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03 08:54

“호르무즈 정상화 속도가 내년 해운시황 핵심변수”

양창호 해운협회 부회장, 해운중개업 실무자 특강서 밝혀


내년에도 중동 지역의 정정 불안은 해운 시장의 향배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막대한 신조선이 지어지고 있는 컨테이너선 시장은 본격적인 공급 과잉 상황에 진입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해운협회 양창호 상근부회장은 지난 10월22일 해운중개업협회가 주최한 해운중개업 실무자 특강에서 2027년 한 해 컨테이너 시장은 선대 증가율이 8.6%를 기록하면서 공급 과잉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양 부회장은 컨테이너선 발주잔량이 현존선대의 42%인 1400만TEU를 웃돌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가운데 내년엔 320만TEU의 신조선이 시장에 투입될 걸로 내다봤다. 현재 3400만TEU 정도인 전 세계 컨테이너선단이 2027년 말 3770만TEU로 급증할 거란 관측이다.

수요 성장은 공급 증가율을 한참 밑돌 걸로 전망된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세계 성장률이 올해 3%에서 내년에 3.4%로 소폭 오르고 교역량 성장률은 올해 3.5%에서 내년 4.3%로 확대될 걸로 예상했다. 

항만 체선 1113만TEU…코로나사태보다 심해

양 부회장은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힝만 체선 같은 이슈가 해운 시장을 지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중국과 동남아 주요 항만의 혼잡이 심해지면서 8월 말 현재 전 세계적으로 운항 지연을 겪고 있는 선박은 역대 최대치인 1113만TEU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항만에서 접안하려고 대기 중인 선박은 430만TEU에 이른다.

양 부회장은 최근의 항만 체선 규모는 코로나 대유행기(펜데믹) 당시를 넘어선다고 풀이했다. 컨테이너선 운항 정시성을 56%까지 떨어뜨린 극심한 항만 적체가 170만TEU, 그러니까 전체 컨테이너선대의 5%에 이르는 유효 선복을 흡수하면서 컨테이너선 시황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호르무즈와 홍해 사태, 수에즈운하 우회, 파나마운하 통항제약, 중국·동남아 항만 혼잡, 선박 대기 등의 요인으로 컨테이너선 운임 지수(SCFI)는 연초에 비해 2.4배 급등했다.

양 부회장은 내년 시황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호르무즈 사태와 수에즈운하의 정상화 속도를 지목했다. 그는 현재의 신조선 발주량을 고려할 경우 컨테이너선 시장은 매년 8~10%가량 공급이 늘어나는 구조적 공급 과잉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이에 더해 모든 선박이 수에즈운하로 곧바로 복귀하면 수요가 약 10% 감소하는 효과까지 나타난다고 우려했다. 반면 수에즈 복귀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경우 수요 감소 효과는 5% 정도에 머물 걸로 점쳐졌다. 

컨테이너선과 달리 탱크선 시장은 호르무즈 사태가 정상화되더라도 급격한 시황 하락은 없을 걸로 예상됐다. 양 부회장은 “중국이 중동 전쟁 이후 기존 석유 재고를 소비하는 대신 중동산 원유 수입을 예년의 20~30% 수준으로 줄였다”며 상황이 정상화되면 중국이 다시 원유를 비축하려고 수입을 크게 늘릴 걸로 전망했다.

벌크선 시장은 선형별로 다소 차이를 띨 걸로 예상됐다. 파나막스와 수프라막스는 공급 부담이 가중되지만 신조 발주량이 적은 케이프사이즈는 공급 증가 압력이 크지 않을 거란 진단이다. LNG나 LPG를 수송하는 가스선 시장은 수요의 두 자릿수 증가와 파나마운하 통항 제한 등으로 강세를 유지할 걸로 내다봤다.

 
▲왼쪽부터 양창호 해운협회 부회장, 김우호 한국해양대 교수, 이광희 해운중개업협회 회장


선가 여전히 강세…해운 침체 가능성 낮아

김우호 한국해양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 이광희 해운중개업협회 회장(피데스 사장)은 그리스 선주사 다이나콤탱커스가 1억1000만달러에 신조한 초대형 유조선(VLCC)이 최근 2억달러에 리세일(전매)된 소식을 전하면서 “해운시장이 침체를 걱정할 정도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내 시장 참여자들은 의사 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고 결정을 빠르게 진행해 선박 매매로 수익을 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충현 남성해운 상무는 “아시아 역내 시장에선 MSC나 CMA CGM이 중고 피더선박을 모두 구매하면서 선박 부족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며 “거기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 내년 시황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조금 하락하는 수준을 보일 걸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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