 단어 중 하나다. 선박은 상행위나 영리를 목적으로 항해에 사용되어 선박소유자 등의 영업 활동의 기초가 되므로, 그 선박이 가압류되어 사용하지 못하거나 처분에 지장을 받게 된다면 그로 인한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권자가 선박을 가압류하거나 가압류를 하려는 의사를 보인다면, 선박소유자 등(채무자)은 후속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부득이 해방공탁금을 납부하고 가압류된 선박을 출항시키든가, 채권자와 곧바로 협상을 시작하든가, 아니면 채권자에게 보증인의 보증장(Letter of Undertaking)을 제공함으로써 조속히 가압류를 풀거나 가압류 시도를 무마시키려 한다. 이러한 이유로 채권자에게 선박은 매력적인 가압류 대상이다.

그런데 선박의 가압류만으로는 채권자가 자신의 채권에 만족을 얻을 수 없다. 보전처분에 해당하는 가압류를 통하여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나중에 집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집행 재산(선박 또는 해방공탁금 등) 또는 보증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채권자는 선박소유자 등 채무자를 상대로 다시 본안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

채권자가 외국 법인 소유의 선박을 가압류한 경우에 채권자는 어느 국가에 본안소송을 제기하여야 할까. 실무상 채권자가 채무자의 선박을 가압류하거나 가압류 의사를 보이면 채무자의 보증인(예컨대 선주상호보험조합; P&I Club)이 보증장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국제재판관할을 합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대한민국 법원을 재판관할로 하겠다는 문구를 보증장에 삽입하는 것이다. 선박소유자 등 채무자와 그 보증인은 비록 그들이 외국 법인이라고 하더라도 선박의 가압류로 인한 손해를 피하기 위하여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이러한 국제재판관할 합의 문구에 동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라면 합의된 국가의 법원에 본안소송을 제기하면 될 것이다.

문제는 보증장의 제공 등을 통한 국제재판관할 합의가 없는 경우이다. 채무자인 외국 법인이 소유하는 선박이 대한민국에 기항한 경우 채권자가 그 선박을 가압류한 다음에 그 선박과 관련이 있는 사건인지 여부를 묻지 않고 대한민국 법원에 채무자를 상대로 본안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문제된다. 참고로 우리 해운 실무에서는 선박 가압류를 통해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이 창설된다는 이유로 대한민국 법원에 본안소송을 제기하는 관행이 있는데, 이러한 해운 실무 관행이 적법한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러한 실무 관행이 적법하지 않다고 보는 견해도 많다. 우리 법원은 이러한 관행의 적법성에 대하여 확립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직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아 소개하기에는 조심스럽지만, 필자의 사무실이 진행하고 있는 사건 중에는 채권자인 파나마 법인이 채무자인 중국 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선박을 부산에서 가압류한 다음 부산지방법원에 본안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있는데, 국제재판관할의 유무에 대한 1심 법원과 2심 법원의 판단이 서로 갈렸다.

그런데 작년에 국제사법이 개정되면서 이러한 관행을 반영하는 규정이 신설되었다(2022년 1월4일 전부 개정되어 2022년 7월5일 시행된 법률 제18670호). 즉 개정 국제사법 제90조는 “선박소유자 등에 대한 선박 또는 항해에 관한 소는 선박이 압류 등이 된 곳이 대한민국에 있는 경우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약어(略語)를 정의하는 내용이 동법 제89조에 있어서 두 규정을 함께 읽어야 한다. 이를 풀어보면 “선박 소유자·용선자·선박 관리자·선박 운항자, 그 밖의 선박사용인에 대한 선박 또는 항해에 관한 소는 선박이 압류 또는 가압류된 곳(압류에 갈음하여 담보가 제공된 곳을 포함한다)이 대한민국에 있는 경우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다.

개정 국제사법 제90조는 선박의 가압류를 통하여 국제재판관할을 창설하고자 하는 국제적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고 영미법상의 대물소송(action in rem)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을 우리도 받아들인 것이다. 편의치적이 널리 이용되고 있는 오늘날, 선적국(port of registry)만을 중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반영된 것이다.

개정 국제사법 제90조에 의하면 외국 법인 소유의 선박을 대한민국에서 가압류한 다음에 대한민국에서 본안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허용된다. 다만, 채권자와 선박소유자 등의 채무자 사이에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국가를 전속적 국제재판관할로 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거나 중재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위 규정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 본안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사법이 개정되었다고 하더라도 보증장에 국제재판관할 합의에 관한 문구를 삽입하던 기존 관행은 여전히 유지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선박 가압류를 통하여 국제재판관할을 창설하려던 해운 실무는 국제사법의 개정을 통하여 법에 의해 그 적법성이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설된 개정 국제사법 제90조에 대한 연구는 아직 많이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바, 각각의 문구 및 요건에 대한 해석과 위 규정의 적용 범위에 대한 연구는 학문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 또한 위 규정을 적용하는 실무 사례가 축적되면서 새롭게 발굴되는 쟁점들을 통해 연구의 폭과 깊이도 더욱 넓어지고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의 가압류와 관련된 업무를 많이 다루고 있는 필자도 이와 관련된 쟁점들이 하루빨리 정리될 수 있도록 보다 노력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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